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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떠나고 싶었을 때 노조 집행부 찾아갔죠”

기사승인 2017.11.26  1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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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82] 허일후 MBC 아나운서

지난 13일 김장겸 MBC 사장이 해임됐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이하 MBC노조)는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그 순간을 지켜봤다.

긴 이사회 끝에 찬성 5표 기권 1표로 김장겸 사장 해임이 결정 나자 MBC 노조원들은 환호했고 집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아마도 짧게는 지난 5년 길게는 7년의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MBC 노조 교육문화 국장으로 파업 72일 동안 집회 사회를 맡아온 허일후 MBC 아나운서다.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해 지난 20일 서울 상암 MBC 사옥 노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김장겸 전 사장이 해임되던 날을 비롯한 파업집회 이야기와 함께 아나운서국의 지난 5년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다음은 허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장겸 해임, 파업 종료.. “일상을 되찾은 느낌”

- 15일 그동안 부당 전보로 떠나있던 아나운서들이 제 자리로 돌아왔잖아요.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

“지금 아나운서국 안에 그분들이 다 앉을 책상을 만들어서 그전에 있던 아나운서들과 부당 전보되었던 아나운서가 함께 앉아 있어요. 정말 좋죠. 그리고 오늘(20일) 변창립 아나운서가 <시선집중>하시는 걸 다 가서 보고 끝나고 같이 축하해 드리고 회사 구내식당에서 다 모여 밥 먹었어요.

그런 걸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이게 너무 오랜만인데도 익숙하고 편한 거예요. 그래서 무슨 느낌인지 생각해 봤더니 원래 저희 일상이었어요. 선후배가 방송하는 걸 보고 좋은 것과 아쉬운 걸 말하고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서로 일상적인 대화 나누는 거죠. 지난 짧게는 5년 길게는 8년 그들이 저희에게 빼앗아 간 건 방송도 있지만, 일상을 빼앗아 간 거예요.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일상을 되찾은 것 같아서 좋죠.”

- 오늘 변창립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시선집중> 첫 방송이었는데 어땠나요?

“저도 아침에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서 들었는데 오프닝이 좋았어요. 라디오를 통해 변창립 아나운서 목소리를 듣는 게 되게 오랜만이라서 반갑기도 했지만, 사과로 첫인사를 하셨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좋았고 첫 인터뷰를 세월호를 대표해서 예은이 아버님인 유경근 씨가 해주신 것도 너무 좋았고 듣는 청취자분들에게 ‘얘네들이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구나’란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 MBC 표준FM(95.9㎒) 간판 시사 프로그램 '시선집중' 첫 방송을 마친 변창립 아나운서가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동료 선후배 아나운서로부터 축하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15일 김장겸 사장 해임안 소식이 나오자 장준성 기자를 안고 우셨잖아요.

“울지 말자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제가 모든 집회 사회를 다 봤잖아요. 장준성 국장이 오셔서 저를 안고 ‘진짜 오래 걸렸는데 끝났다.’고 했어요. 물론 해야 할 일이 많고 갈 길도 멀지만 일단 시작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이잖아요, 다른 생각이 별로 안 나더라고요. 현실인가란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이 다 울어놓고 무안하니 저에게 계속 ‘니가 우니까 나도 울었잖아’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말도 안 된다. 형이 눈물 나서 운 거지 왜 내 핑계를 대냐’고 그랬죠. 아마 MBC 사람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인 것 같고 저 또한 장준성 기자와 함께 끌어안은 그림은 죽을 때까지 제 머릿속에서 안 없어지겠죠.”

- 노조 집행부라서 파업 집회 사회를 보셨잖아요. 10기 집행부도 하셨지만, 파업 사회는 처음일 것 같은데.

“파업 사회가 처음은 아니에요. 10기 집행부 때 큰 쟁의 행위가 없었지만 2012년 파업할 때 파업이 워낙 길어서 지금은 퇴사한 최현정 아나운서 그리고 같이 있는 서인 아나운서와 파업 사회를 제법 많이 봤어요. 그리고 그전 미디어법 파업할 때도 사회를 안 본 건 아니라서 파업 사회를 보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거나 낯선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주도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해야 되니까 훨씬 책임감이 컸죠.”

