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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기억상실증과 IOC 서한 ‘쇼잉’ 역풍

기사승인 2018.01.22  17: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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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이명박‧박근혜 정권때는 평창 유치 ‘치적’으로 홍보하더니..

“더 이상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북한의 체제선전장으로 둔갑되어 선 안될 것입니다. 이는 IOC 헌장에 분명히 명시된 올림픽의 ‘정치 중립성’ 원칙에 위배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려를 담아 IOC 및 IPC 지도부에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또한 우리의 평창올림픽을 정치도구화시켜 북한에 내어주는 남북합의 결과를 이제라도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다 내어준들 평화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이기도 한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일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서한을 국제올림픽 위원회에 보냈다고 밝혔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남북 단일팀을 위한 선수 명단 확대가 공정 경쟁 정신에 어긋나는 동시에 북한이 체제 선전에 나서게 되면 올림픽의 정치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 이행에 사로잡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라며 같은 날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김정은 독재 체제 선전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쓴 홍준표 대표와 한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이) 오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북측 대표단은 운동경기 선수 외에는 최소한이어야 한다”며 “시범단과 예술단 공연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북한의 참가로 ‘평화올림픽’으로 규정되고 남북관계 개선의 홍보 효과를 내고 있는 평창올림픽에 재를 뿌리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과 같이 ‘북한팔이’, ‘종북몰이’, ‘안보상업주의’를 유지해야만 생존에 유리한 입장에서 남북 관계는 계속해서 경색 국면과 악화 일로를 걸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나경원 의원의 서한 정치는 일각에서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이 시대 일부 정치인들의 시대정신이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현재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에게 북한이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그런 문제인 걸까. 시계를 나 의원이 2013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2012년으로 돌려보면 답이 나온다. 

   
▲ 2013년 11월19일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나경원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나경원의 기억상실증, 혹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이번에 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에 북한 정식 선수단을 초청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불과 5년, 6년 전이다. 2012년 6월 당시 2013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나경원 조직위원장은 “북한에도 서한을 보내 참가를 요청한 상태”라며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참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SOI(Special Olympics Incorporate,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였다.

그해 8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또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은 장애인 문제에 한 걸음 진전했다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지만 이런 문제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나 위원장은 북한의 스페셜 동계올림픽 참가가 “남북통일을 함께 고민하는 방법도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공공연하게 설파한 주장이었다. 즉, 한두 번의 발언이 아닌 확고한 의지를 지난 ‘철학’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당시 나 위원장은 북한의 평창 참여가 ‘통일’과 ‘남북문제’는 물론이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인물이었다.

본인이 조직위원장이었던 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 당시는 북한 참가에 공을 들이고 열을 올렸던 것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끝내 북한이 참가하지 않았던 사실을 곱씹는다면,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는 쌍수 들고 환영해야 하지 않겠는가. 2012년의 조직위원장 나경원과 2018년 야당 의원 나경원은 동명이인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위해 북에 서한까지 보냈던 장본인이 이제 와서 북한 참가를 ‘정치도구화’라고 규정하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기인하는가. 단순히 그때는 여당이고, 지금은 야당이기 때문인가? 이러한 ‘무논리’는 “통일은 대박”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남북관계 진전에 일말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던 박근혜 정권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눈을 의심케 하는 나경원의 말 바꾸기

“눈을 의심했습니다. 평창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을 반대하다니!”

맞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 ‘선택적 기억 상실’에 의한 반대가 판을 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자유한국당의 작태가 도를 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몰아붙이는 ‘종북몰이’로 확대시킨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그 선봉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했다. 더불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21일 본인들의 소셜미디어에 하루 전날 IOC에 서신을 보냈다고 밝힌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이 IOC에 공문을 보내 남북단일팀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했다는 것인데 온 국민이 가장 평화적이고 성공적인 게임을 치루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마당에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가 힘들게 유치한 국가적 행사입니다. 아니 세계적 평화의 제전입니다. 거의 10여 년에 걸쳐 수조 원의 돈을 투자하고 온갖 정성을 다해온 것입니다. 북한선수단의 참여에 온 국민과 세계가 안도하고 성공을 예감하게 된 상황이 아닙니까.” (박원순 시장)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설득해 평창올림픽 대화 무대에 끌어낸 정부를 도와 주진 못 할망정, 어떻게든 깨지고 망치기를 바라는 무리들.

