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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호 YTN 기자 “자한당, 최소한의 염치도 없어”

기사승인 2017.09.07  17: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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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64] 조승호 YTN 기자

2008년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저지 투쟁을 벌이다 해직된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가 복직돼 지난 달 28일 첫 출근했다. 28일 YTN 노조원들은 DMC역부터 상암 사옥까지 길을 안내하는 팻말을 인도에 붙였다. 9년만에 출근하는 선배 기자들을 위한 조합원의 세심한 배려였다. 그리고 당일 저녁 복직한 선배들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났다. 복직 후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지난 4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YTN 사옥 노조 사무실에서 조승호 기자를 만나 복직 당일 첫 출근 소감과 일주일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조승호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조승호 YTN 기자 ⓒ 이영광 기자

- 복직되고 1주일이 지났어요. 지난 1주일 어떻게 보내셨어요?

“지난 9년 동안 기사 쓰는 시스템과 편집하는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일주일 동안 교육받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사내에서 그동안 못 본 사람들과 동료들과 그동안 응원해 주신 분들 찾아뵙고 인사하고 있어요.” 

- 해직될 당시 YTN 사옥이 남대문에 있었는데 지금은 상암이라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남대문 사옥은 익숙한 데 여긴 아직 낯선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저희 집과 엄청 멀어졌어요. 집이 상계동이거든요. 전철을 타면 집에서 남대문 사옥은 60~70분 걸렸는데 여기는 1시간 40분 정도로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왕복하면 하루 3시간이 넘는데 출퇴근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입니다.” 

“수도 없이 온마이크 했는데 9년만에 다시 하니 굉장히 긴장됐다”

- 복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어요?

“해직 언론인 복직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잖아요. 그래서 정권 교체가 됐을 때부터 어느 정도 기대는 했죠. 하지만 공약 사항이라도 이렇게 빨리 되리라곤 생각 안 했어요. 빠르면 올해 안이고 늦으면 내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라진 거죠. 회사도 복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해서 전향적으로 나온 것 같고 노조도 적극적으로 임해서 생각보다 빨리 복직 결론에 이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렇게 쉽게 될 걸 9년 동안 왜 그렇게 오래 끌었는지 허탈하기도 했고 또 언론 민주화가 되려면 정치적 상황이 큰 변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찌 보면 서글프죠. 언론 상황이 외부 변수에 좌우된다는 게 서글프지만, 현실은 그래도 권력이 바뀌니까 세상이 바뀐단 생각에 서글프면서도 기뻤죠.” 

- 재입사 형식으로 복직된 것이잖아요. 아쉬울 것도 같은데.

“서류상은 재입사일지 모르겠지만 모두 복직으로 받아들이고 있잖아요. 합의문에 보면 회사가 대량 해직에 대해서 책임을 느낀다고 사실상 사과도 했고 저희가 복직이나 다름없이 당당히 들어왔기 때문에 형식상 재입사냐 아니냐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 그럼 이근행 MBC PD와 차이가 있나요?

“그렇죠. 이근행 선배가 복직한 과정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본인이 지원도 안 했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채용하면서 호봉이나 경력도 인정 안 하고 무조건 들어오라고 한 거죠. 이 선배 글을 봤어요. 이 선배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데 당시 MBC 상황이 형식이야 어떻든 동료들에게 빨리 돌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받아들였다고 했어요. 회사가 횡포를 부렸지만, 이 선배가 대의를 위해 그걸 용인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들의 복직은 회사로부터 분명한 사과를 받고 당당하게 복직했다는 점에서 이근행 선배 때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온마이크 할 때 어떠셨어요?

“옛날엔 수도 없이 온마이크를 했는데 9년 만에 하니까 굉장히 긴장됐습니다. 예전엔 이렇게 안 떨었지 싶은데 무지 떨었어요.” 

   
▲ <이미지출처=YTN 보도영상 캡처>

- 복직 하루 전날 어떠셨어요?

“옷을 샀어요. 그리고 잠을 설쳤어요. 새벽 5시쯤 깼거든요. 흔히 ‘두려우면 지고 설레면 이긴다’는 말을 하잖아요. 그래서 설레는 마음만 가지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설레기도 했지만, 과연 들어가서 잘 할 수 있을지 저희 복직을 기다려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 처음 입사 전날과 비교해보면 어땠어요?