   
▲ MBC 허일후 아나운서 <사진제공=뉴시스>

“아나운서‧PD‧기자, 각자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파업 동참”

- 거의 매일 파업 사회 보신 걸로 아는데 힘들진 않았어요?

“사회를 보는 것 자체가 제가 하던 일이잖아요. 그런데 사회를 보다 보니 사진 찍히게 되고 조합원들이 봐주시는 건데 저 혼자 이걸 하는 게 아니라 영상 만들고 편집하고 순서 짜고 프로그램 기획하는 거부터 카메라로 촬영해주고 오디오 세팅해 주는 등 정말 수많은 분들이 각자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번 파업에 함께한 것이거든요, 보도국 기자들은 특별 취재반 꾸려 취재하고 영상 기록팀은 카메라맨들이 나서서 기록으로 남겨줬죠. 저는 각자 자기 부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파업에 참여하는 데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진행을 하는 거라서 저는 그분들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저만 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것 같아요.”

- 주안점은 어디에 두셨어요?

“정확하게 조합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조합원들이 힘들 수 있는 지점을 최대한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위원장이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조합원들에게 전달할 때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옆에서 서포트 하는 게 제 역할이란 생각을 많이 했죠.”

-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

“세월호 유가족분들 오셨을 때 힘들었어요. 너무 죄송스럽고 앞에 앉아 계긴 것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나려고 하는 데 힘들다거나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비교 안 되니 너무 죄송스러운 거예요. 어떤 이야기를 드려도 감히 위로할 수 없는 입장에서 되레 위로를 받고 그 앞에서 무언가를 얘기해야 된다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런데도 오히려 저희에게 힘내라고 하시고 이번에 응원한다는 말씀 듣고 정말 감사했고 죄송했죠. 그 집회 사회도 저에게는 기억에 오래 남고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 사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사회 보며 모인 조합원들 보면 어땠나요?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조합원들 모인 걸 보면 저보다 20년 선배부터 10년 가까이 후배들까지 다 있잖아요, 그걸 보면 MBC가 여러 가지 힘들고 망가진 게 사실이지만 그분들의 눈과 표정을 보고 있으면 다시 한 번 예전 이상의 믿음 주고 사랑받는 언론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많이 느꼈어요.”

   
▲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한 MBC 구성원들이 21일 정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사옥에 걸려있던 ‘음수사원 굴정지인(우물 물을 마실 때는 우물을 판 사람이 누군지 생각하라)’이 적힌 액자를 세월호 추모 현수막으로 가렸다. <사진출처=최승호PD 페이스북>

“지난 5년, 공영방송 중요성 절실히 깨달은 시간”

- 2012년 170일 파업 후 MBC 구성원은 사측으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잖아요. 지난 5년 되돌아보면 어때요?

“5년 돌아보면 끔찍했죠. 회사가 불과 며칠 사이에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쥐 죽은 듯 조용했어요. 서로 대화가 없고 당연히 대화가 없으나 논의와 토론도 없고 위에서 시키면 그냥 해야 했죠. 그리고 그것에 대해 부당함을 이야기하면 다른 데로 쫓아내 버리는 것이 계속 반복되던 회사다 보니 점점 서로 대화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파업 끝나고 아나운서국에 왔더니 다시 한 번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이 좋아요. 지난 5년 저 개인에게는 비극적인 시간이었지만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사에서도 대단히 슬픈 시간이었지만 공영방송이 왜 중요하고 공영방송사가 제대로 된 방송을 하는 게 왜 중요한가를 전 사회적으로 절실히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불이익 받은 게 있겠죠?

“저도 2012년 파업 끝나고 미래전략실로 부당전보 되어서 9개월 동안 다른 부서로 쫓겨나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9개월밖에 안 되어서 어디 가서 말도 못 해요. 9개월도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디들 5년씩 고생하셨잖아요. 그리고 아나운서국에 소송에 이겨서 다시 돌아왔는데 그 이후에도 한동안 모든 방송에서 배제됐거든요,”

- <무한도전>에 출연하신 적 있잖아요.

