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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516일’ 백승우 “한국 극우, 일본 극우를 흉내내고 있다”

기사승인 2017.11.30  17: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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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83] 백승우 감독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화 했다. 당시 정부는 90%가 넘는 역사학자들의 반대에도 2017년부터 역사 교과서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1600만 명의 촛불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교과서는 좌초 되었고 새정부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교과서 정책을 폐기했다. 

국정교과서 진행과정을 다큐 영화가 지난 23일 개봉했다. 바로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의 신작인 <국정교과서 516일: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이다. 영화 제작 뒷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8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백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백승우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백승우 감독 <사진=이영광 기자>

“지금은 촛불이 승기 가졌지만 가만히 있으면 뒤집어질 것”

- 영화 <국정교과서 516일: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이 개봉한 지 5일 정도 지났어요. 반응이 있나요?

“영화가 안 알려져서 많은 사람은 이 영화가 개봉한 지 몰라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일단 보신 분들은 고맙게도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기대를 합니다.” 

- 영화는 극장 관객이 없으면 금방 내리니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극장들이 기다려주지 않죠. 고민이 많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인연이 거기까지라면 할 수 없죠. 다행히 뜻있는 단체들의 공동체 상영의뢰도 들어오고 가능한 많은 분이 봐 주시길 바라는 데 쉽지는 않네요.” 

- 개봉관 잡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대놓고 싫어하시는 분은 없었어요. 다만 연말이고 대작들이 들어오는 시기라서 스케줄상 어려움이 있었던 거로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립 영화가 저희 영화를 위해 자리를 내줬다는 게 굉장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 다큐멘터리 영화 ‘국정교과서516일 :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포스터 <사진출처=아우라픽처스>

- 이 영화는 어떻게 제작하시게 된 거예요?

“어느 날 보니 극우 정권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 두 개를 넘었다고 생각한 거죠. 첫 번째는 세월호였고 두 번째는 국정교과서라는 역사였어요. 아시다시피 세월호 문제는 재가 현장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게 많은 독립영화 감독님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와 기록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록이 돼 있다는 것에 대해 안심을 했어요.

그런데 국정교과서 얘기를 아무도 하지 않길래 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지영 감독님을 찾아가서 ‘국정교과서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더니 감독님 반응은 ‘내가 왜 그 생각 못했지?’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건 하자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하게 됐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정 감독님 회사 자체가 일종의 블랙리스트라서 제작비 만드는 게 여유가 없었는데 정 감독님이 요즘 크라우드 펀딩 많이 하는데 우리도 해보자고 해서 ‘다음(daum) 스토리 펀딩’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했고 다행히 많은 분이 호응해서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 왜 국정 교과서는 다른 분들이 기록 안 했을까요?

“일단 이건 현상보다는 개념에 대한 공격이잖아요. 일반 상식에 대해 여러 가지 공격이 있었죠. 세월호 같은 경우는 영화에서 굳이 맹자를 인용한 이유도 인간 본성인데 아이들이 죽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얘기하는 걸 종북 취급하는 건 눈에 보이는 공격이고 누구나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격이에요.

그에 반해서 국정교과서는 개념 철학 역사 개념들에 대한 공격이라 눈에 확 드러나지 않죠.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세월호만큼 크게 이야기 안 된 측면이 있죠. 그런데 제가 영화 찍으면서도 계속 느끼고 영화 안에도 나오는 것처럼 많은 사람은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서 많이 화가 나 있었던 거죠.”

- 영화 첫 화면이 2003년 일본 후쇼사 교과서 이야기로 시작되잖아요. 그럼 역사전쟁의 시작을 2003년으로 보시는 건가요?

“역사전쟁을 2003년으로 보지 않아요. 역사전쟁은 역사가 기록된 이후로 계속 있었고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봐요. 다만, 제가 바라보고 그러길 바라는 바람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하는 것이 다수가 되는 거죠. 지금 국정교과서 본질에는 ‘떠들지마 너희들 시키는 대로 해’가 그 사람들 주요 철학이었다면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 민중의 이야기를 정책에 귀 기울여서 정책에 반영해’라는 게 상식이잖아요. 저는 이 둘 간의 싸움이었다고 보고 지금 현재는 촛불에 의해 우리가 승기를 한번 가진 거죠. 근데 가만히 있으면 뒤집어질 거라고 보고, 제가 영화 말미에 강조한 것처럼 끊임없이 이어질 거라고 봅니다.” 

