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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중앙 칼럼니스트가 ‘1년 후 대한민국’을 써야 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8.04.23  08: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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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무책임한 칼럼 쓰고선 ‘나 몰라라’ 하는 게 온당한 태도인가

“취임 일주일이 다 되도록 트럼프의 축하 전화도 받지 못한 터다. 애초 며칠 전 취임사에 ‘남북 대화, 북한 방문, 개성공단 재개’란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런 말들이 트럼프를 자극했을 수 있다 … 문재인은 즉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북폭이 이뤄지면 즉시 북한의 장사정포가 남한을 향해 불을 뿜을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김관진은 단호했다 … 한민구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도 동조했다. 나라는 절체절명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문재인의 청와대는 어쩔 줄 모르고 그저 분노를 터뜨릴 뿐이었다. 누군지도 모를 상대를 향해.” 

2017년 4월13일자 중앙일보 34면에 실린 칼럼이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달 후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칼럼인데,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가 썼습니다. 지난 주말 동안 SNS 등을 중심으로 해당 칼럼이 타임라인에 오르내렸습니다. ‘꼭 기억해야지’ ‘다시 읽어도 황당’ ‘아직도 칼럼 쓰고 있던데’와 같은 반응 등이 이어졌습니다. 

   
▲ 2017년 4월13일자 34면 중앙일보 칼럼 ‘한 달 후 대한민국’ <이미지출처=중앙일보PDF>

1년 전 칼럼이 SNS에서 다시 회자되는 이유 

1년 전 중앙일보에 실린 그의 칼럼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가 뭘까요? 짐작하는 것처럼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고 5월 말이나 6월 초엔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됩니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은 아직 하나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개최되기 전까지 여지를 남겨둬야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성사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이정재 칼럼니스트의 <한 달 후 대한민국>은 비록 1년 전에 쓴 글이지만 지금 한반도 상황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정반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셈입니다. 그가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저라면 민망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매우 민망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는 “이건 그냥 상상이다.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대선을 불과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를 겨냥해 이런 ‘가상현실’을 칼럼으로 쓴 것은 공정하지 않은 처사였습니다. 아무리 ‘상상’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쓴 글이라 해도 이 칼럼은 당시 문재인 후보의 안보무능과 우유부단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상’이란 전제를 내세웠는지도 모릅니다. 

무책임한 칼럼 쓰고도 해명이나 사과 없는 한국의 ‘언론인’들 

그의 글은 당시에도 뜨거운 논란이 됐습니다. 내용 자체가 황당한 데다 선거를 앞두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의제기 신청을 했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와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해당 칼럼을 비롯해 이정재 칼럼니스트의 또 다른 칼럼 <3주 후 대한민국>에 각각 경고 제재를 내렸습니다. 

신문에 실린 칼럼에 ‘제재’ 조치를 내리는 것이 온당하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전에 중앙일보에서 ‘이런 칼럼’이 그대로 실릴 수 있었던 내부 논의과정이 더 궁금합니다. 이 정도 글이라면 당연히(!) 논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거란 얘기입니다. 논란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건 중앙일보 내부 시스템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밖에 안 됩니다. 

또 하나. 당시에도 논란이 됐고, 제재 조치까지 받았기 때문에 저는 중앙일보가 어떤 논의를 거쳐 ‘이런 칼럼’을 싣게 됐는지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게 책임 있는 태도라도 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와 논설위원, 칼럼니스트들의 정세 전망과 분석, 예측이 어긋날 수는 있습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정치나 국제정세라는 게 변수가 너무 많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렵기도 하지요. 

이정재 칼럼니스트는 ‘1년 후 대한민국’을 써야 한다 

그러나 1년 전 “4월 전쟁설이 돌 만큼 한반도 상황이 위급하다” “‘문재인 우클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한가한 대책일 뿐이다” “이번 투표야말로 정말 국가 존망이 내 손에 달린 것일 수 있다”며 전쟁위기론을 부각했던 글을 쓴 ‘언론인’이라면 지금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 달 후 대한민국>을 쓸 당시의 상황과 조건이 지금과는 달랐다거나, 당시에는 그런 칼럼을 쓸 만큼 한반도 상황이 심각했다거나 하는 식의 설명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해명이나 설명과는 별개로 그의 칼럼이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종전 선언 얘기가 나오고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을 그가 보고 있다면 <1년 후 대한민국>이라는 칼럼을 쓸 동기는 충분하지 않은가요? 

혹시 쓸 의향이 있다면 이번에는 ‘상상’을 전제하지 말고 ‘사실’에 기반한 전망이나 분석 글을 기대해 봅니다. 1년 전 칼럼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가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년 후 대한민국> 기대하겠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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