“2012년 파업 이후 최근에 1번 나갔죠. 김태호 PD가 직접 연락했는데 담당 부장은 되게 어렵게 자기가 국장을 설득했다는 거예요. 제가 ‘애써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하고 녹화를 다녀왔어요. 다른 제작 프로는 안 되는데 중계와 관련된 제작 프로는 보내줬어요. 기준이 애매한 거죠. 이것도 농구 아이템이라 자기가 되게 힘들에 허락받았다는 거예요.

제가 감사하다고 하고 그날 저녁 집에서 생각하는 데 이게 왜 애쓸 일인가요? 농구 중계를 MBC에서 대표적으로 하는 게 저고 저쪽 제작진에서는 농구 중계할 사람이 필요하니 저에게 요청한 건데 농구 캐스터가 저란 이유로 애써야 하고 그게 OK 났다고 왜 고마워해야 하는지요. 저도 모르게 ‘고맙습니다’라고 얘기했던 게 그날 밤에는 되게 괴롭더라고요.”

- 5년 어떻게 버티셨어요?

“동료들 보며 버텼죠. 저보다 더 힘들게 회사를 지키기 위해 안 나가고 버티는 선배들 보면서도 버텼고 제 후배들에게 보여 줘야 하잖아요, 지금 후배들이 되게 놀라요. 방에서 활기차게 대화하고 토론하니 이 아이들이 처음엔 적응 못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내가 예전에 너희들에게 얘기했던, 내가 너희 연차 때 봤던 모습이 이거다’라고 얘기했어요. 그걸 정말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 허 아나운서에게 MBC는 어떤 의미인가요?

“어렸을 땐 꿈이었고 입사한 이후에는 제 회사였죠. 그리고 회사가 망가졌을 땐 저희 집이 망가진 기분이었고 지금은 집을 고치고 있어서 고쳐진 집을 생각하니까 고치는 게 힘들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죠.”

“새경영진 꾸려지면 퇴사자들 함께 홈커밍데이…”

-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아나운서들이 가장 피해를 봤잖아요. 그래서 12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죠. 떠나는 동료를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떠나는 걸 보는 게 진짜 힘들었죠. 근데 잡을 수가 없어요, 왜냐면 그분들이 진짜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나가고 싶어서 나간 게 아니에요. 한 조직에서 가장 슬픈 순간은 이 회사에서 자기를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계속 모욕감을 주고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건드리니까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그분들이 나간 거거든요. 아직 확정된 건 전혀 없는데 새로 경영진이 들어오고 새 아나운서 국장이 오면 저희 홈커밍데이 한번 하려고요. 그래서 파업 이후 퇴사한 아나운서들을 상암 MBC 아나운서국에 초대해서 파티 한 번 하려고요.”

- MBC 떠날 생각 한 적 없었어요?

“왜 없었겠어요. 당연히 있었죠. 그러나 그거보다 제 후배들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전 관계가 중요한 사람이라서 선후배들 사이 중간 고리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회사를 나가고 싶다고 느꼈을 때 조합 집행부를 갔죠.”

- 집행부를 안 했다면 떠났을 수도 있겠네요?

“네. 그때 조합 집행부를 안 했다면 회사 떠났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안 나가길 잘했죠(웃음). 버티고 끝까지 남아있길 잘 한 거 같아요. 나가자니 이 회사를 제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MBC란 채널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 나가서 MBC 출연할 수 있잖아요?

“물론 나가서 MBC 출연할 수 있지만 그건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출연하는 거지 MBC 아나운서로 출연하는 건 아니잖아요.”

