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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무노조 폐기’ 보도, 자세히 봐야 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8.04.18  08: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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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지상파·JTBC·경향·한겨레와 조중동·경제지 보도는 다르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노조 와해 공작 수사가 이번 합의의 배경으로 꼽힌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사측은 노조의 직접 고용 요구를 5년 넘게 외면해오다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4월17일 KBS ‘뉴스9’)

“이런 직접고용은 삼성의 노조탄압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이 몸 낮추기를 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철옹성 같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 80년 역사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이번 결정으로 1938년 창업 이후 80년 동안 이어온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삼성의 다른 주력 계열사에도 노조가 생길지가 관심입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의식한 일시적인 회피책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같은 날 SBS ‘8뉴스’) 

“'노조 파괴'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서비스가 오늘(16일) 8,000여 명의 수리 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도 보장한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삼성이 80년간 표방해 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겠다는 것으로 일단 보이는데 제대로 이행이 될지,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 지가 관심입니다.” (4월17일 JTBC ‘뉴스룸’) 

삼성의 갑작스런 무노조 경영 폐기 … 배경을 짚는 언론과 ‘삼성 의지’ 강조하는 언론 
‘김경수 때리기’ 올인 TV조선과 채널A, 메인뉴스에서 침묵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서비스가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노조 요구대로 협력업체 노동자 8천명 가량을 직접 고용하고 노조 활동도 보장하기로 한 겁니다. 이례적이고 전격적인 결정입니다. 

많은 언론이 이런 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긍정 일변도’로만 평가하기엔 미심쩍은 부분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지상파 3사 메인뉴스와 JTBC ‘뉴스룸’은 삼성의 갑작스런 결정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방점을 찍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례적이고 전격적인 데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결정 자체보다 배경 등을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무노조 폐기’ 보도를 자세히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삼성이 갑작스레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기로 한 이유과 배경이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짚는 언론이 있는 반면 삼성의 방침을 단순 ‘홍보’하기 바쁜 언론도 있기 때문입니다. 

MBN만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지상파 3사와 JTBC 메인뉴스와는 결이 다릅니다. 한번 볼까요?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8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의 고용승계에 따라 창사 후 80년간 유지해온 삼성의 무노조경영 방침이 사실상 폐기됩니다 …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 때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문제를 한 번 챙겨보겠다고 했던 약속을 1년여 만에 지켰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4월17일 MBN ‘뉴스8’) 

   
▲ <사진출처=MBN 화면캡처>

MBN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이 사실상 폐기되고 △이재용 부회장이 1년 전에 한 약속을 지킨 것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노조의 직접 고용 요구를 5년 넘게 외면해오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삼성 측이 대화를 제안’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노조 와해 공작 수사가 이번 합의의 배경이 됐다는 KBS 등의 보도와는 맥락이 완전히 다릅니다. MBN은 삼성의 방침을 ‘홍보’하는데 비중을 둔 반면 지상파와 JTBC는 삼성이 ‘그렇게밖에’ 할 수는 없는 이유와 배경을 짚은 겁니다. 

‘두루킹과 김경수 의원’에 올인하고 있는 TV조선과 채널A는 17일 메인뉴스에서 아예 기사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경향과 한겨레, 긍정적인 평가하면서도 ‘이재용 상고심 고려한 조치’ 분석

신문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홍보’에 방점을 찍은 곳이 있고, ‘배경’에 무게중심을 둔 곳이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오늘 1면과 3면 그리고 사설 등에서 ‘삼성 무노조 경영 폐기’를 비중 있게 주목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설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접고용 전환과 노조활동 보장은 최근 검찰이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 6000건을 입수해 수사에 나서면서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피하기 어렵게 된 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란 해석도 나온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경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뇌물혐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면서 “이런 연유로 노동계 일각에선 삼성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겨레 역시 1면과 5면, 사설 등을 통해 80년 만에 막을 내리는 삼성 무노조경영을 조명했습니다. 경향과 마찬가지로 큰 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노조를 ‘와해공작 대상’으로 여겨온 삼성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노조와해 공작’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일각에서는 이번 노사 합의를, 검찰이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과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면서 “검찰은 최근 삼성전자 수원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담긴 문건을 다수 찾아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소송이 진행 중인 사정도 고려해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 변화 의지’에 비중 실은 한국일보…긍정 평가 부각한 동아일보

하지만 경향과 한겨레를 제외하곤 나머지 신문들은 ‘삼성 방침’이나 ‘재계 우려’에 더 비중을 두는 모양새입니다. 오늘(18일) 1면과 9면에서 관련 내용을 전한 한국일보는 “물론 삼성전자서비스의 8,000명 직접고용 발표는 5년 전 삼성의 노조와해 문건이 확인돼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시점은 미묘하지만, 삼성이 노조 활동을 공식적으로 보장하기로 한 것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9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향과 한겨레와 달리 한국일보는 ‘삼성 의지’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오늘(18일)자 2면에 ‘삼성 무노조경영 폐기’ 기사를 실은 동아일보 역시 한국일보와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좀 더 삼성 측 입장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동아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최근 정세를 당연히 감안한 것도 있지만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는 결코 아니다. 사회적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사회 친화적으로 변화하려는 과정 중 하나”라는 삼성 고위관계자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재계에선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번에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들을 고용하는 대신 직접고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을 두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튼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 17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 <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시스>

‘본지’가 아닌 섹션면에 관련 기사 배치한 조선일보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목소리 포함 시킨 중앙일보

연일 TV조선과 함께 ‘김경수 때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오늘자(18일) B1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경향과 한겨레, 한국일보를 비롯해 대다수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1면과 종합면에 관련 기사를 실을 정도로 비중을 두고 있는 사안을, 조선일보는 이른바 ‘본지’가 아닌 섹션면에 배치했습니다. 

노조에 대한 조선일보의 부정적 인식이 ‘어느 정도’라는 게 지면 배치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의미부여 등은 찾을 수 없고 ‘단순 전달’ 형식입니다. 조선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은 최근 ‘노조 와해’ 문건으로 삼성전자서비스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삼성과 특수한 관계인 중앙일보는 2면에 큼지막하게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런데 논조가 좀 묘합니다. ‘무노조경영 폐기’를 바라보는 중앙일보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는 듯 합니다. 기사 말미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처한 특수한 상황에 따른 단발적인 조치라고 보지만 원청업체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가 재계 전반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데 8000명 고용이 기업 자체의 경영 계획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눈치보기식 채용이라면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결단’ ‘삼성 의지’ 강조하는 매일경제
재계의 우려 목소리 전하는 서울경제

매일경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물론 기사에 검찰 수사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을 언급하긴 하지만 ‘한 줄 걸치는’ 정도입니다. 전반적인 방향은 ‘이재용 결단 긍정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날 금속노조 지회와 직접 고용에 전격 합의한 것은 협력사 처우 개선을 본사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 여러 난제에도 본사 직접 고용을 하는 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매일경제 4월18일자 2면 ‘삼성, 의무 아닌데 선제적 직고용…노조활동도 보장’) 

서울경제는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른 기업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자를 제외한 삼성 계열사들에도 노조 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삼성 특유의 인사·조직 관리를 통한 스피드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계열사마다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노조 확대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경제 4월18일자 3면 ‘관리의 삼성 시스템 위축 우려 속 노조 계열사 전반 확대엔 경계감’) 

전경련이 대주주로 있는 한국경제 역시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이한 건 “삼성의 ‘통 큰 결단’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삼성에 쏟아지는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점입니다. 한국경제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조 와해를 위해 회사가 개입한 정황들이 담긴 문서가 다수 발견돼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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