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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MB 보도 제대로 했다면 책 안 나왔을 것”

기사승인 2018.03.24  19: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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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09] 백승우 MBC 기자

지난 22일 밤 법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서울 동부 구치소에 구속되었다. 다스와 도곡동 땅 등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어난 지 11년 만이다.

이런 와중에 이 전 대통령의 비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MB의 재산은닉 기술>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탐사 보도 기자인 백승우 MBC 기자가 쓴 이 책은 이 전 대통령의 금고를 열어줄 네 개의 열쇠를 중심으로 서술됐다. 지난 2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이 책의 저자인 백승우 기자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백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백승우 MBC 기자 ⓒ 이영광

- 지난 8일 <MB의 재산은닉 기술>이란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 이름으로 된 첫 번째 책인데요. 머리말에 썼지만, 숙제를 끝내 홀가분하다는 것도 있고요. 또 하나는 이게 조금 일찍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해요. 일찍이라는 게 한두 달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1~2년 전 책을 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죠.”

- 반응은 어때요?

“동료나 선후배들 격려가 많고요. 체감 못 하겠어요. 폭발적으로 책이 많이 팔렸다면 느끼겠지만요. 주변 분들은 언제 이런 걸 썼냐고 하세요. 한편으로는 예전에 책 준비할 때 주변 어른들은 걱정하더라고요. 혹시라도 전직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라서 혹시라도 해코지나 불이익을 당하는 거 아니냐는 거죠. 그러나 괜찮아요.”

- 출간 준비는 얼마나 하셨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2분의 1자료는 있었던 상태거든요. 2012년 내곡동 특검 할 때 수상한 자금의 단초가 되었던 이시형 전세 자금을 취재했지만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것에서 이 글이 시작됐거든요. 그때 취재했던 내용이 있었고 작년 말 주로 많이 썼거든요. 그때 내용에 업데이트를 많이 했죠. 그 당시 벌어지는 일, 다스라든지 관계자 내용을 취합해서 실질적인 글 쓰는 데에는 한 달 걸린 거 같아요.”

- 내곡동 사저 때문에 MB에 주목하신 건가요?

“그렇죠. MB의 불법자금, 뒤에서 뇌물 받았다는 게 드러나기 시작했죠. 국정원 특활비나 이팔성 씨 등에서 받은 돈 말이죠. 그 전까지 사람들이 가졌던 궁금증은 MB의 숨겨진 돈이 있지 않을까였잖아요. 그러나 숨겨진 재산이 실제 드러난 건 없었거든요. 도곡동 땅이나 다스가 MB 재산이라고 의심했지만 실제로 그게 딱 드러난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시형의 7억 원이 넘는 전세자금은 분명 수상한 점이 있었거든요. 그게 딱 드러난 거잖아요.

출처도 이상했고 그 돈에 관여했던 청와대 공무원도, 이상한 방식으로 관여했던 게 분명히 드러나 있어서 이 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게 작년 말이었는데 그때는 MB 수사가 여기까지 올지 몰랐어요.

당시 수상한 자금을 수사했던 자료가 대검찰청에 있으니까 그걸 적극적으로 알리면 실마리 삼아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고 궁금증을 풀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책을 쓰기 시작한 거예요. 눈앞에 드러났던 청와대 공무원들이 관여했던 이시형의 전세자금 수 억 원이 있고요.

그리고 BBK 특검도 그 당시에 김재정 지분은 차명이라는 걸 확인했거든요. 이런 수상했던 지분, 그리고 세광공업이라는 다스의 하청업체가 아무 이유 없이 5억 원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주는, 이미 드러났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잘 확인하더라도 MB의 수상했던 자금의 출처가 뭔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에 주목한 거죠.”

- 그전에도 다스나 BBK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 다스의 ‘120억 원 횡령’ 정황을 파악하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가 지난 2월 3일 오후 서울동부지검에 소환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MB 범죄, 특검과 검찰이 면죄부.. 국민들은 꾸준히 의심”

“다스도 있고 BBK도 있긴 있는 데 2007년 대선 직전에 검찰도 한번 살펴봤고 BBK 특검도 살펴봤는데 다 MB와 상관없다고 면죄부를 준 거잖아요. 수사기관이 살펴봐서 면죄부를 준 마당에 그건 아니라고 얘기할만한 게 없잖아요.

