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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대한항공 갑질 세습자본주의 천박한 민낯”

기사승인 2018.04.17  10: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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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민, 오너 딸 아니었다면 분노조절장애로 조직서 벌써 도태됐을 것”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행태와 관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습자본주의의 천박한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16일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세계 각국에서 세습자본주의가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피케티 교수의 <21세기의 자본>을 언급하고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세습자본주의가 완전히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흔히들 재벌 총수를 오너라고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기업의 소유주가 절대 아니다”며 “기업이 자신의 개인 재산이 아닌데 2세, 3세에게 물려줘야 할 당위성이 어디에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피케티 교수가 올림픽을 예로 들어 세습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듯, ‘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시 개인의 능력이 아닌, 그의 가족을 보고 선발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는 경영권의 세습이 이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며 “대를 이은 세습이 계속될수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경영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기업의 활력은 점차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사진제공=뉴시스>

아울러 이 교수는 대한한공 조현민 전무의 갑질 행태에 대해 “자기 자신의 분노조차 조절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단 말인가”라고 개탄, “오너의 딸이 아니었다면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벌써 조직에서 도태되고 말았을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다”고 봤다.

조 전무의 사과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를 해야 할 사람은 그런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 재벌총수”라며 “그런 자격 미달의 인물을 높은 자리에 앉힘으로써 주주들과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린 죄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세습과 가족경영이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뿌리 뽑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개발독재시대에 재벌들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도 그때의 낡은 모습을 벗어던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차츰 쇠약해져 가는 또 다른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래는 이준구 교수 블로그글 전문이다. 

대한항공 갑질 사건에서 드러난 세습자본주의의 천박한 민낯

피케티(T. Piketty)가 “21세기의 자본”에서 내린 결론은 세계 각국에서 세습자본주의
(patrimonial capitalism)가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습자본주의라는 것은 얼마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느냐가 어떤 사람의 경제적 성공을 좌우하는 체제를 말합니다.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의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단지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났느냐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뜻이지요.

피케티는 그런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고, 그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범세계적 차원에서 부과된 자본과세입니다.
피케티의 이 해법이 실현하기 무척 힘들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습자본주의의 등장에 대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야 한다는 그의 경고는 결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세습자본주의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내로라는 그룹들은 2세 승계의 단계를 지나 3세, 4세까지 승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소기업까지 가업을 계승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상속세상의 혜택을 주어 2세 승계를 쉽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음식점이나 가내 수공업처럼 규모가 아주 작고 기술의 숙달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 가업을 전승하는 것이 의미를 가질 겁니다.
어릴 때부터 곁에서 훈련시키면서 세세한 노우하우까지 모두 전수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대규모의 기업이라면 ‘가업’이라는 말이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고, 따라서 그것을 후손에 물려줘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재벌들 중에는 회사가 마치 자신의 개인 재산인 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꽤 많아 보입니다.
비자금을 만들어 회사 돈을 마음대로 횡령하고, 심지어 자기 집 고치는 데까지도 회사 돈을 가져다 씁니다.
능력이 있던 없던 가리지 않고 자식들을 고속승진시켜 요직에 앉히는 것도 회사가 자기의 개인 재산이라는 의식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재벌들 중 회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100%는커녕 50%를 갖고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대부분이 10%에도 훨씬 못 미치는 지분을 갖고 회사를 자기 개인 재산처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사 법적으로는 작은 지분으로도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하더라도, 90%가 넘는 지분을 갖는 다른 지주들이 갖는 권리를 존중해 줘야 마땅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거기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업이기도 합니다.
오너의 잘못이나 독선에 의해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그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에도 위협이 발생합니다.
기업의 성패는 오너 자신의 재산을 크고 작게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흔히들 재벌 총수를 오너라고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기업의 소유주가 절대 아닙니다.
다만 훨씬 더 많은 지분을 가진 다른 주주들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경영을 위임 받은 대리인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을 경영할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기업이 자신의 개인 재산이 아닌데 2세, 3세에게 물려줘야 할 당위성이 어디에 있습니까?
광범한 인재풀에서 최선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아 바튼을 넘겨줘는 것이 마땅한 일 아닙니까?
그래야 기업도 더욱 번창하고 수많은 주주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피케티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세습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대표선수를 선발한다고 합시다.
대표선수를 선발할 때 그 사람의 능력을 보고 선발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원칙 아닙니까? 
그게 아니고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운동선수였는지를 보고 대표선수를 선발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 되겠습니까?

세습자본주의는 바로 이런 우스꽝스러운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 피케티의 지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는 경영권의 세습이 이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대를 이은 세습이 계속될수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경영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기업의 활력은 점차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대한항공 오너의 딸들이 보인 갑질 행태는 세습자본주의의 천박한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자기 자신의 분노조차 조절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단 말입니까?
오너의 딸이 아니었다면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벌써 조직에서 도태되고 말았을 것이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오너 가족의 그런 갑질이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얼마나 떨어뜨릴 것인지는 불문가지의 사실입니다.
그런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사람이 느끼는 수치심과 좌절감을 생각하면 내가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대한항공이라면 세계 굴지의 항공사인데, 그곳에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갑질을 한 본인이 사죄를 한다느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를 해야 할 사람은 그런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 재벌 총수입니다.
그런 자격 미달의 인물을 높은 자리에 앉힘으로써 주주들과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린 죄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세습과 가족경영이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뿌리뽑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발독재시대에 재벌들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이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도 그때의 낡은 모습을 벗어던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차츰 쇠약해져 가는 또 다른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미란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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