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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외유논란, ‘여비서’로 어뷰징 하는 언론들

기사승인 2018.04.10  08: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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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외유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황제외유 동행 여비서는 인턴” 김기식 논란 점입가경> (매일일보) 
<김성태 “김기식, 여 인턴과 해외 출장 후 정규직 채용”> (전민일보)
<김기식 여비서 누구?…‘여론 공분 이유 알고보니’> (한국농어촌방송) 
<김기식 여비서 초특급 승진, “안희정 냄새가 난다”… 왜?> (한국영농신문) 

이른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외유 논란’을 다룬 일부 언론 기사 제목입니다. ‘외유 논란’을 겨냥한 듯 보이지만 ‘여비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사를 봐도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낚시질’을 통해 클릭 수를 유도하는 제목을 뽑은 거죠. 이른바 ‘어뷰징’입니다. 언급한 언론들 공통점은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가 아닌 ‘검색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키워드’ 검색을 해야 해당 언론사 기사가 포털에 ‘뜨기’ 때문에 검색 제휴 언론사는 어뷰징 유혹에 약합니다. 매체가 생존을 하려면 클릭 수를 높여야 하는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선정적인 제목을 뽑을 수밖에 없는 거죠. 9일 ‘김기식 여비서’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적이 있는데 어뷰징 기사는 이때 집중적으로 양산됐습니다. 

포털 실검 어뷰징, 주류언론과 비주류언론 구분 의미 없어

그런데 이런 어뷰징, 검색 제휴 언론사들만 그럴까요? 아닙니다. 이른바 주류언론 보도행태 역시 어뷰징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몇 가지 사례만 추리겠습니다. 

<김기식-여비서 해외출장…민주당 “문재인 흠집내기” vs 한국당 “인턴 초고속 승진”>(한국경제)
<김기식, 여비서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 “인턴 당시 이미 석사”> (동아일보) 
<김기식 여비서 논란에 구구절절 해명…“특혜 승진 아냐”> (서울신문)
<김기식 원장의 수상한 여비서...인턴신분으로 해외출장 동행> (조선일보)
<“김기식 동행 女정책비서는 20대 인턴”> (문화일보) 

‘정통 저널리즘’을 지향한다는 이른바 주류언론 기사 제목이 이렇습니다. ‘검색 제휴’ 언론사들과 주류언론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발견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지난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피감기관 예산으로 국외 출장을 다녔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공적인 목적과 이유로 관련 기관 협조를 얻어 다녀온 출장”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겨레가 9일자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이유야 어떻든 국회의원이 국회 예산이 아닌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을 간 것 자체가 부적절”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 원장이 2016년 9월 시행된 ‘김영란법’ 입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외유 논란에서 등장한 ‘여비서’ … 꼭 필요한 단어였나 

언론 보도는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여비서’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뽑고 이를 부각시키는 건, 사건의 본질과는 벗어난 흥미위주 보도일 뿐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9일 발표한 방송모니터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김기식 원장의 해외출장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떠나서 굳이 보좌진 동행을 문제 삼을 것이라면, 그의 성별이 아니라 보좌진 동행이 필요했는지 여부와 동행한 보좌진이 그 업무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따지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여비서는 누구?’ ‘수상한 여비서’ ‘20대 인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본질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지난 5일 인터넷 기사 <김기식, 여비서 동반 해외출장...정치권 “이런 경우 못봤다”>에서 “해외 출장에 여비서가 동행한 것도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고 지적한 데 이어 “국내 출장을 가더라도 방을 잡는 문제 등 때문에 이성(異性) 보좌진이 수행하는 경우는 없다”는 한 보좌관 말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는 민언련 지적처럼 “김기식 원장이 ‘여성’ 보좌진과 함께했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하면서 “‘정치인과 여비서’ 프레임”을 연상시킨다는 측면에서 악의적입니다.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에서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하단에 있는 해시태그를 보면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4개의 해시태그 가운데 하나는 ‘#여비서와 출장’입니다. 

외유성 출장, 김기식 원장만의 문제인가

또 하나.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이 김 원장만의 문제인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국회의원들 외유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 다녀온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죠. 김 원장 사례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다른 의원과 동행 없이 홀로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를 다녀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의문이 듭니다. 지금 김기식 원장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외유 논란’에서 자유로울까요? 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국정감사 기간에 피감기관이 제공하는 식사나 술을 아무렇지 않게 먹다가 기사화된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입니다. 외유논란 역시 적지 않게 기사화가 됐습니다. 

한겨레는 오늘자(10일) 8면에서 “자유한국당 최경환·강효상 의원도 이번에 문제가 된 대외연 지원을 받아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관련된 현지조사’ 목적으로 런던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대외연은 두 의원의 4박6일 출장에 모두 1820만 원의 예산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2016년 8월4일 최경환(좌)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영국 방문 일정을 끝내고 귀국하고 있는 모습. 우측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한겨레는 최 의원은 외교통일위, 강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이어서 대외연과 업무적 연관성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의원 측은 한겨레에 “상임위는 달랐지만 20여년간 경제 쪽 취재를 한 전문가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출장 연락이 오지 않았겠느냐. 김기식 금감원장이 피감기관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과 단순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지만 선뜻 이해는 안 가는 대목입니다. 

피감기관 예산으로 국외 출장을 다닌 국회의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언론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 문제 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의원 특권 내려놓기’ 일환으로 ‘외유성 출장 근절’을 의제로 올렸지만 현재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상당수 언론이 이런 점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점입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은 ‘김기식 사퇴’에만 집중합니다.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언론은 ‘여비서’ 어뷰징과 여야 공방이 대부분입니다. 한국 언론, 아직 멀었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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