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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번 파업, 필수 인력도 안 남겨서 최대한 빨리 끝낸다”

기사승인 2017.08.28  17: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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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64] 허유신 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 노조)가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5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지난 달 하순에 <PD수첩> 제작진의 제작중단을 시작으로 점점 직군이 확대되어 기자, PD, 아나운서 등 350명이 제작중단을 시작했고 MBC 노조는 지난 24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해 9월 초 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MBC 노조가 총파업하기에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5년 동안 뭐하다 이제 정권 교체되자 투쟁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론이 받쳐 주지 못하면 파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듣고자 지난 2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내의 노조 사무실에서 허유신 MBC 노조 홍보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허유신 홍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허유신 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 <사진=허유신 홍보국장 제공>

“MBC 투쟁 철저 봉쇄당했는데 요즘은 KBS, SBS, JTBC까지 전화 온다”

- MBC 노조의 총파업이 임박한 것 같은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번 달 들어 저희 조합에서는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와 사장 후보들의 방문진 이사 면접 등 두 번의 폭로가 있었죠. 밖에서 보셔도 상당히 충격적이고 어떻게 공영방송에서 이런 행위가 버젓이 벌어질 수 있나 하는 충분히 분노를 일으킬만한데 저희 조합원은 당사자잖아요. 지금까지 최근 5년 정도 벌어졌던 온갖 부당징계와 해고 부당 전보 같은 것의 실체가 이거였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지금의 분노는 5년 전에 느꼈던 분노 이상이에요.

조합원들이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번 파업이 5년 전과 환경이 다른 여건이긴 하지만 과연 저희가 빨리 이길 수 있을지 의구심을 많이 품었는데 지금은 바뀌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빨리하자는 구성원들의 폭발력이 대단합니다. 일부 아직도 걱정하는 의견은 있지만, 충분히 이번 싸움은 신속하게 저희가 목표하는 바를 끝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커진 것 같아요. 지금 분위기를 전달해 드린다면 상당히 좋아요.”
 
- 외부에서 싸늘한 시선도 있어요. 5년 전 국민이 지지할 땐 포기하고 5년 내내 월급 받으며 지내더니 정권 바뀌니 하는 것 아니냐는 건데.

“말씀하신 정서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2012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현실적으로 5년 동안 파업만 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가 그 당시로써는 전략적인 이유로 파업을 접었죠. 6개월이면 상당히 긴 기간입니다. 1~2주라면 모를까 한 두 달도 힘든데 6개월 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아찔한 고강도 투쟁이었죠. 파업을 접은 이후 파업에서 패배한 대가는 혹독했죠.

시청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후에 벌어진 부당 징계, 부당 전보, 조직을 망가뜨리고 노조를 탄압했던 경영진의 일련의 행태는 저희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거죠. 이게 밖에서 볼 때는 소극적이거나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내부에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저항했어요. 물론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지금은 로비에서 집회를 마음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고 외부 기자님들도 들어와 취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지만 그땐 집회 한번 여는 것도 힘들었어요. 왜냐면 당시 그게 불가능했던 것은 사측이 철저히 통제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가 대단히 높았고 그 여건 안에서는 할 수 있는 투쟁과 저항을 했어요. 그 증거는 100건이 넘는 부당 징계와 200건이 넘는 부당 전보 사례들 그리고 각종 소송전을 놓고 보면 이들이 지난 5년간 이렇게 깨지면서도 저항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어요.

더 중요한 건 지금 특별근로감독도 진행 중이지만 MBC 경영진이 저희 노조에 대해서 자행했던 노동 탄압 사례들은 질과 양에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런데도 저희 노조가 깨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서울 조합원 수가 천 명 넘어 2012년 전으로 갔어요. 이것도 회의적 시각으로 보면 분위기 좋으니 조합 가입 많이 하는 거라고 하실 수 있죠. 근데 최근 조합원이 늘어나는 숫자와 별개로 조합이 무너지지 않고 이 대오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왔거든요. 일반 기업 사업장이었으면 벌써 없어졌을 조합이에요.