“1992년 처음 입사한 게 벌써 25년 전이라서 생각이 잘 안 나죠. 그래도 돌이켜보면 25년 전에는 설레기만 했던 것 같고 무서운 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걱정이 많이 되네요.” 

- 복직 첫날 YTN 노조 조합원들이 지하철역에서부터 안내 표시를 붙이는 복직 환영 행사를 열었는데.

“그거 보자마자 무지 감동했죠, 후배들이 이렇게까지 환영해줘서 고마웠고 감동이 밀려왔죠. 그런데 그 다음은 ‘왜 후배들이 이렇게 꽃길을 깔면서까지 우리를 기다렸을까?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건 뭐고 내가 가서 9년간 기다려준 후배들에게 어떻게 부응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내가 과연 이런 환영을 받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사람들은 계속 꽃길만 걸으라고 축복해 주시는데 저희 앞길이 꽃길만은 아닐 거라는 걸 알죠.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가시밭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참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하는 각오를 다졌죠.” 

- 상암동 사옥이 처음은 아니고 해직자 시절에도 왔었잖아요. 그러나 복직 첫날 느낌은 달랐을 것 같은데.

“해직자 시절엔 1층 로비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아서 들어왔어요. 그러나 복직 첫날 사원증을 달고 들어오니 느낌이 확 다르더라고요. 이젠 나도 여기 주인이고 YTN 가족이 됐다는 느낌이 들었죠. 사실 그동안은 YTN 뉴스에 대해 저도 비판적인 입장이었거든요. 밖에서 보면 뉴스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 YTN 뉴스가 욕을 먹으면 나도 같이 욕먹는 입장이 됐으니 이젠 욕을 안 먹도록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은 제가 YTN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이젠 YTN 안에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느꼈죠.” 

“날것 그대로 성역없이 보여준다는 돌발정신 부활하면 응원해주실 것”

- 1년 정도 뉴스타파에서 기자로 일하셨잖아요. 그게 YTN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많이 도움이 되죠. 왜냐면 YTN에서는 긴 호흡의 보도를 해본 적이 없잖아요. 속보 위주로 빨리 만들었는데 뉴스타파에서의 경험은 크게 달랐죠. 언론은 정확하게 빨리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층 보도도 중요한데 뉴스타파에서 깊이 있는 보도를 접해본 게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해직 전 기자 생활 할 때와 시각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해직 전 노사문제 보도할 때는 제삼자로서 있는 그대로만 중립적으로 보도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약자의 입장에서 9년 동안 서 보니까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약자의 입장을 우리가 더 헤아려야죠. 엄연히 강자와 약자가 있는데 기계적 중립만 고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강자 편을 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계적 중립에만 매몰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한쪽 편에 서면 안 되겠지만 되도록 약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 복직은 되었지만, 예전 YTN은 아니에요. 이번 복직으로 시민은 YTN의 예전 모습을 기대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보도할 때 정치적 고려 없이 날 것 그대로 보도하는 게 YTN의 굉장히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요즘은 시청자들이 굉장히 현명합니다. 언론이 어설프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겁니다’라고 해도 안 먹힙니다. YTN이 있는 그대로 보도해 시청자들이 그걸 보고 판단하도록 하는 게 YTN의 굉장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뉴스 하는 채널 많잖아요. 그 속에서 YTN의 강점과 제일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는 돌발영상이죠. 돌발영상의 형식은 아마도 많이 바뀌어야 하겠지만, 날 것 그대로 성역 없이 보여준다는 돌발 정신만은 부활해야죠. 그러면 시청자들이 YTN이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느껴서 관심과 지지, 응원을 보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지금의 YTN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해직 기간 YTN 뉴스를 잘 안 봤어요. 왜냐면 그동안 보도를 제대로 못한 부분이 많잖아요. 물론 안에 있는 후배들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간부들 때문에 막히고 좌절되는 게 속상해서 안 봤는데 최근에는 YTN을 보려고 노력하죠. 지금은 제가 과거 YTN 보도에 실망했을 때와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지금은 후배들이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도 간부들이 막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프로 볼 때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중이고 앞으로 더 올라갈 여지가 많은 단계라고 봅니다. 그래서 YTN 보도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 <사진출처=전국언론노조 MBC본부>

- 오늘(4일)부터 양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는데.

