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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KBS 전국민 만든 방송, 신뢰회복이 제일 중요”

기사승인 2018.02.19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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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03] 박대기 KBS 기자

어느덧 언론노조 KBS본부(비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 새노조)이 중단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KBS 기자들이 업무에 복귀한 건 이제 겨우 2주가 되어 간다. KBS 새노조의 파업 중단 후에도 KBS 기자회는 제작거부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KBS 기자협회는 왜 파업을 이어 갔을까? 그것이 궁금해 지난 12일 서울 이대역 근처 커피숍에서 눈사람 기자로 잘 알려진 박대기 KBS 기자를 만나 제작거부를 이어온 이유와 업무 복귀 이후 보도국 분위기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박대기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박대기 KBS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 KBS 기자협회가 제작 거부를 풀고 업무에 복귀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는 뉴스편집 일을 하며 밤과 새벽에 일하거든요. 아시다시피 일 안 하다 일을 하니까 밤샘 근무가 힘들었는지 입안에 염증이 많이 생겨서 치과 다녀요.” 

- 밤샘 근무하면 시차 적응은 되세요?

“예전에 1년 반 정도를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나름 적응했는데 다시 적응하려니까 많이 힘드네요(웃음). 편집을 다시 하더라도 편집하면서 본업이 기자기 때문에 취재하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편집만 해야 할 것 같아요.” 

“릴레이 발언, 새벽 1시라 많이 추웠지만 시민들 응원 큰 힘 돼”

- 제작거부를 계속 이어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시다시피 저희 사장은 해임됐지만 사장이 임명한 간부들은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그들도 많은 과실을 저지르고 저희 뉴스를 사람들에 신뢰를 잃도록 만드는 데 기여한 분들이에요. 뉴스를 똑같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제작거부를 통해 뉴스를 바로 잡기 위한 요구안을 제시해서 일부는 안 받아들여졌지만 일부는 받아들여져서 저희가 제작거부를 끝내고 들어간 거예요.” 

- 사람이 바뀌지 않았잖아요.

“네. 사람이 안 바뀐 게 제일 큰 문제인데요. 일단 사람은 그대지만 법에 정해진 회사에서 공정한 뉴스를 만들기 위한 제조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뉴스 방향이나 편집에 문제가 있으면 평기자가 사측을 만나서 문제점을 얘기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법적으로 보장된 보도위원회라는 게 있어요. 그런데 그동안 열리지 않았어요. 그걸 구성해서 열겠다는 정도는 받아들여진 거죠. 그러나 정상적인 업무지시는 그대로 내려오는데 그 외의 파업한 기자들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하는 장치가 과거에 비해 강화된 겁니다.” 

- 복귀 후 KBS 뉴스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희 뉴스를 유심히 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몇 가지 특종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기무사에서 댓글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라든지 광주 쪽에서 특종한 건 게 5.18 관련 보도 등 몇 가지 특종을 거의 매일 냈거든요. 그런 게 달라진 점이긴 한데 저희가 봐도 아직 전체적으로는 예전 틀 그대로여서 잘 못 느끼실 것 같아요. 하나씩 바꿔가려고 합니다.” 

- KBS 새노조가 파업할 때 광화문에서 진행한 릴레이 발언에도 참여하셨잖아요. 추운 날이었는데 어떠셨어요?

“추운 날이었고 그때가 새벽 1시라서 많이 추웠죠. 사실 제가 유명해진 것도 그렇지만 추위엔 자신 있는 편이었어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3시간 정도 말해서 강함을 보여주자고 했어요. 그러나 실제는 한 시간 20분밖에 못했어요. 저도 나이가 들었는지 발끝부터 시리더라고요. 발끝부터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해서 그 정도 밖에 못 한 거죠.” 

- 어떤 이야기를 하신 건가요?

“그동안 KBS에 몸담으며 느꼈던 것 그리고 좋은 회사에서 회사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시민들은 잘 모르시잖아요. 안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죠. 그리고 이사장과 사장에게 ‘직원을 동료 후배로 생각하면 이렇게 나오지 않을 거다. 왜 우리가 홍위병이냐, 우리가 원하는 건 법에 정해진 공정 방송을 이루는 것인데 법대로 하자는 홍위병이 어디 있나? 홍위병들은 과거 권위를 무조건 무시하자는 얘기인데 저희가 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는 얘기를 나름대로 호소했는데 잘 안 들으셨나 봐요(웃음).” 

- 추운 새벽 광화문 광장에 시민이 없을 것 같아요. 말해도 반응이 없어서 힘들진 않았나요?

