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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맹공하는’ 조중동, 삼성은 ‘감싸기’ 보도

기사승인 2018.04.11  09: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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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중동의 ‘김기식 비판’ 둘러싼 정치적 의도 나오는 이유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외유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문제제기로 시작된 ‘김기식 논란’은 보수야당이 불을 붙이고, 그 논란을 다시 보수신문과 종편이 확대재생산 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한국 보수진영의 이슈몰이와 의제선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 ‘김기식 논란’은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덧붙이면, 김기식 금감원장 ‘외유 논란’은 비판받을 부분이 있습니다. 아니 비판받아야 합니다. 김 원장은 “(해당 기관이) 국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거나, 현장점검을 위해 갔던 공적인 출장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출장 후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엄정함을 유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기식 원장의 외유 논란, 비판받아야 하지만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국회의원이 국회 예산이 아닌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을 간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외부 지원의 국외 출장을 국회의원 혼자서, 그것도 인턴 출장경비까지 지원받아 간 사례 역시 드문 경우입니다. 19대 국회에서 김기식 의원이 김영란법 입법을 적극 주도했던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쏟아지는 비판은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언론의 ‘김기식 비판’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당합니다. 매체가 보수성향이나 진보성향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크게 의미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언론이 ‘김기식 비판’에는 사실상 올인 또는 집중하면서 ‘삼성 관련 기사’는 외면하거나 침묵한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특히 그것이 삼성의 노조 탄압 같은 사안이라면 말이죠. 저는 이런 경우 ‘김기식 비판’ 보도의 정치적 의도를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기식 원장이 재벌개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몇 안 되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김기식 보도’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곳은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를 언급했지만 사실 조중동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김기식 비판’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 ‘삼성 무노조 공작’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기식 논란’과 ‘삼성 무노조 공작’이 무슨 상관인가? 이렇게 반문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관련 있다고 봅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일각에서 보수야당과 보수신문이 ‘김기식 사퇴’를 압박하는 이유로 재벌개혁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김기식 금감원장이 향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재벌중심의 금융시장 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해 보수신문과 야당이 ‘김기식 사퇴’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지요. 

조중동의 ‘김기식 비판’ …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이유 

야당과 조선일보는 이런 해석을 ‘음모론’으로 치부하지만 그렇게만 볼 사안도 아닙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청문회 과정 기억하는지요. 당시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보수신문들이 집중적으로 김상조 위원장을 공격했습니다. 사실상 낙마해야 한다는 식으로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보수야당과 보수신문들의 김상조 위원장 공격은 그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 지난해 6월 14일 정우택(앞줄 왼쪽 네 번째)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강행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쉽게 말해 ‘재벌개혁’에 부정적인 보수신문과 야당이 김 원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집중 공격했다는 겁니다. 이번 김기식 외유 논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김기식 원장 사퇴 요구 이면에 강력한 재벌개혁론자인 김기식을 배척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해석이 나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해석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근거가 하나 나왔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0일 발표한 방송모니터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삼성의 노조파괴 문서와 관련해 조중동과 종편의 ‘삼성 감싸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감싸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사실상 침묵입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수사 과정에서 삼성그룹을 압수수색 하다가 수천 건의 ‘노조와해 공작’ 문건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한겨레가 보도한 건 지난 2일입니다. 

이후 삼성그룹 4개 계열사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었고, 지상파 3사를 비롯해 JTBC,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이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삼성의 ‘노조 파괴 공작’ 문건을 대량 압수한 검찰 역시 본격 수사에 나선 상황입니다. 참여연대·금속노조·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지난 9일 ‘삼성 노조파괴 음모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김기식 비판’ 올인하는 조중동 ‘삼성 노조파괴 공작 문건’ 보도는 없다 
 
하지만 조중동을 비롯해 TV조선과 채널A, MBN에는 관련 보도가 없습니다. 민언련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2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아 동아·중앙일보와는 ‘차별점’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보도 방향과 논점을 보면 ‘삼성 비판’이 아니라 ‘삼성 감싸기’로 일관했습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침묵을 유지했던 조선일보는 삼성전자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인 지난 7일 1면과 14면에서 ‘삼성 노조탄압 문건’의 존재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15.6조 영업이익 삼성전자 잔칫날 4번째 압수수색> <반도체 쏠림 걱정에, 국내외 압박도 거세고…>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과 걱정으로 기사는 가득 차 있습니다. 민언련은 보고서에서 “(조선일보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국내 최대기업 삼성이 실적을 내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각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언련 보고서는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언론 보도를 점검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10일과 11일에도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10일자 1면에서 <삼성 ‘80년 무노조 경영’ 존폐 기로>를 보도한 한겨레는 오늘(11일) 1면에서도 <삼성전자, 별도 팀 꾸려 ‘노조와해 총괄TF’ 지원 정황> 보도를 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총괄티에프(TF)’를 만들어 세부적인 체크항목을 확인하는 등 문건의 내용을 실행”했고 “삼성전자서비스의 모기업인 삼성전자도 별도의 팀을 꾸려 노조 와해 공작을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는 내용입니다.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지난 5년여 지속된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공작과 관련해 삼성전자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10일과 11일 조중동에서 관련 기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 정도 되면 조중동이 ‘삼성 노조파괴 문건’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조중동은 어제(10일)에 이어 오늘(11일)도 ‘김기식 비난’에 집중하는 양상입니다. 

조중동, 김기식 원장 ‘도덕성’ 맹비난 … 삼성 노조파괴 공작은 침묵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조중동은 김기식 금감원장 관련된 후속 보도는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삼성의 노조 파괴 공작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기식 원장을 비판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김 원장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기준이라면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 역시 같은 기준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김기식 원장 비난’에 열을 올리는 조중동은 ‘삼성 노조파괴 공작’과 같은 인권문제에 대해선 입을 다물거나 삼성을 감싸는 보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조중동의 ‘김기식 보도’를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사실 김기식 원장 논란은 보수진영 입장에서 오랜만에 찾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거리’입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보수신문들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리미트(UAE) 출장,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 입장, 김영철 북한 통일선전부장 방남 등을 놓고 청와대를 맹비난해왔는데 사실상 ‘실패한 공격’으로 끝났습니다. 조중동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김기식 원장’ 부분은 좀 다릅니다. 비판받을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조중동은 이를 호재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판단은 조중동의 ‘자유’이긴 합니다만 자신들의 보도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삼성 노조 파괴 공작’을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삼성의 ‘도덕성’엔 침묵하면서 김기식 원장의 ‘도덕성’만 질타한다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조중동이 이런 식의 ‘반쪽자리 보도’를 계속한다면 ‘김기식 보도’의 정치적 의도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중동을 위해 드리는 충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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