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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해외출장 전수조사’ 보도, 이대로 좋은가 

기사승인 2018.04.19  08: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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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김기식 낙마 이후 ‘정치권 관행 철폐’ 모른 척 하는 언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해외출장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김기식 사태에 대한 역공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를 ‘국회사찰’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정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스1이 18일 보도한 <‘국회의원 해외출장 전수조사’…또 다른 갈등 뇌관 되나>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저는 이 기사가 제목부터 내용까지 한국 언론의 정치보도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가치판단은 없고 여야 공방으로 전하는 이른바 ‘공방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예라는 거죠.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국회의원 해외출장 사례를 전수조사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김기식 전 금감원장 낙마를 계기로 정치권 전반의 관행에 문제는 없는지 따져보고, 문제가 있다면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를 방지하자는 국민적 요구가 그만큼 거세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기식’ 한 사람 문제로 끝낼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정치권 전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죠. 

   
▲ <이미지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김기식 낙마했으니 됐다? 정치 보도의 고질적 문제점 또 드러나 

그런데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낙마하기 전까지 ‘융단폭격’을 퍼부어 대던 상당수 언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김기식 ‘한 사람’이 없어지니 후속 보도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해외출장 전수조사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모른 척’ 합니다.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이 18일 오전 추천 20만 명을 넘었다’는 식의 기사는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칩니다. 저는 ‘김기식 전 금감원장’을 향해 비판과 질타를 했던 언론이라면 ‘국민청원 20만 명’이 갖는 의미 등을 짚고 정치권 전반의 관행을 철폐하는 보도를 이어가야 하는 게 온당한 태도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런’ 후속 보도는 거의 없습니다. 김 전 원장에 대해 ‘인사검증 실패’라며 몰아붙였던 자유한국당은 전수조사에 부정적인데 이중성에 대한 질타도 없습니다. “국회 사찰”이라는 자유한국당 주장을 여야 공방 프레임 속에 그대로 전합니다. 그런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증이나 체크 역시 없습니다. 

‘김기식 낙마’를 계기로 정치권이 국회의원 해외출장 전수조사 요구에 직면하고 있지만, 근원을 따져보면 그동안 제도개선 요구를 거부해왔던 국회의 자업자득 측면이 큽니다. ‘국민청원 20만 명’ 돌파 자체가 스스로 개혁을 거부하고 있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개혁 요구라는 얘기입니다. 

국회의 ‘묻지마 출장’ 보도한 MBC 

그런 점에서 18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묻지마 출장’ 그들만의 ‘관행’> 리포트는 주목할 만합니다.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반의 문제로 초점을 맞추면서 제도 개선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MBC가 보도한 리포트를 보면 왜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해외출장 전수조사에 반대하는지도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13년 기능올림픽 참관차 독일 출장을 다녀온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 이 의원은 비서관과 동행했는데, 출장비 2천여만 원은 모두 산업인력공단이 부담했습니다. 이 의원뿐 아니라 김성태, 정우택, 강효상 의원 등 외부 비용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청와대는 16개 피감기관만을 조사한 결과 이런 출장이 160번 넘게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규모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해외 출장 시 국회에 제출하는 신고서엔 여비만 구분해 표시하면 될 뿐, 외부 비용의 출처나 동행자, 출장 내용 등을 보고할 의무는 없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깜깜이 출장’인 셈입니다.” 

실제 청와대가 16개 공공기관을 무작위로 뽑아 19ㆍ20대 국회의원들의 피감기관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한 결과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각각 94차례와 65차례였습니다. 고작 16곳만 살펴본 게 이 정도니 피감기관 수천 곳을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김기식 전 금감원장만 사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전수 조사에 반대하는 이유도 알 수 있지 않나요? 국회가 ‘셀프 개혁’에 나설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날 MBC와 같은 보도가 다른 언론에서도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김기식 낙마’ 이후 ‘김경수 때리기’에 올인하는 정치 보도

하지만 ‘김기식 낙마’ 이후 대다수 언론의 관심은 ‘김경수-두루킹’ 쪽으로 가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사안이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이동한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권 관행 철폐’에 침묵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김기식 낙마로 국회의원 해외출장 문제나 정치후원금 사용 등의 문제는 정리가 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기식 낙마’ 이후 점검해야 할 부분이 더 많지만 언론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애초 관행 철폐나 제도 개선에는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입니다. 현상만 따라가는 게 한국 언론의 고질적 병폐라고 하지만 ‘이런 관행’도 이젠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권과 고위공직자들을 향해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관행 철폐’를 외쳤던 언론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여전히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기식 전 원장에게 들이댔던 ‘도덕적 기준’을 언론인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삼성언론재단과 LG상남재단을 비롯해 ‘취재원’으로 분류되는 기업이나 단체 등이 제공하는 비용으로 해외취재나 출장을 간 언론인 전수조사를 한다면? ‘살아남을 언론인’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 말이죠. 정치개혁 못지않게 언론개혁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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