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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촛불’ 독일 인권상 받는데 박근혜 “법치 가장한 정치보복”

기사승인 2017.10.16  12: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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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법치주의 부정하는 ‘법치’”…박헌영 “재판부에 대놓고 ‘정치보복’ 프레임이라니”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16일 “다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다”면서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며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절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또 그는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면서 “모든 책임을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법치(法癡)의 발언”이라며 법에 대한 개념이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한 내부고발자인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재판부에 대놓고 정치보복 프레임(이라니)”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매우 한심하다스는 누구 겁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번지고 있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 유행어를 따라한 것이다. 

민주 “촛불 국민에 죄송함 전혀 없어, 변명‧선동뿐”…정의 “망가진 대한민국 정상화일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한마디 반성 없는 발언”이라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자신과 비선실세들이 저지른 국정농단에 맞서, 지난 겨울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을 들어야만 했던 국민에 대한 죄송함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명과 선동만이 있을 뿐”이라며 “‘자신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고 강변하고 재판부를 부정하는가 하면, ‘정치보복’ 운운하면서 지지자들의 결집만을 유도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이제라도 자신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힘으로써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켜 줄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탄핵도, 구속도 모두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탐욕스런 사인에게 멋대로 나눠주고, 부당한 이득을 편취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생명이 꺼져가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손을 놓고 있었고, 그 과오를 덮기 위해 문서까지 조작했다”고 세월호 참사와 최초 보고시간 조작 문건을 지적했다.  

추 대변인은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탄압했고, 자신의 당선을 위해 공권력이 사방에 개입해 공작을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며 “이것이 박 전 대통령의 집권 4년이 남긴 처참한 기록”이라고 박근혜정권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이를 단죄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망가진 대한민국을 정상화시키는 당연한 절차일뿐”이라며 “이 모두는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정치보복’ 주장을 일축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 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법치가 아직 살아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사법부는 엄정한 단죄로 반드시 국기를 바로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정치보복 운운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1700만 국민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234명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최정점에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국정 공백으로 우리 경제와 안보에 심각한 위험요인이 있었다”면서 “모든 피해는 국민들이 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숙하고 반성하는 태도로 재판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독일 공익‧정치 재단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ES)’는 이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촛불을 밝혔던 1천만 대한민국 시민들을 ‘2017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세종로,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100만이 넘는 참가자가 촛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다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밝힌 심경 전문.

구속돼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 왔고, 이로 인해 전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절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던 공직자들과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한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염려해주신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견뎌 왔습니다.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습니다.

저는 롯데, SK뿐만 아니라 재임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습니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절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모든 책임을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랍니다.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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