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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의 질문, 언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기사승인 2018.04.16  08: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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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4년 전 ‘기레기’ 소리 듣던 언론은 얼마나 변했을까

“배우 정우성의 내레이션 참여로 화제를 모은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가 15만 관객을 돌파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를 다룬 언론 보도 가운데 일부입니다. 지난 12일 ‘그날, 바다’가 개봉된 이후 대다수 언론이 ‘이런 식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봉 얼마 만에 10만 혹은 15만 명 돌파했다는 보도가 대부분입니다. ‘그날, 바다’가 제기하고 있는 핵심 -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나 공론화는 뒷전입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이른바 주류 언론들이 세월호에 대한 본격 조명에 나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 KBS MBC가 가장 적극적이고, 노조의 투쟁으로 ‘사내 민주화 제도’를 마련한 SBS 역시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은 언론이 ‘세월호 조명’에 적극적입니다. 달라진 모습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합니다. 한국 언론은 여전히 주목해야 할 사안에는 주목하지 않으면서 ‘사건 중심’ 보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정우성씨 <사진=정우성씨 인스타그램>

4년 전 정부 발표 받아쓰던 언론 … 지금은 과연 얼마나 다른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대다수 언론이 ‘4주기’를 다루는 방식은 추모입니다. 4년 전, 정부 발표 받아쓰기 바빴던 언론이 늦게라도 추모를 제대로 하자는 취지인 걸까요? 일정 부분 이해가 가면서도 저는 ‘추모’에 집중하는 언론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진 않습니다. 

냉정히 말해 많은 언론이 ‘바뀐 상황’에 적응해 ‘세월호 현상’을 쫓고 있을 뿐 여전히 본질적인 부분은 외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4년 전, ‘박근혜 정부’ 눈치 보며 받아쓰기 바빴던 언론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세월호에 잠시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거라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언론이 무수히 많은 뉴스를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비슷합니다. ‘전국 추모 물결’ ‘잊지 않겠습니다’ ‘진상 규명 다짐’ 등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될 정도입니다. 이들 언론 보도 공통점은 ‘추모 현상 전달’ ‘인터뷰’ ‘진상규명 다짐 전언’ 등으로 요약됩니다. 

이런 식의 보도가 문제 있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필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자체적인 기획이나 취재 등을 통해 진상규명에 접근하려 한 언론 보도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건 고민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4년 전, 정부 발표만 받아쓰던 언론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유가족을 폄훼하고 왜곡보도까지 일삼았던 것과 비교하면 평가를 해줘야 하지만 여전히 미덥지 못합니다. 

세월호 참사 규명과 관련해 언론이 어떤 역할을 했고, 하고 있는가 – 이 질문 앞에 제대로 대답할 언론이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한국 언론은 4년 전 그 자리에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주목한 ‘그날, 바다’ … 주류 언론이 공론화에 나서야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는 그런 점에서 주류 언론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날, 바다’는 단순히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추모보다는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원인을 추적·분석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일부 언론이 세월호 문제를 다룰 땐 정부의 늑장 대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이해할 수 없는 해경의 구조활동, 청와대의 검찰 수사 방해, 국정원 개입 의혹 등에 주목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헌신과 일부 언론의 적극적인 노력, 한계가 많았지만 세월호특조위 활동 등에 힘입어 ‘정부의 늑장대응’과 관련해선 일정 부분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정부의 늑장 대응과 관련해선 많은 부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가’ ‘정말 단순 사고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밝혀진 게 없습니다. 정부가 ‘급변침에 의한 단순 사고’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영화 ‘그날, 바다’는 세월호가 남긴 AIS(선박자동식별장치) 기록을 분석해 가며 정부 발표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세월호 사고 지점은 물론 사고 원인까지 정부 발표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스틸컷 <사진=엣나인 필름>

‘음모론’ ‘황당한 가설’이라고 얘기하기 전에 …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이고 가설일 뿐입니다. 일각에선 ‘그날, 바다’ 제작자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또 하나의 음모론일 뿐이라고 폄훼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반론이 있을 수 있고, 토론과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저널리즘 차원에서 제기할 수 있는 의혹제기라는 얘기입니다. 

분명한 것은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를 음모론이라고 비난하는 일부 언론과 사람들도 ‘그날 바다에서 세월호가 왜 급변침을 했는지’ ‘왜 그렇게 급속도로 침몰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잠수함 충돌설 등을 비롯해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숱한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그날, 바다’는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항적기록 등과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의혹제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주류 언론이 늦게라도 4년 전 ‘자신들의 행태’를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다면 이제는 추모에서 벗어나 진상규명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 중 하나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추적하는 일입니다. 영화 ‘그날, 바다’ 제작진의 몇 배가 넘는 인원과 조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공영언론사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 ‘그날, 바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자료를 찾고 이를 분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건 유가족들이 아니라 언론인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바다’는 묻고 있습니다. 지금 언론은, 언론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답은 한국 언론과 언론인들의 몫입니다. 

   
▲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공식 포스터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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