그런 면에서 부끄럽지만 5년 그냥 있었던 건 아니에요. 만약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무것도 안 했다면 지금의 여건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왜냐면 조직 자체가 없어졌을 것이고 그러면 정치적인 환경 내지는 회사 안팎의 여건이 개선됐다고 해도 이런 정보의 불길이 타오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 MBC 보도국 기자가 제작거부에 나선 것에 이어 라디오PD들이 제작거부에 동참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에서 노조원들이 경영진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약간 서운하신가 봐요?

“서운하진 않아요. 이해는 되거든요. 저희도 그런 평가나 말씀에 대해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긴 쉽지 않죠. 다만, 그 정도는 아니었고 내부에서 할 수 있는 눈물겨운 투쟁이 있었단 거예요. 과거 두 정권에서 MBC 내의 저항과 투쟁이 철저히 바깥과 차단하고 봉쇄하고 알려지지 못하게 했어요. 올초 제가 홍보국장으로 왔을 때 저희 조합이나 MBC에 관련된 취재를 해주셔서 기사 쓰는 매체가 굉장히 한정돼 있었어요. 중앙 일간지라고 하면 한겨레, 경향 정도죠. 그러나 지금은 KBS, SBS, JTBC까지 저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늘 뭐 하냐고 전화가 옵니다. 이건 제가 홍보국장으로서 6개월 사이 변화예요.

외부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 주셔서 국민이 아는 거예요. 매인 뉴스에 나오고 중앙일간지에 크게 실리니 당연히 알 수밖에 없죠. 그 전엔 안 그랬거든요. 저희가 뭘 안 해서 그랬냐면 아니에요. 안에서는 지금 이상의 훨씬 더 엄청난 일이 있었어요. 지금은 김민식 PD가 해고당하냐 정직 받냐가 관심 있는 분들의 이야깃거리지만 예전엔 정직 몇 개월이 우수수 나왔어요. 그때 뉴스 안 나왔어요. 훨씬 잔혹한 탄압과 조직 파괴 시도가 있었고 구성원들이 피를 많이 흘렸는데 전혀 밖에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저희에게 아무도 관심 없었어요.

지금 국민 보시기엔 기사도 많이 나오고 방송에도 나오니까 MBC 문제를 이제 아셔서 정권 바뀌니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제가 분노하는 건 과거 정부에서 끊임없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탄압해서 프로그램 자율성이나 공정성을 침해했던 결과적으로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의 뒷배를 봐준 게 청와대잖아요.” 

“김민식PD 퍼포먼스, 우리 내부의 위축과 부끄러움 한꺼번에 날려줬다”

- 170일 파업이 끝난 지 5년 만이에요. 그 사이 정권 교체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모맨텀은 김민식 PD의 페북 라이브가 아닌가 한데 그걸 보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해요.

“6월 중순 즈음이었을 거예요. 누가 오더니 ‘사내에서 김장겸 물러나라고 소리 지르다가 청경 쫓아오고 난리 났더라’라는 말을 해서 농담처럼 들었어요. 전 외부 시민이 결기 있는 행동을 해주셨나 했는데 김민식 선배라는 거예요. 일단 사원이잖아요. 사원이란 생각을 못 했어요. 그만큼 저희 집행부조차도 위축돼 있었던 거죠. 이게 패기 있는 젊은 사원도 아니고 김민식 선배는 입사 22년 차 고참인데 나서셨어요. 더구나 드라마 PD시잖아요. 보도나 시사 교양 PD처럼 일상적으로 탄압을 직접 받아 분노가 응축된 소속 조합원이 아니고 드라마 고참 사원이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단 점에서 한동안 충격이었어요. 저희 위원장님도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집행부가 돌아가서 이 퍼포먼스를 따라가며 흐름을 이어보자고 했죠.

