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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혁 출발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설부터

기사승인 2018.04.09  09: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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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편파·불공정 보도에 가담한 KBS 기자·PD부터 비판해야

   
▲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양승동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양승동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오늘(9일) 양승동 KBS 사장 취임식이 열립니다. ‘양승동 체제’의 KBS가 정식으로 깃발을 올리는 날입니다. 새로운 KBS에 대한 기대, 변화에 대한 열망 등 벌써부터 다양한 요구들이 나옵니다. KBS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됩니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혹은 기대하는 KBS 변화는 다양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몇 가지’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손대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얘기지요. 양승동 사장이 취임하는 날이지만 선뜻 축하 인사를 건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임기는 짧지만(2018년 11월23일, 고대영 전 사장 잔여 임기)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 통한 ‘KBS 자기반성’ 최우선 과제로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요? 저마다 무게중심과 방점이 다르겠지만 저는 가장 먼저 ‘KBS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10년 동안 KBS가 보도와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불공정과 편파 보도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계속 진행돼야 합니다. 

‘최승호 체제’의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MBC 보도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PD수첩 등을 통해서도 ‘MBC 몰락’을 조명했죠. 최승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를 찾아 무릎을 꿇으며 ‘MBC 세월호 보도참사’에 대해 사죄도 했습니다. 지난날 MBC의 불공정·편파보도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고 생각합니다. ‘MBC 개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봅니다. 

   
▲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014년 5월8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에서 보도국 간부가 밖으로 나올 것을 촉구한 가운데 한 유가족이 희생자 학생 영정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양승동 체제’의 KBS도 MBC처럼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양승동 체제’의 KBS는 MBC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봅니다. MBC는 전임 경영진들의 부당노동행위와 편파보도가 극심했습니다. 이런 조건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과거와의 단절을 통한 전면적인 반성을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MBC 개혁에 대한 외부의 기대치도 높았기 때문에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밀고 나가면’ 되는 일이었죠. 

하지만 KBS는 ‘냉정히 말해’ MBC와 다른 조건과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뉴스와 프로그램의 불공정·편파보도가 심했지만 내부 탄압에 있어 MBC만큼 극심하진 않았습니다. 이른바 개혁대상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MBC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양승동 체제’의 KBS가 향후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그만큼 ‘정교한 플랜’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양승동 사장 임기까지 KBS 자기반성 계속돼야 

양승동 사장이 지난 6일 단행한 본부장급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향후 KBS 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김의철 보도본부장과 김덕재 제작본부장, 국은주 라디오센터장 등 이번에 임명된 임원급 인사들 상당수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탄압받았던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KBS 내부 평가도 긍정적입니다. 신임 임원들이 전임 경영진처럼 제작진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개혁성 강한 인물들이 임원이 됐으니 앞으로 지켜보면 되는 것 아니냐. 혹시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저는 ‘아니’라는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KBS 개혁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10년 동안 KBS가 보도와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불공정과 편파 보도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겁니다. 그것도 일회적인 사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사과가 필요합니다. 

뭘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고대영 사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11월까지 이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별 프로그램에서 한 두 번 언급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거죠. 

지난 10년 동안 추락을 거듭한 KBS 뉴스와 프로그램 신뢰도는 향후 개혁의 성공 여부에 따라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게 있습니다. 진정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언론의 이중성을 시청자들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은 과거에 대한 치열한 반성 없이 추진되는 KBS 개혁을 정권교체에 따른 일시적인 변화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승동 체제’의 KBS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 지난해 8월 서울 KBS 신관에서 열린 KBS 기자협회의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작거부 출정식’.<사진제공=뉴시스>

KBS 개혁은 시청자 관점에서 추진해야 

사과와 반성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선 프로그램을 통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KBS에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도마에 올랐던 뉴스와 프로그램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편파 및 불공정 보도에 가담했던 KBS 기자와 PD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야 합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지만 이들 정권에 참여하며 언론탄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언론인들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만약 KBS에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신설된다면 이들 ‘폴리널리스트’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명을 해야 합니다. ‘세월호 보도 참사’부터 ‘4대강 홍보’ ‘자원 외교’ 등에 이르기까지 과거 KBS가 어떤 보도 행태를 보였는지, 이 기간 동안 도대체 KBS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은 언론사간 상호비평을 통해 저널리즘 기본을 지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존재 자체만으로 KBS 구성원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비평 칼날이 자신들에게 겨누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신설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KBS 개혁은 시청자 관점에서 추진돼야 합니다. 언론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답을 찾는 건 KBS 구성원들의 몫이지만 그렇게 어렵진 않다고 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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