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창원 “법원, 정치‧경제논리 배제…역사‧국민 앞에 떳떳한 판결만 남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결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정의당은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징역 12년 구형에 대해 “법원은 섣부른 판단으로 이 전 부회장에게 동정을 베풀거나 면죄부를 주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시스템이 무참하게 더럽혀지고 망가진 사실과 국민들이 느낀 절망감과 배신감을 생각해보면 징역 12년은 오히려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재계의 경제적 파장 우려에 대해 추 대변인은 “이 부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운영과 실적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추 대변인은 “재벌 일가와 국가 경제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다”며 “오히려 국가 시스템을 위협하고 망치는 재벌일가의 기업 장악 체제는 반드시 혁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정치 논리와 경제논리 등 관련 없는 외부 논리가 배제된, 오직 법과 정의의 관점에서,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한 법원의 판결만이 남았다”고 밝혔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엔론과 월드컴은 2001년, 2002년 분식회계 범죄 사실로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24년, 월드컴의 버니 에버스는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고 비교했다. 그는 “뇌물죄는 무기까지 가능한데 이재용의 구형량은 너무 가볍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또 장충기(63)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과 최지성(66) 전 삼성 미전실 실장,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에게는 징역 10년,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 출석중 기자들에게 둘러쌓여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2008년 에버랜드때 재판부‧국민에게 사과해놓고 또 허위진술, 납득 못할 변명만”
직접 재판에 나온 박영수 특검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하루 빨리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적 가치를 재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최근에 ‘국정원 주도 댓글 사건’의 구체적 자료가 공개되듯이 대통령 기록물이나 공무상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추어진 사실도 머지않아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특검은 “삼성그룹은 2008년경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국가기관에서 여러 차례 허위 진술을 한 점에 대해 매우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재판부와 국민 앞에 사과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서 허위 진술과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결심공판을 끝내며 “이달 25일 오후 2시30분에 이 부회장의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대법원의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에 따라 ‘이재용 재판’ 1심 선고가 사법사상 첫 생중계 되는 사례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다음은 박영수 특검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결심 공판 논고 전문. 1. 들어가는 글 먼저, 약 5개월 동안 준비기일을 포함해 무려 55회나 기일을 진행해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별검사로서는 수사를 개시한 이래,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사안을 확인하고 판단함에 있어서, 법률가로서 품격을 지키면서 편향된 가치와 시각을 갖지 않으려고 스스로 경계하면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과정을 통해 나타난 피고인들의 태도를 볼 때, 우리나라 GDP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1등 기업 삼성그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그룹 총수만을 위한 기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2. 이 사건의 의미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59개의 계열사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기업입니다. 대통령은 대기업 규제 등 경제정책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있어 최고 결정권자입니다. 따라서 대통령과 삼성은 재벌 기업에 대한 규제와 지원을 두고 크고 작은 잠재적 현안으로 상호 긴장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내 유보금 과세 추진의 후퇴’ 등이 그 한 예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더욱 거세진 ‘경제 민주화’ 바람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 재벌 개혁을 요구하게 되었고, 더군다나, 삼성으로서는 2014. 5.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인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는 시급한 지상과제가 되었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의 이러한 현안해결의 시급성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최순실이 요청한 재단 설립이나 정유라의 승마 훈련, 영재센터 운영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자금 지원의 필요와 접합되어, 정경유착의 고리가 다른 재벌보다 앞서서, 강하게 형성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굴욕적으로 최순실의 딸에 대한 승마지원을 하게 되었고, 미르 재단, 케이스포츠 재단 기금 조성 및 영재센터 후원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사건의 실체인바,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승계 작업이라는 것은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라고 하거나, ‘피고인 이재용 관여 사실이 없다‘고 하는 등 사실과 증거에 관한 근거 없는 주장이나 변명으로 디테일(detail)의 늪에 빠지게 하여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실체진실을 왜곡 시키려고 하였습니다. 3.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 성립 여부 이 사건은 『대통령으로부터 정유라 승마 지원 등을 요구받은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대가로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여 300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공여한 사건』입니다. 