“그날 MLB 파크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두세 분 정도가 오셨더라고요. 핸드폰으로 전광판 만들어서 응원해 주셨어요. 그분들 말고도 유튜브에서도 댓글로 응원해 주셨거든요. 응원이 힘이 됐습니다. 갑자기 나오셔서 반갑고 고맙더라고요. 인터뷰를 통해 MLB파크 분들에게 감사드리고요.” 

-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집에서 메모지 펴놓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써보고 추운 날인데 당시 초겨울이라서 아직 파카가 없었거든요‘ 인터넷으로 싼 패딩 찾아서 그걸 입었죠. 오랜만에 나름대로 유튜브이긴 하지만 시민 앞에 서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하게 보이려고 했으나 제 본판이 그렇다 보니 어떠셨을지 모르겠습니다.” 

- 지원하신 건가요?

“사실 순번을 짜서 며칠 뒤 말하기로 돼 있었는데 밤 12시 즈음 눈이 오더라고요. 제가 자려고 누웠는데 ‘눈 오는데 잘 거냐’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광화문으로 달라 갔죠(웃음).” 

   
▲ 박대기 KBS 기자 <사진=KBS 새노조>

- 고대영 전 사장 해임되었다는 소식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어요?

“그때는 집회가 중단되고 떠나신 분이 많았는데 저는 동료들과 남아 있었거든요. 저희는 그 뉴스가 믿기지 않았어요. 왜냐면 너무 오래된 파업이었거든요. 실감이 안 나는 거예요. 저희끼리 웃었지만, 힘이 안 나는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 했다는 생각 때문에요. 저희 바로 옆에 있던 친구는 자녀가 세 명 있는 PD였어요. 외벌이로 자녀 세 명이면 힘든 데 5달 월급 못 받은 거잖아요. 그 친구가 고 사장 해임되기 두 달 즈음 전에 ‘대기야 앞으로 나는 한 달이 한계다. 한 달 지나면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두 달이 그때부터 지난 거예요. 어떻게 버틴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버텨서 제 옆에서 얼싸안으니까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 해임될 건 어느 정도 알지 않았나요?

“제가 말단 조합원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너무 오래된 파업이고 중간에 여러 번 연기됐거든요. 그래서 그날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웅성거리다가 흩어지는 분위기였어요. 낮부터 집회했는데 결론이 안 나니까 오늘 안 되는가보다고 몇 명은 구내식당에 밥 먹으러 가고 그런 식으로 되던 상황이었어요.” 

“JTBC ‘세월호‧국정농단’ 보도에 우린 왜 못할까, 마음 아팠다”

- 파업 중 가장 힘든 건 무엇이었어요?

“가족들이 해고에 대한 걱정을 해주셨어요. 또 하나는 파업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람들이 되게 예민해져요. 나이 드신 선배님도 많았거든요. 그분 뜰은 하루하루 벌이가 되더라고요. 어떤 분은 아파서 집회 현장에 못 나오시기도 하고 지금도 몸 약하신 분 있죠.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낮아 파업 안 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그건 놀거나 쉬는 게 아니에요. 왜냐면 임금도 못 받는 데다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거 같아요.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자녀가 있어서 견디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월급 못 받아서 어떻게 생활했어요?

“사실 저는 맞벌이라서 나은 편이었어요. 수입이 없으면 그만큼 안 쓰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커피숍 갈 거 커피믹스 타 마시고 밥도 구내식당에서 먹어요, 저는 아직 자녀가 없어서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어요. 자녀 있는 분들이 많이 고생하셨죠.” 

- KBS는 투쟁이 10년 가까이 되어서 힘들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중간에 서로 예민해지고 누가 변절했다는 얘기도 있었죠. 어쨌든 고 사장이 임명한 간부들과 일을 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러다 스트레스받는 일도 있어서 그런 것도 힘들고 우울한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좋은 뉴스도 했거든요. 예를 들어 많은 분 기억하시겠지만, 문창극 총리 내정자 낙마 보도라든지 볼만한 뉴스도 때때로 많이 했어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안 좋아지고 있었죠.

기자들은 대부분 뉴스 만들겠다고 회사 입사한 사람들인데 뉴스가 잘 안 되면 마음이 아프죠. 특히 세월호 때 컸던 것 같아요. 세월호 이후 JTBC가 치고 나오는 걸 보면서 우리는 왜 저렇게 못 하나 했죠.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때 JTBC가 열심히 보도해서 부패한 권력의 뿌리를 잘라냈잖아요. 그 과정에서 저희 회사가 적극적으로 참여 안 한 것도 마음이 아프죠.”

- 촛불집회 때 MBC와 KBS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내부 구성원이라서 안타까웠을 것 같은데.

“그렇죠. 저희가 제대로 보도를 못 했기 때문에 욕먹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 문제는 현장에 나가는 기자는 제일 어려요.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고 착해서 안에서 화내고 저항했던 사람들인데 욕은 그들이 먹고 정작 욕 먹어야 할 사람들은 욕을 안 먹는 거예요. 그런 걸 보는 게 마음 아팠죠.” 