또 하나 전 궁금한 게 있었어요. 정예부대인 특검과 검찰이 살펴보고 아니라고 했는데 사람들은 계속 의심하는 거예요. 저는 주목할 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럼 다스는 누구 거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거 MB 거 아니야?’라고 얘기를 하면서도 사람들은 뚜렷한 근거는 못 댄단 말이에요. 거기에 대한 제 나름의 답변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책 쓰기 시작했죠. 풀지 못한 숙제라고 생각했거든요, 보도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화장실 가서 뒤를 보고 안 닦은 느낌 있잖아요. 제 손으로 풀어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작년에 파업이 있었고 2012년 이후 두 번째 장기파업이었잖아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방송기자라 하더라도 방송을 통해서만 세상에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책으로 쓰면 어떨까 했죠. 책도 있을 수 있고 인터넷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사람들이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으로 쓰면 MB의 재산 형성 과정들을 한눈에 본다면 MB의 재산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을 생각한 거죠.”

“이시형 전세자금, 이팔성→MB 불법자금”

- MBC가 정상적으로 보도를 했다면 책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그 당시 보도를 다 했다면 안 나왔을 수도 있죠. 최근에 MBC 법조팀 강연섭 기자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이시형의 전세자금 출처를 보니까 이팔성이 MB에게 건넨 불법자금이라고 검찰이 수사했다고 나왔더라고요. 그 당시 제대로 취재를 했고 제대로 수사를 했더라면 지금 MB 불법자금의 실마리는 찾을 수 있었겠죠. 그러면 지금까지 6년이란 오랜 시간이 안 걸렸을 수도 있겠죠.”

- 언론이 제대로 보도 안 해서 MB가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제가 머리말에도 썼지만, 정명에 대한 이야기를 했거든요.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한 게 맞죠. 2007년 대선 직전에도 그랬죠. 정치 공방의 소용돌이 속에 검찰이 휘말려 들어갔고 언론도 마찬가지죠. 제 역할을 못 했어요. 수사 기관도 제 역할을 못 했죠.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도 있겠죠.”

   

- 표지에 대해 설명 해주세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근수 화백의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 MB입니다’ 작품이거든요. 그 위를 보면 CEO가 Certainly Error Option으로 확실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CEO라는 말을 뒤집어 설명하잖아요. 출판사가 이 작품 쓰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거든요. MB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공적인 권력을 자신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 권력을 부당하게 썼다는 게 드러나고 있는 거잖아요. 그게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 MB입니다’라는 제목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고요.

또 이근수 화백이 지난 정권 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이 책을 낸 출판사 편집팀에도 두 명의 블랙리스트가 있거든요. 어떤 욕심이나 그릇된 권력의 사용을 지적하는 것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도 문제죠. 앞서 말씀하셨듯 제대로 보도를 했다면 이런 일도 안 생겼고 이 책도 안 나왔을 건데 넓게 보면 표현하고자 했는데 못 했던 거잖아요. 그런 것도 표지에 같이 녹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에 이근수 화백의 작품을 표지로 썼죠.”

- 제목이 ‘MB의 재산은닉 기술’인데 ‘MB의’와 ‘기술’사이에 ‘재산 은닉’ 단어를 삽입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는데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가안이 있었어요. 출판사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한 거죠, 이렇게 하면 숨겨진 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도곡동 땅, 다스, BBK ‘이명박 3종 세트’

- 부제가 ‘이명박 금고를 여는 네 개의 열쇠’예요. 네 개의 열쇠로 ‘돈’, ‘땅’, ‘다스’, ‘동업자’를 꼽으셨던데.

“2007년부터 있었던 의혹이죠. 도곡동 땅, 다스, BBK 등을 ‘이명박 3종 세트’라 불렸거든요. 얼핏 보면 쉬운 것 같지만 상당히 내용이 어려워요. 이걸 쉽게 풀어헤쳐 보려고 했어요. 소설책처럼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단편적으로 일부분만 잘라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일가에 대한 역사, 재산의 역사를 펼쳐서 보여주려고 한 거죠. 기존에 했던 식으로 도곡동 땅, 다스, BBK 하면 식상할 뿐더러 이해하기도 힘들고 재미도 없을 거 같아서 제 나름대로 새롭게 구성을 했죠.”

- 가장 먼저 ‘돈’을 꼽았어요.