피고인들은 그와 같은 뇌물공여 과정에서 국내 재산을 해외로 불법 반출하였고,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하였으며, 피고인 이재용은 국회에서 위증까지 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그룹 차원의 뇌물 사건에서 가장 입증이 어려운 부분은 돈을 건네준 사실과 그룹 총수의 가담 사실인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 스스로 약 300억 원을 준 사실과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 및 자금 지원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통상의 뇌물 사건에 있어서 입증이 가장 어려운 부분에 해당하는 두 가지 사실을 피고인들이 자인하고 있고, 그에 더하여 공판 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관련 증거들에 의해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뇌물공여 기간 중에 진행된 경영권 승계 현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엘리엇 대책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하여 실제 도움을 준 사실까지도 입증되었습니다. 반면에,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직무상 요구 이외에, 개인적 친분 등 다른 사유로 이 사건 지원을 할 이유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위와 같은 사실들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교부한 이 사건 각 금원들은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교부된 뇌물임이 명백하게 입증되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본건 관련 증거들의 증명력 및 사실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최근의 기업 비리 사건들을 살펴보면 사후적으로 수사가 개시된 후에 증거인멸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범행 당시부터 사후에 문제가 될 것을 대비하여 허위 용역 계약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범죄를 숨기기 위한 수단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뇌물을 제공하면서 허위 용역계약 등을 통하여 뇌물 제공 사실을 은폐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는데, 피고인들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이 실체진실이 아닌 범행 은폐를 대비하여 사전에 허위로 만들어 둔 것은 아닌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범행은 경제계의 최고권력자와 정계의 최고권력자가 독대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하는 큰 틀의 합의를 하고, 그 합의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들과 주요 정부부처 등이 동원되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정해지면서 진행된 범행입니다. 즉, 독대 자리는 큰 틀의 뇌물제공 의사 합치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이후에 이루어진 개별적인 뇌물제공 과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루어지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태도를 살펴보면, 범행 당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실을 잘 모르고 동원되었던 사람마저도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된 사실 자체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 등으로 인하여 소극적인 진술 태도를 유지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 이재용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삼성그룹 관련자들은 피고인 이재용의 범행 은폐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증거는 객관적인 물증들이고, 관련자들의 진술 증거는 객관적인 물증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신빙성을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4. 피고인들 변명의 부당성 피고인들은 대통령에게 현안 해결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본건 혐의 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주장은 객관적인 증거들에 반한다는 점이 재판 과정을 통하여 명백히 확인되었습니다. 그에 더하여 본건 자금 지원 경위를 비롯하여 피고인들의 주장은 수사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번복되었습니다. 실체진실은 하나일 것인데, 자신들의 경험을 설명함에 있어 그 주장 내용이 수사와 재판의 진행 단계에 따라 변경된다는 것은, 피고인들이 지속적으로 허위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임이 명백합니다. 또한, 피고인들은 본건 자금 지원에 대하여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교부한 것으로 직권남용의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본건 수사와 재판을 통하여 확인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본건 자금 지원은 2014. 9. 15. 최초 독대에서 형성된 상호 편의 제공의 합의에 따른 정경유착의 결과였습니다. 단순히 직무상 권한을 앞세운 대통령의 위협에 굴복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요구를 받고 이재용 피고인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여러 가지 도움이나 혜택을 기대하면서 자발적으로 자금 지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재용 피고인은 실제로 합병을 포함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에 더하여, 피고인들은 피고인 이재용과 대통령의 독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최지성의 책임 하에 자금 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피고인 이재용은 지원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이재용이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총수의 전위조직인 미래전략실 실장이 총수의 승인없이 독단적으로 자금지원을 했다는 것은 경험칙이나 상식에 반하는 궁색한 변명입니다. 과거 기업범죄에서 총수를 살리기 위하여 전문경영인이 허위자백을 한 경우와 같이, 피고인들의 주장 역시 피고인 이재용을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의 허위 주장에 불과합니다. 5.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 필요성 재판장님,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역사에 뼈아픈 상처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힘으로 법치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하루 빨리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적 가치를 재확립하여야 합니다.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통령과의 독대라는 비밀의 커튼 뒤에서 이루어진 은폐된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최근에 ‘국정원 주도 댓글 사건’의 구체적 자료가 공개되듯이 대통령 기록물이나 공무상비밀이라는 이유로 감추어진 사실도 머지않아 명확히 드러날 것입니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허위 진술과 진술 번복을 통하여 수사기관과 법원을 기망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피고인 이재용은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국회 청문회 석상에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증까지 하였습니다. 