“KBS와 MBC 구성원들이 오늘 갑자기 싸우는 게 아니라 9년 동안 계속 싸워오다 오늘부터 전면적으로 싸움을 확대하는 겁니다. 일부에선 ‘너희들 9년 동안 죽은 듯 살다가 왜 이제 와서 싸우냐?’고 비난하시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YTN도 마찬가지예요. YTN 해직자들이 복직된 것도 어느 날 갑자기 된 게 아니라 9년 동안 내부적으로는 엄청나게 싸운 결과물이기도 해요.

낙하산 사장이 나가면 보도가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느냐는 YTN 사례가 증명하잖아요. 낙하산 사장이 나간 다음 보도가 좋아지는 것처럼 KBS와 MBC도 낙하산 사장이 나가면 제대로 방송할 수 있게 될 겁니다.

YTN도 마찬가지겠지만 KBS와 MBC도 적폐 청산을 해야만 방송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KBS와 MBC 노조원들이 싸우고 있으니까 국민들도 야단만 칠 게 아니라 적폐 청산 잘 하라고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유한국당, 사기꾼 집단…양심‧염치, 최소한의 쪽팔림도 없다”

-MBC는 해고무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서 마음이 쓰이실 것 같아요.

“MBC 해직자들은 빨리 대법원 판결이 나야 해요. 사실 선거법 위반 사건이나 해직 사건은 시간이 중요하거든요. 해직이 부당하다면 빨리 바로잡아야죠. 불확실한 상황에서 몇 년씩 놔두는 건 사법부의 직무유기죠. 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못지않게 빨리 나오는 게 중요한데 대법원에서 몇 년째 안 나오고 있잖아요. 2심까지 명쾌하게 내려진 판결을 대법원이 빨리 확정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피를 말리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는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쌓여 그런 병이 생기는 거잖아요. 만약 누군가가 대법원에 어떻게 판결하라고 요구한다면 그건 사법침해죠. 그렇지만 빨리 내리도록 촉구하는 건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하거든요. 병마와 싸우는 이용마 기자를 위해서라도 대법원 판결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 지난 1일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노골적인 방송 장악이라며 반발하는데.

“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주장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어떤 주장을 할 때는 개인은 물론이고 특히 공당이라면 최소한의 일관성은 있어야죠. 시기와 상황에 따라 자기 논리가 뒤바뀌는 건, 표현이 과할지 모르지만, 사기꾼 집단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YTN 사례를 보세요. 2008년에 언론특보가 사장으로 오면서 YTN 사태가 시작됐잖아요. 그보다 5년 전 KBS 사장으로 서동구 씨가 지명됐을 때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성명서를 냈어요. 요지는 ‘특정 선거캠프에 있었던 사람이 언론사 사장으로 오면 어떻게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느냐?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바로 5년 뒤에 자기들이 여당이 되자 특정 캠프 출신을 사장으로 내려보냈잖아요. 언론인들이 저항하니 강제로 해직시키면서까지 밀어붙였죠. 젊잖게 말하면 일관성과 원칙이 없는 것이고, 심하게 말하면 양심과 염치, 최소한의 쪽팔림조차 없는 집단이죠. 그런 집단이 지금 ‘방송 장악’ 운운하는 것은 기가 찹니다.” 

   
▲ 7일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홍준표 대표.<사진제공=뉴시스>

- 건망증이 심해 기억을 못 하나 보죠(웃음).

“좋게 봐주면 기억을 못 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비판이 제기되면 ‘우리가 과거의 일을 기억 못 해 미안하다. 반성하겠다’고 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있어요. 그건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양심이 없는 거죠. 그리고 불과 9년 전 정연주 KBS 사장에게 자신들이 한 짓이 있잖아요. 그런 자유한국당이 지금 김장겸 사장 건을 놓고 ‘언론탄압’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촛불이 정권을 바꿨고 세상을 바꾼 덕분에 저희가 복직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GO발뉴스>도 큰 역할을 해 주셨고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기존 언론이 잘 다루지 못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GO발뉴스> 역할이 중요하다고 봐요. <GO발뉴스>가 계속 그런 역할로 이 사회에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돼 주길 바랍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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