김민식 선배가 하신 것의 의미는 저희 내부에 있던 위축되어 있던 마음과 지금 와서 한다고 될까란 부끄러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날려주신 거예요. 이것은 지금 여기까지 오는 데에 있어서 적지 않은 영향이 있었죠.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큰 울림으로 확산하면서 ‘우리가 왜 이러고 있지’란 자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 아니었나 생각해요. 물론 그 후 집단적으로는 ‘PD수첩’ 중단 사태가 있었죠. 그것도 결국에는 김민식 선배의 행동 하나가 구성원 마음에 자리 잡았던 부끄러움, 위축한 마음을 다 해소시켜준 큰 계기였죠.”

   
▲ 김민식 MBC PD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MBC 블랙리스트 공범 고영주, 김장겸, 김광동, 유의선, 권재홍' 고소장 접수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사측이 김 PD에게 출근 정지 20일의 징계를 내렸는데.

“아주 관심 많았죠. 더구나 인사위를 두 번이나 파행시키고 세 번 연 건 듣도 보도 못했거든요. ‘물러나라’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김민식 선배가 인사위원회를 출석하면서 보여주신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결기, 용기 등이 더 큰 울림으로 계속 환산됐던 것 같아요. 본인이 인사위원회 대상자로 들어갔는데 도리어 인사 위원들을 꾸짖는 거죠. 발상의 전환으로 무릎을 치게 되죠.

하지만 그전까지는 인사위에 소명서만 내고 들어가지 말까를 고민했죠. 그것마저도 김민식 선배는 대단한 역할을 하신 거죠. 그전까진 인사위가 부담스럽고 싫었는데 기다려졌어요. 그래서 이 징계가 나왔죠.

전 개인적으로 이 징계 예상했거든요, 저희가 이런 정도의 징계 사유라면 무조건 해고죠. 이유 없이도 해고 시키잖아요. 근데 못할 거란 말이죠. 그럼 정직일까 했지만, 정직도 예전 같으면 최소 3~6개월 나왔을 텐데 이거 나온 것이거든요. 그만큼 경영진이 많은 부담을 느낀다는 방증입니다. 출근 정지 20일은 정직 20일이란 거거든요 칼을 뽑았으니 뭔가 안 할 수는 없고 혼을 내주긴 해야 하는데 용기는 안 나죠. 국민이 다 보거든요. 그전까지는 이 안에서 뭘 해도 아마도 관심 없었어요. 그래서 마음대로 했죠. 스스로 타협한 결과라고 봅니다. 이미 김장겸 체제의 붕괴 조짐을 스스로 드러낸 거예요.”  

- <PD수첩> PD부터 시작한 제작 중단이 시사 교양국, 그리고 기자들까지 제작거부가 확산되어 가는데.

“오늘(23일) 규모가 350명까지 왔어요. 기자들처럼 쫓겨난 PD도 많거든요. 40명 안팎의 분들이 어젯밤 업무 거부에 돌입해서 오늘부터 들어갑니다. 이젠 경영이나 영상, 미술 직군처럼 거기를 제외하고 PD, 기자 아나운서처럼 제작 일선에 나선 직군은 다 내려왔어요. 물론 김재철 이후 뽑은 대체인력이 지금 남아 있지만, 기존 조합원은 다 내려온 거예요. 여타 기술이나 경영도 파업에 동참하기도 결의되어 있지만 바로 제작 중단에 돌입하진 않죠,

그리고 2012년 입사한 경력 기자가 파업 중 입사한 시용 기자까지 포함 100여 명 됩니다. 그중 33명이 제작거부에 동참했어요. 적지 않은 숫자죠. 기존에 가입했거나 이번에 가입했습니다. 경력 기자도 3명 중 한 명 꼴로 내려왔어요. 이미 저들이 만든 철옹성에 금이 간다고 봐야죠. 아직 파업이 시작되지 않았고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진 않았지만, 힘이 빠지고 있죠.

오늘 아침 김 사장이 부장급 이상 전 간부를 모아놓고 확대 간부 회의를 했는데 요약하면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남아서 일하면 돈 많이 주고 승진시켜주겠다. 이번 파업은 170일보다 길어질 것이다’란 정도의 메시지를 냈어요. 쫄리는 거거든요. 이걸 보면서 저들의 사고 수준이나 겨우 생각해 낸 대책이 저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또 한 번 개탄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자기네가 가진 물리력과 돈으로 해보려는 거죠. 안타깝더라고요.”

