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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맹”…이재용 재판, 법조팀 우르르 빠지고 산업부 기자로

기사승인 2018.03.05  10: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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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에게는 충실한 옥석 언론사 가릴 기회, 언론은 안정적 광고수입 기회”

언론계 인사들이 장충기 전 삼성그룹 사장(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낸 낯 뜨거운 문자가 추가로 공개됐다. 

4일 방송된 MBC 탐사보도 전문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삼성은 보도 책임자들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며 동향을 수집하고 보도 방향을 관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시작되자 법조팀 기자들이 우르르 빠지고 산업팀 기자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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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가 공개한 일부 문자를 보면 2016년 11월7일 MBC 김주만 기자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보도국장과 편집회의 간부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 곧바로 장충기 사장에게 보고됐다. 해당 게시판은 보도국 구성원들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2016년 4월5일 총선을 앞두고 연합뉴스 조모 상무는 “총선 이후 식사 한번 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인데 혹 틈을 낼 수 있느냐”며 “동지인 MBC 김장겸 본부장과 같이 하려 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최기화 전 MBC 보도국장은 장충기 사장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형님 귀하 선물 감사하다, 별 보탬도 되지 않는데 늘 신세만 진다”(2015년 5월), “형님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좋은 공연 표 보내주셔서 감사하다”(2015년 4월) 등의 문자를 보냈다.

   
   

제일모직이 상장된 2014년 12월18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장충기 사장에게 “방송은 K, M, S 모두 다루지 않겠다고 한다”며 “종편의 경우 JTBC가 신경이 쓰여서 김수길 대표께 말씀드렸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고 언론 보도를 조정한 상황을 전했다. 또 “신문은 말씀하신대로 자극적인 제목이 나오지 않도록 잘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 남매는 제일모직 상장으로 730배에 달하는 5조8천억 원의 차익을 얻었지만 해당 뉴스는 지상파의 메인 뉴스에 보도되지 않았다. 

   
   

매년 국고보조금 300억원을 넘게 받는 국가기관통신사 연합뉴스의 이모 편집국장의 노골적인 문자도 공개됐다. 

2015년 7월10일 황영기 당시 금융투자협회장은 연합뉴스 이모 국장에 대해 “기사 방향을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열심이다”며 “나중에 아는 척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이 내려진 바로 다음날인 2015년 7월18일 이 국장은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본다”며 “시간 나실 때 전화 요망한다”고 보냈다. 

이 국장은 또 다른 문자에서 “답신 감사하다”며 “같은 부산 출신이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적었다.

이후 1년 뒤 이 국장은 2016년 7월 “선배님 주소가 변경돼 알려드린다”며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 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문화일보 김모 광고국장은 “문화일보, 그동안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물론이고요. 도와주십시오. 저희는 혈맹입니다”라는 낯뜨거운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시작되자 삼성과 언론의 결탁은 정점을 찍었다. ‘스트레이트’는 “삼성에게는 어떤 언론사가 자신에게 충실한지 옥석을 가리는 기회가 됐고 언론사 입장에서는 삼성에게 잘 보여서 안정적인 광고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삼성 재판은 방청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삼성 직원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주고 입에 맞는 기사를 써주는 기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줬다. 이어 재판이 끝나면 밥과 술을 사주며 ‘특검이 증거도 없이 저런다’는 식의 얘기를 반복적으로 했다.

또 국정농단 초기부터 취재해왔던 법조팀 기자들이 산업부 기자들로 대거 바뀌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기소된 2017년 2월 무렵, 산업부 기자들이 집중 투입됐는데 30여개 언론사 법조기자들이 동시에 손을 뗐기도 했다. 

당시 법조 출입기자 B는 “어느 정도 회사가 자리 잡혔다 싶은 회사들은 전부 빠졌다”고 했고  산업팀 기자 B도 “75%는 산업부였던 것 같다, 법조팀 기자보다 4~5배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법조 출입기자 A는 “산업부장이 ‘삼성이 이번 일을 통해서 광고를 줄이든가 내리든가 하는 작업을 한다더라’고 했다”며 “이 얘기 안 들은 기자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기자 중에 ‘삼성이 이번 사건으로 광고를 책정한다더라. 조정한다 하더라. 재판을 통해서’”라고 했다. 

   
   
   

실제 삼성의 의도대로 산업부 기자들이 재판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기사 방향은 달라졌다. 

당시 법조 출입기자 A는 “서로 누가 이재용을 더 속된 말로 빨아주나(좋게 써주나) 경쟁하는 장이었다”며 “기술적으로 어느 누가 더 법적으로 해석해서 이재용이 죄가 없다고 잘 쓰나였다”고 했다. 

그는 “(타사 기자들과 함께 있는)단톡방에서 자기네 신문 1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예술이다’며 비꼬는 말들, ‘야 우리는 이래. 우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 ‘야 우리는 아예 1면이 갤럭시 광고야’ 이런 식의 자조 섞인 농담들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2017년 7월 25일 현직 검사인 이영상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재판에 출석해 우병우 민정수석의 지시로 2014년 7월~9월 사이 ‘삼성 리포트’를 직접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메모에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모색’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국민연금 의결권’, ‘경제민주화 법안’ 등의 구체적 지원 방안은 물론 ‘경영권 승계’ ‘이재용 체제’ 등 청와대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우려한 정황의 문구들이 나왔다. 

   

당시 산업팀 기자 B는 “우병우 수석이 삼성 경영권 승계라는 말을 해서 그 지시를 내렸다는 걸 증언을 했다”며 “당연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결된 지시일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추측할 수 있고 기자라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은  <소문난 청와대 문건에 알맹이 없다>라거나 <청와대 문건 작성자 “삼성 리포트, 리서치 차원…합법적 작성”> 등으로 보도했다. 

법조 출입기자 A는 “조선일보에서 삼성 광고가 빠지면 조선일보가 버틸지 궁금하다”며 “(조선일보도) 못 버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보다 삼성이 더 센 거 같다, 대통령은 언론이 밀어낼 수 있었지만 삼성은 언론이 못 밀어냈으니까”라며 “여론은 기자들이 만드는데 그 기자들은 거의 삼성의 홍보, 삼성맨인데”라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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