-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가 5월 즈음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울어서 화제였는데,

“저도 울었어요. 그게 무슨 마음인지 너무 알잖아요. 그 형도 나가고 싶어서 나간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 전에 방송 더 많이 하고 더 인기 많았을 때 나오라는 연락이 있었던 거로 아는 데 그때도 안 나가고 있던 사람이에요. 무조건 MBC에 남을 거라고 얘기하던 사람을 도저히 견딜 수 없게 해서 회사에서 내보낸 거거든요. 그러고 나서 MBC 출연 못 하다가 오랜만에 MBC 동료들 만났으니 눈물 나죠. 저도 말 길게 안 했지만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 지난 25일 파업 콘서트에서 퇴사한 아나운서 몇 명과 MBC 아나운서들이 함께 무대에 섰어요. 개인적으로는 만났을지도 모르지만, 무대에 같이 선 건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은데.

“대부분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지내던 동료들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만나는 느낌은 사뭇 새로웠어요. 사실 회사를 떠난 입장에서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응원해주기 위해 찾아준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전하고 싶네요. MBC를 떠나야만 했던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그 마음을 공감할 수 있어서 편했습니다.”

- 오늘 우는 얘기 많이 하게 되네요(웃음). 지난주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된 날 떠난 아나운서들과 만났고 김정근 아나운서와 울었다고 하던데 김 아나운서는 2012년 170일 파업 때 노조 교육 문화국장을 했기 때문에 동질성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난 2012년 170일 파업을 집행부로 이끌면서 김정근 아나운서가 얼마나 애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정근이 형 얼굴을 보는 순간 감정이 복받쳐 올랐어요. 서로 애썼다고 많이 위로했습니다. 진심으로 파업 종료를 축하해주시기도 했고요.”

   
▲ 13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임시 이사회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통과되자 기뻐하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사진제공=뉴시스>

“시‧청취자 이야기 깊이있게 담아내는 것.. 정상화 첫걸음”

- 파업 후 부문별 재건 움직임이 많아요. 아나운서라서 아나운서국 재건에 나서실 텐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아나운서로서의 기능적인 역할도 더 잘해야 하고 더 좋은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뉴스 전달력도 높여야 하고 각자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더 공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파업과 지난 시간을 경험하면서 저는 주변을 볼 수 있는 시선도 성숙했다고 생각해요. 훨씬 좋은 방송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많이 만들어진 것 같고요. 그래서 아나운서국 재건은 절차의 공정성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3사를 포함해 전국의 아나운서들과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을 진행 능력도 당연히 갖춰야 하고요. 그리고 인문사회학적인 깊이, 본인이 좋아하는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이를 더 가져야 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방송을 보고 듣는 분들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듣는 아나운서들이 되도록 만드는 게 아나운서국 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파업하며 시선이 성숙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성숙했나요?

“이 정도로 고생 많이 안 해봤잖아요. 그러나 170일과 72일 파업 하면서 임금 노동자가 월급을 못 받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절히 느꼈을 거고 시민들의 따끔한 이야기 다들 들었을 거고 ‘니들이 다 망친 거 아니냐. 결국, 니들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부터 그 안에서 우리끼리 나눈 수많은 토론이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어떤 아나운서로 국민에게 기억되길 바라세요?

“만만한 아나운서면 좋겠어요. 멋있고 대단해서 어려운 사람 말고 지나가다 식당에서 보면 소주 한 잔 같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편하고 가까운 사람이면 좋겠어요. 인기나 돈 등 이익만을 좇아가는 사람이 아닌 것으로 기억되고 싶죠.”

“당장 뭘 하고싶다기 보다.. MBC 정상화가 최우선”

-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있을 거 같은데.

“지금은 프로그램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일단 무슨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지보다 어떤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MBC가 정상화 돼야 제가 할 프로그램도 빛이 나기 때문이죠. 지금 당장 <뉴스데스크>를 한들 뭐하겠어요? 아무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지 않을 텐데 지금은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안 그래도 저와 손정은 아나운서가 이번 주부터 후배 아나운서들 뉴스 교육 시작하거든요. 다른 선배들도 같이할 건데 전 후배 교육 쪽 신경 쓰고 싶어요. 다 같이 좋은 방송으로 인사드리기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대안 언론으로서 <GO발뉴스>가 너무 잘해주셨는데 오랜 취재 기간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계속 선한 영향력을 미쳐 주실 거라 믿고 있어요. 그러나 탐사 보도도 MBC와 경쟁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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