삼성그룹은 2008년경 있었던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국가기관에서 여러 차례 허위 진술을 한 점에 대해 매우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재판부와 국민 앞에 사과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서 허위 진술과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권력과 유착되어 사익을 추구하는 그룹 총수와 그에 동조한 일부 최고경영진입니다. 이들은 본건 범행에 대하여 전혀 반성하지 않고,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마저 저버리고 있습니다. 6. 결어 이제 이들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처벌만이 국격을 높이고, 경제 성장과 국민화합의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끝으로 이 사건 법정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피고인들의 양형에 대한 최종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들의 범행 중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며 그룹 총수인 이재용 피고인을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며 대응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법정형보다 낮은 구형을 할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특히 이재용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이익의 직접적 귀속 주체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 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뇌물공여에 사용한 자금은 개인의 자금이 아니라 계열사 법인들의 자금인 점 등 참작할 만한 정상이 전혀 없고, 최근 재벌 총수들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법원칙과 상식, 그리고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형하겠습니다. 피고인 이재용 : 징역 12년 피고인 최지성 : 징역 10년 피고인 장충기 : 징역 10년 피고인 박상진 : 징역 10년 피고인 황성수 : 징역 7년 |
다음은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변호인단, 최후 변론 전문 1. 소회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해,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는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3항의 정신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입니다. 변호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법률가로서 많은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막상 핵심이 되는 범죄사실 부분에 이르러서는, 무엇무엇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무엇무엇을 이해하고 있었다, 무엇무엇이라고 마음먹고 무엇무엇을 수락함으로써, 무엇무엇이라고 생각하고 무엇무엇을 수락함으로써, 무엇무엇 하기로 마음먹었다라는 등 특검의 일방적인 추측만이 난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 변호인의 기억에 이런 방식으로 작성된 공소장은, 특검이 되새김질하는 에버랜드 사건이 일어나기도 더 전에, 바로 이 건물에서 적지 않게 읽어 보았던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이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미르 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출연의 경우, 청와대의 주도와 전경련의 요청으로 진행된 재단설립 절차에, 삼성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수동적으로 참여하였을 뿐입니다. 영재센터 2차 후원의 경우, 피고인 이재용은 이에 관여한 사실이 없습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초기부터 제기해 왔던, 3차 단독 면담시간에 관한 주장을 극구 외면하여 오다가, 뒤늦게 지난 제52회 공판기일에서야 종전에 3차 단독 면담시간이 라고 주장하던 오후 부분을 비로소 삭제하였습니다. 특검은 또한 봉투의 전달경위에 있어서도,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에게 직접 전달하였다는 부분도 삭제하였습니다. 특검 스스로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하였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로써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으로부터 봉투를 전달받지 않았음이 명확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관련 증거에 의할 때, 3차 단독 면담시간이 오전이었다는 점과, 그 시간에 대통령이 봉투를 받아 피고인 이재용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였다는 점이 너무도 분명하게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단순히 이를 증명할 증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관계까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무리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밖에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의 허구성을 뒷받침하는 많은 논거들은, 이미 제출한 의견서에서 충분히 설명 드렸다고 사료되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심지어 특검이, 결심을 불과 며칠 앞두고 뒤늦게 제출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 등에 의하더라도, 청와대가 인식한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경영실적을 통해 이재용 체제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대통령이 인식한 것이 아닙니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을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안종범 수첩 어디에도 경영권 승계라는 단어조차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일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려고 하였다면, 측근이자 심복인 안종범의 수첩에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선 특검은 2014년 9월 15일 1차 단독 면담 시에 승계 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특검은 공소장 자체에서도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였다고만 기재하고 있을 뿐, 도대체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에 어떠한 내용의 청탁이, 어떤 방식으로 오고갔는지 전혀 특정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1차 단독 면담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의 기회에, 사전 예고도 없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그것도 불과 5분도 안 될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이 특검 주장과 같은 내용의 거대한 승계 작업에 대한 도움을 대통령에게 청탁하면서, 이와 같이 사전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요구한 우연한 만남에서, 그것도 바깥에서는 행사에 함께 참석한 일행들이 테이프 커팅을 위해 기다리고 상황에서, 불과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해치웠다는 것이, 도대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주장입니까? 