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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4주기’에 ‘김경수 때리기’ 올인하는 TV조선

기사승인 2018.04.17  08: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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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2018년 4월16일 방송뉴스 살펴보니 … TV조선·채널A·MBN ‘가관’

   
▲ 4.16 세월호 참사 4주기인 16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며 슬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현 정권은 세월호를 사고 4년이 지난 지금도 붙들고 있다. 3년여 동안 각종 조사와 수사, 재판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달에는 ‘2기 특조위’가 시작됐다. 이미 검경 수사, 국정조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1기 특조위 조사 등 네 차례 조사가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선체 조사와 미수습자 수습, 선체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도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선 이제는 괴담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민망한 ‘잠수함 충돌설’까지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 세금으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좌파 운동가들에게 자리와 월급을 주기 위한 용도로 변질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4월16일자 조선일보 사설 <세월호 4주기, ‘정치 이용’은 할 만큼 하지 않았나> 마지막 단락입니다. 조선일보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조선일보는 시종일관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에겐 △참사 6개월 뒤 검찰이 발표했던 수사결과가 졸속이었고 부실했다는 비판 △검찰의 졸속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기관까지 동원했다는 의혹 △세월호가 왜 침몰했고 왜 그렇게 빨리 가라앉았는지 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과 진상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집요한 방해가 있었다는 것 역시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세월호는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미제의 사건이지만 조선일보에겐 ‘정치적으로 이용할 만큼 한’ 사건일 뿐입니다. 

2018년 4월16일 방송뉴스를 보니 … TV조선·채널A ‘세월호 뒷전’ 

그동안 세월호 참사 원인과 진상규명에 ‘태클’을 걸었던 언론은 조선일보만이 아닙니다. 동아·중앙일보 역시 조선일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년 전과 비교해 변한 게 있다면 KBS MBC SBS 등 지상파가 세월호 문제를 주목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다른 언론들도 ‘형식적인’ 차원에서라도 세월호 진상규명 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변화’조차 감지되지 않는 언론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조중동을 비롯해 종편사인 TV조선과 채널A입니다. 특히 TV조선은 매우 심각합니다. 형식적인 차원에서 짚어야 할 ‘의무적인 리포트’도 포기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인 2018년 4월16일 TV조선 메인뉴스를 가득 채운 건 ‘김경수 의원 때리기’였습니다. 이날 TV조선 ‘뉴스9’ 인터넷 다시보기에 올라온 김경수 의원 관련 리포트 제목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경수, 靑에 드루킹 인사청탁 전달…靑은 추천 인물 만나>
<달라진 김경수 해명, “드루킹에 기사 URL 보냈을 수 있다”> 
<김경수 “드루킹과 파주서 만나…댓글 활동 관여는 안해”> 
<檢, 대선때 선관위 수사 의뢰 받고도 드루킹에 ‘무혐의’> 
<댓글 작업 매뉴얼 보니 “안희정·김경수·이재명·추미애 위주로 확인”> 
<‘드루킹 메시지’, 경찰의 설명에도 남는 의문점> 
<안철수 “대통령은 몰랐을까”…野 “최순실도 울고 갈 국기문란”> 
<與 “드루킹 사건은 개인적 일탈”…일부선 “난감한 상황 올 수도”>
<TV조선 기사에 악플 쇄도…안철수 “제2, 제3의 드루킹 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 여론 조작과 언론 자유> 

무려 10꼭지입니다. 반면 TV조선 ‘뉴스9’이 보도한 세월호 참사 4주년 리포트는 단 한 꼭지.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전국에서 세월호 추모 물결>이란 제목의 리포트인데, 정부의 합동 영결식과 전국 추모 행사를 간략하게 전하는 수준입니다. 

   
▲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원 댓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TV조선 ‘김경수 때리기’ 10건 … ‘세월호 4주기’ 보도는 고작 1개
지상파와 JTBC ‘세월호 리포트’ 주목 … KBS 9개·MBC 14개·SBS 5개·JTBC 8개

TV조선의 ‘비상식적인 보도행태’는 다른 방송사와 비교해 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날 KBS ‘뉴스9’의 세월호 관련 리포트는 모두 9꼭지. 전국의 추모 물결 조명과 함께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분석 리포트 등을 전했습니다. 