- 이직 생각은 안 하셨어요?

“저희 회사에서 훌륭하고 뜻 있는 몇 분이 뉴스타파로 가셨어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심인보 기자가 저 울산에 있을 때 사표 내신 거예요. 전화해서 나가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 인생을 더 이상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기는 취재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까요. 그 말을 하시니 못 잡겠더라고요. 가셔서 훌륭한 보도를 하세요. 그 정도로 강한 결의가 없는 저희는 남았죠. 또 하나는 언젠가 시민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며 남아 있는 거죠. 사실 심인보 선배같이 훌륭한 기자가 나가다 보니까 저희도 타격이 컸죠.” 

   
▲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 <자료사진=이영광 기자>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 적극 의견 개진…일방적 뉴스 안돼”

- 이제 파업이 끝나고 KBS 뉴스를 정상화 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어요. 이명박 정부 이전 KBS는 가장 신뢰받는 방송이었어요.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제일 중요한 건 언론 본래의 윤리나 기능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저는 제일 큰 게 신입 기자 시절 훌륭한 선배가 말씀하신 게 저희는 전 국민으로부터 시청료를 받았어요. 재벌 총수도 2500원 내고 평범한 시민도 2500원 내잖아요. 저희는 큰 광고주라든지 큰 권력이라기보다 모든 국민이 손으로 만든 방송이라는 걸 항상 명심해야 하고 눈높이도 서민 등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 점이 KBS의 장점이었고 KBS가 회복해야 할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재벌 권력이나 다른 권력이 서민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잖아요. 항상 서민의 편에서 권력을 관찰하고 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보도를 다시 해나간다면 회복할 거라 생각합니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뉴스 진행 방식을 바꾸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제일 큰 건 신뢰 회복인 거 같아요. 좋은 보도를 해나가면 언젠가 시민들도 진심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많은 경우 훌륭한 언론도 광고주 약하거든요. 광고주가 없으면 회사 존립이 어려워서 본래 뜻이 퇴색당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래서 뉴스타파 같은 경우 시민의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되잖아요. 저희 회사처럼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가 좋은 저널리즘을 이어갈 수 있다면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나 그동안 그 값을 못 했기 때문에 다시 회복해야 할 것 같아요.”

- 현재 방송의 지형은 1위가 JTBC고 2위권이 SBS와 MBC고 3위가 KBS예요. 이걸 어떻게 바꾸느냐가 문제일 것 같은데.

“저도 손석희 사장님 인터뷰나 책 열심히 읽었는데 대단한 언론인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역사상 드문 언론인이죠. JTBC가 성공한 건 저널리즘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을 끌어 내리고 세월호 참사에서 추모 분위기를 방해하려는 세력에 맞서서 유가족 입장에서 보도했잖아요. 그런 게 처음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점차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 같아요. 저희도 본래의 저널리즘 원칙으로 돌아가서 할 수밖에 없죠. 물론 그분들이 워낙 잘해 놓으셔서 그분들을 넘을지 모르지만, 저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거기에 덧붙어서 저희가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2000년대 초 탐사 보도를 시작했거든요. 그때 기자들이 많이 남아 있거든요. 그분들을 통해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심층적인 탐사보도를 하며 저널리즘 관점까지 하면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MBC도 잘 해보자고 하다가 잘 한 것도 있지만 일부 보도는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잖아요. 그걸 보면 안타깝더라고요. 좋은 의도도 했는데 약간 성급하거나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든요. 과거처럼 일방적인 뉴스가 아니라 상호교류하는 뉴스가 되더라고요. 저희는 조급하게 만들기보다 좀 더 차분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 과도기 체제에서 다양한 취재팀을 운영해요.

그동안 저희 뉴스가 못 담았던 주제들을 다양한 취재를 통해 담아내고 너무 조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희도 과거처럼 만들면 안 돼요. 하나 더 조심 하고 하나 더 검증해서 팩트 확인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6개월 동안 파업할 수 있던 동력은 많은 시민이 지지해 주셨어요. 그런 게 큰 힘이 됐거든요. 제 생각에 KBS가 버려지기에는 아까운 거 같아요. 왜냐면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세운 방송사인데 이대로 잊히는 건 안타깝죠. 저희가 잘해야겠지만 저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길로 가는지 계속 지켜봐 주시고 비판이 필요하면 비판해주시고 격려가 필요하면 격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출항을 시작했어요. 물론 완전한 출항은 아닐 수 있지만요. 좀 더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분야 저희 뉴스를 봐주시고 고칠 점이나 잘하는 점을 체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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