- 보도나 제작하는 조합원이 얼마 없어서 재작 중단이 얼마나 효과 있을지 의문이에요.

“실제 <뉴스데스크>는 하고 있죠. 물론 저희 눈에만 보이지만 여러 가지 약간 품질이 떨어진 건 있어요. 일부 파행은 있어요. 그래도 겉보기에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최대한 하겠죠. 그리고 파업에 들어가도 드라마나 예능은 외주화가 상당히 진행되어서 당장 결방 사태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아요. 파업이 만약 장기화 되면 그때 가서 봐야죠.” 

- 더 큰 문제는 국민이 MBC를 안 본다는 거예요. 즉 결방해도 아무도 몰라요. 이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부분 때문에 그동안 저희가 해온 노력도 많이 의미가 축소됐죠, 왜냐면 MBC에 관심 자체가 없어요, 그 고민이 큽니다. 프로그램이 펑크 나든 말든 시청들은 다른 채널 볼게 많죠, 그리고 기존 MBC에 등 돌린 분이 워낙 많아서 전혀 동요하지 않을 거예요. 쟤네 뭐 하긴 하나보다라고 하지만 그걸로 인해 보고 싶은 프로 못 보는 것은 없을 거예요.

큰 틀에서 보셔야 해요. 예전에도 우스갯소리로 ‘무한도전만 보니 그것만 세우면 끝난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생각 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국민이 지난해 촛불 혁명 지나서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을 바꿨잖아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이 크게 정치적으로 자각하셨고 저희도 그랬죠.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죠. 그런 상황에서 이제 다음은 또 한 번 과오를 겪으면 뭐가 좋아요? 우리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촛불 집회로 끌어내리면 얼마나 낭비예요.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그동안 뭘 잘못했는지 반성을 하잖아요. 적어도 사회 부문들에 대한 사회 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또다시 국정 공백 상태를 맞는다는 자각이 생겼어요.

그중 언론 개혁의 대표적인 예가 MBC, KBS 등 공영방송 문제잖아요. 간단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후 너무나 단정적으로 말씀드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공영방송 2개 입을 막아 놓으니까 나라가 이렇게 된 거예요. 물론 수많은 매체가 있지만, 공영방송 입을 두 개 막은 것이 가장 크거든요. 집권세력 입장에서는 그러면서 다른 언론까지 직간접으로 위축되는 효과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거예요.

한때 김종국이란 1년짜리 사장이 있었죠. 그분이 연임하려고 했지만 못했잖아요. 심지어 배현진 앵커를 교체했다가 사장이 날아갔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김종국 사장이 나름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도 구성원들도 다독이려다가 본인이 날아가 버린 거죠. 이 말씀을 왜 드리냐면 박근혜 정권은 그 정도도 안 돼요. 더 확실한 충성을 보여줄 사람이 필요해서 안광한 사장이 온 거죠. 공영방송이 다시 서지 않으면 또다시 국정의 혼란 내지는 농단 사태가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고 언제든 제2, 제3의 박근혜, 최순실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주시면 하는 게 저희 마음이에요.” 

“문 대통령, 핵심 찔러…‘언론인 책임’ 과거 집권세력 못지 않다”

-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 장악에 대해 “정권도 문제지만 언론인도 문제 있다”고 했는데.