더구나 특검 주장과 같이 1차 단독 면담 시 부정한 청탁과 뇌물수수의 합의가 있었다면, 곧바로 이어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 무산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요? 2015년 7월 25일 2차 단독 면담에서, 대통령이 승마협회에 대한 운영이나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상황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이 부분에 관하여는, 이미 공판과정에서도 이 사건 핵심 쟁점과 거리가 있다는 재판장님의 지적을 수회 받은 상태이므로, 이만 약하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합병비율이 불공정하여 서민의 노후자금원인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게 하였고, 이로 인해 대주주 일가가 이득을 취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이 사건 합병을 성원해 주신 국민들과 특히 소액주주들 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피고인 이재용으로서는 그 어떤 공소사실보다 억울해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전 공판과정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전혀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이미 피고인 이재용에게 승계 작업을 도와주기로 하였다는데, 삼성 임직원들이 별도로 정부부처 등에 청탁할 이유는 또 무엇이라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삼성그룹의 일상적인 경영활동마저 모조리 청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특검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삼성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은 어떤 공무원도 만나지 말아야 하고, 공무원에 대하여 어떠한 의견 개진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 부당성에 의문이 있는지요? 결국 이 사건 승마지원과 관련하여 단순수뢰죄를 적용한 특검의 이 사건 공소제기는, 형법의 취지, 확립된 판례, 관련 법리 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명백히 부당합니다. 이 사건과 같이 비공무원에게 이익이 전부 귀속되었음에도, 특검의 주장과 같이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할 선례가 있으면 제출하라는 재판부의 석명에도, 특검은 이를 제출 하지 못하였습니다. 본 변호인은 특검이 앞으로도 결코 그와 같은 선례를 제출할 수 없을 것을 확신합니다. 지난 공방기일에서도 상세히 설명드렸고, 오늘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서도 기재하였지만, 이 사건과 완전히 동일한 구조의 사안들에서, 이미 법원은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고,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부만이 문제될 여지가 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함께 참고자료로 제출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의 의견도 살펴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석연치 않은 면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는 주요사실 즉,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과연 대통령은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 작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하고 피고인 이재용은 이를 수락함으로써 뇌물수수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법원이 누누이 선언해 온자유심증주의의 요체입니다. |
다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판사님. 지난 5개월 동안 복잡한 재판을 세심하고 공정하게 들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구속 수감된 지난 6개월 동안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한번 모든 걸 내려놓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지난 몇 개월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복잡한 법적 논리 등을 이해하기 어렵고, 특히 특검에서 얘기하는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제가 너무 부족했고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한 것, 이게 다 제 탓이었다는 점입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모든 임직원들, 많은 선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습니다. 창업자이신 저희 선대회장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주신 회장님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저도 나름 노심초사하며 회사 일에 매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것 같습니다. 저희의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들과 우리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는 더 엄격하고 커졌습니다. 이번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서도 많은 그런 것들이 드러났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저는 평소에 제가 경영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법과 정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어보자고 다짐해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뜻을 펴 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되 버리니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합니다. 재판장님. 이것 한 가지만은 꼭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제가 제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대통령에게 그런 기대를 한 적은 결코 없습니다. 변호인께서도 말씀드렸는데 국민연금 오해받는 부분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특검과 세간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해 제가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제 개인이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게 아니냐고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결코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들의, 우리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히면서 그런 욕심을 부렸겠습니까. 너무나 심한 오해입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되지 못합니다. 이 오해만을 꼭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삼성을 아껴주신 많은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큰 실망을 보여드린 데에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말씀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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