- 그럼 첫 화면을 2003년 일본 후쇼사 교과서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스스로 보수라고 변신했지만 극우인 사람들의 특성은 일본 극우를 흉내 내고 있다는 게 제 직관이었고요. 그래서 일본 극우들은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같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일본 후쇼사 교과서 진행방식하고 우리나라 국정교과서나 이전 교학사 교과서하고 굉장히 유사했죠.

그러나 영화 말미 제가 강조한 것처럼 일본과 한국은 분명 차이가 있어요. 일본 후쇼사 교과서는 성공해서 계속 학생들에게 보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던 거죠. 한국은 똑같은 방법이 통하는 나라가 아니었던 거죠. 왜냐면 일본보다 훨씬 민주주의가 발전된 나라기 때문에 똑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 거죠.” 

   
▲ 다큐멘터리 영화 ‘국정교과서516일 :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스틸컷 <사진출처=아우라픽처스>

“민주정부 10년, 극우정권 10년 경험…끊임없는 반성‧토론 없으면 되풀이”

- 그럼 일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세요?

“벤치마킹일 수도 있죠. 우리 극우들이 지금까지 해온 방법을 보면 거의 그 수준으로 갔던 거 같아요.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때 이 사람들이 착각한 게 뭐냐면 일본사람들은 명령하면 복종하는 습성을 가진 거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러나 여전히 한국 극우는 그걸 몰라요. 아마 끊임없이 극우는 계속 그 방법들을 차용해서 시도할 겁니다. 지금도 계속 종북몰이 여전히 하고 색깔론으로 자기들이 살아날 길을 찾으려고 하는 데 더 이상 통하지 않죠.”

-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잖아요.

“어떻게 될지 모르죠. 또 극우 정권이 5년이나 10년 후 다시 돌아올 수 있고요. 하지만 우리가 어쨌든 민주주의 정부 10년을 경험했고 이후 극우 정권 9년을 경험했잖아요. 이건 하나의 교육으로 보아도 될 것 같아요. 우리에겐 두 가지 경험이 다 있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반성하고 토론하는 걸 계속 하지 않으면 5년 후나 10년 후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봅니다.” 

- 역사 왜곡에 매달리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영화에서 선생님이 설명해 주신 것처럼 그들이 원하는 건 말 잘 듣는 노동자를 만들고 싶은 거죠. 대들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말 잘 듣는 노동자를 만들고 싶은 건데 우리는 그러려고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꿈과 삶을 살기 위해 각자가 주체로서 세상에 나온 건데 그쪽에서는 끊임없이 말 잘 듣는 노동자로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삶을 풍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그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봐요.” 

- 국정교과서 이야기인데 세월호와 2015년 민중총궐기 대회도 영화 안에 녹였던데 어떻게 연결된다고 보시는 거죠?

“세월호 이야기가 나올 땐 그 앞에 역사 전쟁에 대한 개념적인 이야기를 학자들이 먼저 해주고 이야기가 끝나면 진보와 보수의 단어정리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보수의 시각으로 봐도 세월호 문제는 맞지 않는 얘기거든요. 아이들이 빠져 죽어가는 데 어떤 보수철학이 그걸 증명할 수 있겠어요? 이건 명백한 극우거든요. 그런 게 전 자연스럽게 보이길 바랐던 거죠.

민중 총궐기 역시 마찬가지로 그 앞에 이상호 기자가 물 쓰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잖아요. 우리 사회가 무겁게 받아드렸으면 민중 총궐기 때 그렇게 까지 물대포가 난발하지 않았을 거고 그렇게 되면 백남기 농민을 비롯해 작게 크게 다친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 일이 없을 수도 있죠.