“수상한 자금 출처에 대해 수사가 문 앞까지 갔던 거거든요, 수사가 청와대 재정팀과 청와대 부속실에 있던 사람까지 가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그 위는 김백준이고 그 위는 MB 부부잖아요. 그러니까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되죠. 한 걸음만 수사기관이 나가면 실타래 풀듯 밝힐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걸 제일 앞으로 뽑아낸 거죠.”

“‘다스는 누구 겁니까?’에 답 하고 싶었다”

- 다스 부분이 다른 것에 비해 분량이 많던데 지금 주목도가 높아서일까요?

“사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이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봐도 되잖아요. 그 당시에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죠.”

MB 공유지의 희극? 비극!

- 취재해 보니 어때요?

“책 마지막에도 썼지만, 경제학 이론에서 사용되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을 빌려와서 희극이라고 썼거든요. MB 일가는 공유지의 비극이 존재한 게 아니라 희극이 있었다고 썼거든요. MB 주변에는 수많은 재산 관리인들이 등장하고 금고지기가 등장하고, MB 3형제 간의 재산에 대한 경계 없이 서로 도와주고 재산이 오가는 느슨한 구조가 보이는 거죠. 그걸 추적해가다 보면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그걸 공유지의 희극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이 마당에 지금 와서는 희극이 아니라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 “끝까지 의심하되 예단하지 말자. 팩트로 말하자!”라는 문구가 있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 책에서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 다른 기자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사를 쓸 때 가져야 하는 신념 아닐까 해요. 이런 거죠. 사람들이 다스가 누구 거냐고 하면 MB 거래요. 그러면 근거를 팩트로 말해야죠. 기자는 팩트라는 벽돌을 촘촘히 쌓는 작업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자가 수사권이 있어서 그 사람을 불러 자백을 끌어낸다거나 아니면 어디 감춰진 문건을 물리력을 통해 끄집어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검증해보니 이런 팩트가 있었다는 걸, 팩트로 촘촘히 쌓아 보여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그런 말을 한 거죠. ‘다스는 MB 것인데 왜 거짓말을 하지?’라고 시작하는 건 본말이 거꾸로 된 거죠. 이미 결론이 내려진 상태에서 역으로, 그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서 팩트를 찾아가는 거고, 그게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는 상태에서 팩트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는 게 바로 취재죠.”

   
▲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차량에 탑승해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go발뉴스>

<MB의 재산은닉 기술>, 공직자‧언론의 무책임 지적

- <MB의 재산은닉 기술>로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정직과 정명을 얘기했거든요. 최고 권력자뿐만 아니라 공적인 일에 있는 분들은 국민 앞에서 정직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게 제 거라면 얼마나 좋겠냐’ 등으로 여러 차례 말했잖아요. 공사 분별도 중요하죠.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공적인 자리에 있었잖아요. 그리고 이시형의 전세 자금을 운반한 분들도 공무원들이죠. 공적 위치에 있는 분들의 공적 책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 전 대통령이 샀던 내곡동 사저를 국가가 되사는 과정에서도 여러 명의 장관과 차관들이 앉아서 결정했단 말이에요. 공적인 자리에 앉아있는 분들의 최소한의 책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 하나는 언론의 역할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앞서 말씀하셨듯이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한 데 대한 반성이죠. 전체 언론일 수도 있고 기자 개개인일 수도 있죠. 저 자신도 그렇죠. 수사기관도 마찬가지고요. 제 역할을 못 했던 것에 대한 반성, 그런 걸 말하고 싶었죠.”

-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었어요. 국정원 특활비 10억만 인정했을 뿐 나머지는 다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그건 법정에 가서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거 아닐까요. 워낙 본인이 한 말이 많아서 인정할 수도 없잖아요. 맞더라도 인정하면 10년 만에 본인 말을 뒤바꾸는 거라서 진퇴양난에 빠진 거 같기도 해요.”

- MB는 정치 보복으로 몰고 가고 있어요.

“그러나 수사로 드러난 팩트가 있잖아요. 본인이 책임질 게 있다면 져야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사안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해요. 한 발짝 떨어져서 어떤 일이 있었고, 이게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MB의 검찰 소환이라든지 구속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잖아요. 짧게는 10년이지만 MB가 정치권 들어온 걸로 따지면 20년 동안 진행된 일이거든요. 통시적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조망한다면 거기서 분명 배울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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