“특정 정권이 극단적인 방법을 써가면서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려고 할 때 제대로 된 언론인이면 거기에 맞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이번에 드러난 장충기 사장 문자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못 보겠던데 거기 등장하는 사람들이 저희 회사 선배는 아니지만, 언론계에서 이름 꽤나 있는 분들이거든요. 그런 분들의 생생한 민낯이 드러난 건데 저희가 블랙리스트 볼 때와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언론인 잘못이 큽니다. 왜냐면 집권세력이 탄압과 장악을 시도했더라도 언론인이 저항했으면 쉽지 않았겠죠. 거기 영합하고 그 기회를 이용해서 입신 양면 해보려는 일부 언론인들이 전체 언론을 욕보이고 결국에는 언론과 국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거죠. 대통령의 지적은 핵심을 찌른 지적이라고 봅니다. 언론인 문제도 심각했죠. 거기 맞서서 저희 조합원들은 본의 아니게 부도덕한 언론인들과 양심을 지켜보려는 언론인들의 대결 장처럼 MBC가 되어 버렸죠. 저희도 언론인의 책임이 과거 집권 세력 못지않게 크다고 봅니다.” 

   
▲ <사진출처=고재열 시사인 기자 페이스북>

- 총파업을 앞두고 계세요. 이번 파업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난 170일 파업에서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아무리 지금 조합 집행부에 있지만 대표해서 말하기 쉽지 않아요. 170일 파업에 대한 조합원의 평가는 다 달라요. 철저히 진 것이라는 평가부터 어쩔 수 없었다는 평가도 있죠. 그때는 그렇게 끝난 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전까진 패배의 기억이 없었던 것 같아요.

노조는 경영진과 대결하기 위해 있는 조직이 아니잖아요. 경영진과 협력해서 같이 좋은 방송 만들고 회사를 잘 가꿔서 조합원들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게 노조잖아요. 저는 우리 노조가 임금 협상하고 복지 제도 개선하는 걸 해보고 싶어요. 마치 여기가 이념 대결의 장인 것처럼 사측이 프레임을 씌우고 선전해요. 얘기가 옆길로 샜는데 져 본 기억이 없어서 그 당시 나이브했던 건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정권과 김재철을 너무 높이 평가한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그런 결과가 나온 거죠,

지난번엔 MB의 대리인인 김재철을 쫓아내는 걸 목표로 가다 보니 저희가 많은 노력은 했지만 놓친 게 많아요. 국민적인 공감대도 얻기 어려웠죠. 지금도 상황이 좋지는 않아요. 관심이 없잖아요. 이번엔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죠. 이번엔 시청자들 촛불 혁명을 이룩한 시청자들과 같이 싸우는 취지로 싸움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단순히 김장겸과 고영주 등 적폐 인사를 끌어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번엔 다시 MBC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 어떻게 과거 위상을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청자들에게 그 계획과 청사진을 보여 드릴 수 있는 파업이 돼야죠. 그런 면에서 5년보다 성숙하다고 할까요? 패배와 실패 기억이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건 많아졌습니다.” 

- 분위기는 좋지만, 최악의 경우 1년 파업할 가능성도 있는데 6개월 지나 ‘어차피 6개월 지나면 나가니 파업 접자’고 하면 국민은 ‘쟤네 또 쇼했네’라는 핀잔만 들을 수 있어요.

“현실적으로 얘기해서 1년은커녕 6개월도 못 가죠. 가서도 안 되죠. 지난번 6개월 했다가 구성원들이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지금 다시 6개월이나 1년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파업을 할 수 없죠. 저희는 지금 단계에서 언제 끝난다고 예단하지 않아요. 최대한 빨리 끝낼 거예요. 그리고 빨리 끝낼 거라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으니 시작하겠죠.

걱정하신 부분은 100% 공감해요. 하다 접으면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거 저희도 알죠. 그래서 내부에서 파업하면 안 된다는 논의도 했어요. 결국, 파업 직전에 왔죠.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적당한 계기가 있으면 파업도 신속히 끝내야죠. 파업이 능사가 아니에요. 파업 기간은 최단기화해서 빨리 끝낼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까지 하지 않은 최강도의 파업을 생각합니다. 이전까지는 필수 인력은 남겨 놓았는데 이번엔 조합원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을 겁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GO발뉴스> 독자님들이면 MBC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지 대략은 아실 거예요. 이번엔 마지막이란 각오로 망가진 공영방송 반드시 세우겠다는 다짐을 드리겠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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