MBC 역시 이날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특집으로 ‘뉴스데스크’를 진행했습니다.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목포신항 앞에서 메인뉴스를 방송한 MBC가 이날 보도한 ‘세월호 관련 리포트’는 14꼭지. 추모 물결과 진상규명 요구, 세월호 침몰 원인 분석, 구조활동 관련 의혹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다각도로 접근하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SBS도 ‘8뉴스’에서 세월호와 관련한 리포트를 5꼭지 보도했고, JTBC ‘뉴스룸’ 또한 앵커브리핑을 포함해 모두 8개 리포트에서 세월호 참사를 조명했습니다. 

TV조선 등이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내용을 더 비중 있게 보도한 걸 탓하는 게 아닙니다.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의혹에는 눈을 감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만 올인하는 듯한 보도행태가 온당한 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보도의 양적인 측면 외에 보도 내용의 적절성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일단 그것은 여기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다만 분명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TV조선이 저널리즘 차원에서 최소한의 균형성을 상실했다는 점입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 … MBN과 채널A도 세월호는 뒷전

TV조선을 대표적으로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채널A와 MBN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8년 4월16일 두 방송사 메인뉴스 역시 TV조선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경수 때리기’에 사실상 올인했습니다. 인터넷 다시보기를 통해 검색된 제목만 간단히 언급해 볼까요? 우선 채널A입니다. 

<[단독]“드루킹, 청와대 관계자와 접촉”…靑은 침묵> 
<김경수 “출판사서 드루킹 2번 만나…대가 없었다”> 
<김경수 “드루킹 총영사 추천, 靑에 전달한 건 사실”> 
<드루킹, 체포 직전까지 김경수에 텔레그램 메시지>
<드루킹, 김경수에 “조치했다” 메시지…무슨 뜻?>
<[단독]‘느릅나무 비누업체’ 관계자도 드루킹 ‘공범’> 
<“조작 흔적 남기지 말라” 드루킹 7단계 매뉴얼> 
<허술한 댓글 시스템…추천 수 조작해도 속수무책> 
<야권 “댓글로 흥한 정권, 댓글로 망한다” 공세> 
<[뉴스분석]‘댓글 조작’ 풀어야 할 3가지 의문> 

김경수 의원과 두루킹 관련 리포트가 모두 10꼭지입니다. 채널A가 이날 메인뉴스에서 보도한 세월호 관련 리포트는 3건입니다. 추모 행사를 ‘단순하게’ 전하는 내용입니다. 

MBN ‘뉴스8’ 역시 TV조선·채널A와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오히려 ‘김경수 때리기’에 있어 양적인 측면에선 압도적입니다. 인터넷 다시보기를 통해 검색한 ‘김경수-두루킹’ 관련 리포트 제목입니다.  

<경찰 “2명 추가 입건”…“드루킹, 다른 정치인에게도 연락”> 
<‘여론 조작’ 범행 이틀 전 대화방에서 공모> 
<체포 직전까지 김경수에 보고…보좌진에 인사청탁 협박까지> 
<경찰 “김경수 문자 안봤다”…본인 자체 삭제 의혹은 여전> 
<대선 때도 여론조작 했나…드루킹 논란 확산> 
<‘드루킹’ 김 모 씨는 누구?…유명 정치인도 동원>
<드루킹, “오사카 총영사에 대형 로펌 변호사” 요구>
<김경수 “오사카 총영사 추천 BH에 전달…거절했더니 협박”> 
<청와대 “드루킹 추천 인사 접촉했지만 부적합 판단”> 
<드루킹, 1년 전 선관위에 신고…검찰 내사 ‘흐지부지’>
<휴대전화 170대 동원 등 운영자금은 어떻게?>
<검찰 “평창기사 조작만 우선 기소”…은폐 의혹에 발끈>
<민주당, 드루킹 등 2명 제명…청와대 선 긋기>

‘두루킹 댓글 조작’ 관련 리포트는 모두 13꼭지. 반면 ‘세월호 관련 리포트’는 3꼭지에 불과했습니다.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리포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월호 참사 4년, 바로 오늘(16일)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사건은 아직 미제의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미수습자를 찾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사람의 의지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온갖 방해가 있었고, 이제 세월호는 바로 세워져서 마지막 수색과 원인 규명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배가 바로 세워지는 것처럼,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바로 세워지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조중동과 TV조선·채널A·MBN은 이 대열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이들 방송사가 메인뉴스에서 내보낸 리포트를 보면 “모든 일들이 바로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그 반대를 희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사람의 의지로 가능할 수 있다”고 믿지만 조중동과 TV조선·채널A·MBN 등 일부 언론은 그런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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