‘안 왔으면 좋겠다’니요? 강원도민은 물론 국민과 세계의 적이 되고 싶은 겁니까? 지난 스페셜올림픽 때 ‘북한이 참여하면 남북화합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을 초청하기도 했던 나경원 의원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하지만, 나 의원의 기억상실증에 이은 이중잣대는 그대로였다. 주말 동안 포털과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나 의원은 2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헌데, 그 소신의 논리가 빈약하기 그지 없어 보인다. 

“저는 그 부분(단일팀)에 대해서는 환영합니다. 북한팀 참가 자체에 대해서는 저도 환영하는데 그 나머지 것들. 단일팀을 구태여 만든다든지 그다음에 마식령 스키장에 가서 공동 훈련을 한다든지 또는 금강산의 전야제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저는 찬성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빙상경기훈련관을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나 의원은 그러니까 단일팀 자체는 환영하지만, 여타 단일팀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운영의 묘’에 가까운 반대한다는 논리다. 이 정도면 가히 ‘어깃장’ 수준이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국제사회 분위기와 안 맞는, 또 지금 현재 남북관계와 안 맞는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IOC와 국제 사회의 ‘평화’를 염원하는 분위기와 역행하는 잣대를 내놨다. 

한술 더 떠, 나 의원은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것”이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최근 보수언론이 청년층과 문재인 정부를 유리시키기 위한 논리와 판박이인 셈이다.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언제부터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의원이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출전권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는지, 대놓고 딴죽걸기가 아닌지 하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결국 스킨십이 아니라 이벤트이고 쇼잉(Showing)이 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죠.”

나 의원은 남북 단일팀과 관련된 일련의 일정들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다시 묻자. 과연 ‘평화올림픽’을 위한 ‘남북 단일팀’의 행보와 나 의원의 반대 서신과 이후 일련의 액션들 중 어떤 행위가 더 쇼잉인지 말이다. 

IOC에서 안건을 상정되지도 않았던, 그에 앞서 시기조차 늦었던 반대 서신을 보냈던 나 의원이 보란 듯이 국내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소셜미디어 영상을 게재하는 것이야말로 ‘국내용’ 쇼잉 아니겠는가.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 청와대 청원, 20만 넘길까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로 끝나야 하는데 자꾸 정치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다 보니 무리가 생긴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기대하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때묻지 않은 열정과 도전, 성취의 감동을 평창올림픽에서 맛보고 싶다.”

‘올림픽과 정치’라는 <조선일보>의 20일자 논평의 끝머리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치인들이 참고하는 논리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부가 남북회담을 통해 금강산 올림픽 전야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스스로 ‘올림픽과 정치’를 엮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평화’나 ‘세계인의 이목’에 집중하기보다 오로지 ‘북의 전략’과 ‘북핵’만 바라봤던 것은 보수언론과 야당 정치인들 아니었던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면서 남북 이슈가 화제가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수순이다. ‘축제’와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데다 2017년 북핵 문제와 트럼프 정부와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갈등이 전 세계적 이슈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어쩌면 예정된 수순인 셈이다. 

비록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단일팀 논란은 급하게 추진한 데서 오는 비판과 잡음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북합동 문화행사나 남북공동 훈련 등을 두고 ‘평양올림픽’이라든지 ‘북의 체제 선전’ 운운하며 전면적으로 막아서는 행태는 볼썽사납다. 

마치 사드 배치나 한일 위안부 합의를 강행하고 찬성했던 자유한국당과 보수 정치인들이 문재인 정부 이후 자신들의 책임은 하얗게 잊고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일삼는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평창올림픽 유치와 진행 과정에서 ‘치적’으로 홍보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당시 여당 아니었던가.  

22일 오후 3시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 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나경원 의원이 IOC에 반대 서한을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0일 이후 불과 사흘 만이다. 그 사이,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은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 프레임으로 덧씌우는데 혈안이 됐다. 아마도 이러한 프레임은 평창올림픽 기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기억상실증과 내로남불에 시달리는 나경원 의원과 자유한국당과 같은 극우/보수 세력이 결국 평창올림픽을 당리당략에 어떻게 이용하고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키는지, 그 쇼잉의 끝이 어떻게 국익을 훼손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 청원이 과연 청원 수 20만을 넘겨 청와대가 직접 답변에 나서게 될 지와 여부와 함께. 

   
▲ <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캡처>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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