그런데 이런 흐름이 맨 마지막에 보면 촛불 거리가 나오잖아요. 이미지적으로 봐도 중간중간 문제 제기를 우리가 안 한 건 아니거든요. 문제 제기가 계속 진행되니까 나중에 촛불 때 물대포가 없어졌어요. 이런 흐름도 같이 볼 수 있다고 흐름도 봤고요. 이건 보기에 따라 제가 보지 못한 부분도 끄집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큐멘터리 영화 ‘국정교과서516일 :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스틸컷 <사진출처=아우라픽처스>

- 역사 학자들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배우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게 인상적이에요.

“사실 학생들 인터뷰할 때가 가장 즐겁고 가장 재밌었고 가장 뿌듯했어요. 왜냐면 우리 미래가 밝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거든요. 처음에 학생들 토론 모습은 촬영 전까지 역사수업을 그렇게 하는지 몰랐어요. 저는 제가 학교 때 배우던 식으로 공부하는 줄 알았죠. 그런데 학교 선생님을 인터뷰하는 데 한 선생님이 일 년 수업 내내 토론으로 진행한다는 거예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호기심이 생기잖아요. 인터뷰 등에 배경으로 삽입하는 샷을 B롤(B roll shot)이라고 하는데 B롤을 찍을 겸 가볍게 스케치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하라는 거예요.

교실 들어가 가볍게 스케치를 하는 데 너무 재밌어요. 그래서 정말 정신없이 재밌게 찍었죠. 이 모든 것들을 진행하고 총괄했던 교육부 관계자들은 거의 50~60대란 말이죠. 본인들 기억 가지고 역사 수업을 평가한다는 거 자체가 얼마나 한심하고 제가 현장에서 계속 느꼈던 건 우리나라는 선생님 되었다고 공부 안 하는 선생님은 없어요. 되게 공부하시고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고 연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분들에게 교육부가 엄청난 실수를 한 거죠.” 

- 토론 수업이 신기하게 느껴지던데.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우리 상상 이상으로 사실 영화 말미에 시민들 수준만큼 이 사람들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한 게 진심이거든요. 시민들 수준은 굉장히 높아요. 그러나 정치계나 관료계쪽 사람들 수준이 너무 낮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니 계속해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최소 이들 수준을 우리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하지 않나 합니다.”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욕먹을 각오했는데 朴 빨리 하야, ‘즐거운’ 예상 밖”

- 얼마나 걸렸어요?

“1년 조금 안 되게 찍었어요. 처음 영화 찍을 땐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빨리 내려갈 줄은 몰랐죠(웃음). 그래서 영화 개봉할 즈음엔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욕도 먹고 힘든 게 있을 거로 생각했죠.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 빨리 내려가서 예상 밖이긴 했는데 즐거운 예상 밖이었죠.” 

- 촬영하며 느낀 게 있나요?

“많이 배웠죠. 학교 이야기한 것처럼 제가 평소 대한민국 중 고등학교는 이렇게 운영될 것이란 생각 자체가 사실이 아니었고 실제 각 단위 사람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시고 생각보다 좋은 여건으로 발전해 나가는 게 우리 현실이라서 고정된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저도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반추해서 반성했습니다. 배움은 끝이 없고 평생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메시지는 관객이 알아서 느끼시면 좋겠고 엄밀히 말하면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기는 한데 이 영화를 보고 현재 우리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스스로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GO발뉴스> 자체가 우리 극우 정권을 지나오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한 매체입니다. 그리고 <GO발뉴스>, 뉴스타파,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몇 가지 팟케스트가 대한민국의 정보 시스템을 크게 바꿔놓았다고 봐요. 예전 같으면 정보를 얻으려면 메이저 언론만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여론이 좌우되기도 했는데 인터넷 매체들 때문에 정보량이 다양해졌어요. 실제로 지난 9년간 가장 정확한 정보들은 <GO발뉴스>와 뉴스타파 등이 전해준 정보였어요.

이게 저는 앞으로 한국 사회에 패러다임 시프트 되는 데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GO발뉴스>와 뉴스타파가 힘내시길 바라고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도움 될 수 있고 이걸 보시는 독자들은 끊임없이 이 매체를 사랑해주고 지원해 주지 않으면 우리가 어렵게 이뤄낸 다양성이 또 무너질 수 있어서 열심히 봐주시길 바랍니다.”

   
▲ 이상호(좌) go발뉴스 대표기자와 백승우(우) 감독 <사진출처=아우라픽처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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