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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오롯이 새겨진 20년 취재기록, 그리고 관객들의 ‘탄식’

기사승인 2017.08.04  1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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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김광석’ 언론시사회…이상호 감독 “김광석 음악과 함께 진실목격자 돼달라”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상영관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후우’하고 숨을 고르는 관객, 탄식을 내뱉는 관객도 있었다. 80여분의 러닝 타임동안 스크린에 오롯이 새겨진 ‘기자 이상호’의 20년 취재수첩에 충격을 받은 눈치들이었다.

영화가 상영되는 중간 중간에도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짧은 정적이 흐른 후 그제서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20여년의 세월을 관통한 가객(歌客)의 명곡이 흘러나왔음에도 이를 편안하게 즐기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 2일 영화 '김광석'의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포토타임을 갖는 이상호 감독.<사진=고발뉴스>

이상호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김광석’(제작 시네포트)가 3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통해 ‘일어나 김광석’이라는 제목으로 관객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이날 상영된 작품은 보강 취재를 거친 ‘업그레이드’ 판이었다.

‘언론시사회’라는 타이틀을 단 만큼, 관객 중에는 현직 기자들이 많았다. 낯익은 얼굴들도 있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수경 전 의원, 박성제‧박성호 두 MBC 해직기자와 성경환 전 tbs 사장 등이 극장을 찾았다. 영문자막이 없었음에도 외국인 관객들이 영화를 진지하게 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10여석 규모의 상영관은 거의 3분의 2가량이 채워졌다.

#Scene1: ‘주인공’ 대신 무대에 오른 변호사들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오른 이들은 변호사들이었다. 지금은 가고없는 ‘남주인공’ 대신, 영화의 법률자문을 맡은 김성훈, 이동원 변호사가 관객들을 마주했다.

통상적인 영화시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장면이었다. ‘소송을 각오하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다만, 변호사가 등장했다고 해서 분위기까지 무거운 것은 아니었다. 법정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법조인들이었음에도 무대에 오르는 것은 영 어색한듯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두 변호사의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2일 열린 영화 '김광석'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이동원, 김성훈 변호사와 이상호 감독.<사진=영화 '김광석' 공식 페이스북>

두 변호사는 영화 개봉 전 상당한 법률적 고민과 검토를 거쳤음을 내비쳤다. 김성훈 변호사는 “민감한 사안을 갖고 만든 다큐멘터리는 맞기 때문에 최대한 법적분쟁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 감독에게 조언을 드리고 장기간 논의해가면서 만든 작품”이라며 “저희 입장에서 볼 때 크게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영화를) 10번 정도 봤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동원 변호사는 “법적분쟁을 생각해 원래 처음 (이 감독이) 의도했던 것 보다는 약해진 부분이 있지만 오늘 다시 보니 작품적으로도 괜찮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법적으로 발생 가능한 모든 점을 검토했다”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 이 감독은 “변호사들과 언쟁이 좀 있었다. 이분들은 소송을 우려하시는데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유일하게 진실을 밝히는 방법은 (김광석 씨 부인) 서해순 씨가 저에게 소송을 걸어주는 것”이라며 “그래서 소송 걸리더라도 좀 더 가자했는데 (영화가) 이렇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Scene2: 이 감독에게 쏟아진 날카로운 질문들

개봉 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일까. 이날 시사회에서는 이 감독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첫 질문부터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었다. “김광석 씨의 위패는 이미 청광사로 옮겨졌는데 왜 (과거에 위패가 있던 창신동) 안양암을 찾았느냐”는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창신동 언덕은 (김광석 씨가) 다섯 살 이후에 성장하고 가수의 DNA가 함께 자라온 곳”이라며 “(인근에 위치한) 안양암에 위패가 모셔진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처럼 그 거리가 진짜 김광석 음악의 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그 곳을 찾아갔다”고 답했다. 다만, 이 감독은 “혹시라도 그것이 김광석 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쪽으로 해석된다면 (유족께) 사과드리겠다”고 덧붙였다.

   
▲ 2일 영화 '김광석'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이상호 감독.<사진=고발뉴스>

영화상에서 나온 서해순 씨 관련 의혹을 두고 “팩트인지 추측인지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감독은 “뉴스 리포트처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여기 (영화에) 나오는 서해순 씨 관련 사안은 다 팩트 확인을 거친 내용”이라며 “바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씨에 대한 최근 인터뷰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컨프론트(confront. 맞서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과거) 취재는 많이 있다”며 “(영화) 마지막에 ‘제보를 바란다’는 취지의 자막을 고민 끝에 올렸는데 이 영화는 김광석 변사사건을 다루는 첫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영화를 위해 아껴놨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로 저희가 (앞으로 닥칠지 모를)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처분 (우려) 상황이 남아있다. 저희가 컨프론트 했을 때 그분이 아예 제작 자체를 중단시킬 우려가 있어서 그런 고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음악 다큐처럼 보였는데 점점 추리로 기획의도가 바뀐 것 같다”는 감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최초에 음악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김광석이라는 최고의 가수의 삶과 죽음을 다루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 이야기를 안할수 없었다”며 “진실을 목격해달라고 선언적으로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김광석의 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1996년으로 돌아가 진실목격자가 되주십사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Scene3: ‘완급조절’에 나선 오동진 평론가

이날 진행을 맡은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었던 시사회의 완급을 적절하게 조절했다.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지자 “작품이 워낙 민감한 내용을 많이 담고있어서 질문과 대답에서 약간 날이 설 수도 있으니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눠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오 평론가는 적절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도 도맡았다. 관객과의 대화 초반에 법적인 부분이 화두가 되자 “지금 ‘영화이야기를 유도해달라’는 메모가 들어왔다”는 멘트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미국인이 영어로 질문을 던지자 “다 알아들으셨죠?”라고 천연덕 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 영화 '김광석' 언론시사회 진행을 맡은 오동진 영화평론가,<사진=고발뉴스>

“(영화에) 제 얼굴이 많이 나와 크레딧 맨 위에 (이름이) 나오기는 송구스러웠다”는 이 감독의 말에는 “이왕 뻔뻔할 거 계속 뻔뻔한게 낫지”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감독을 ‘노이즈 마케팅의 귀재’라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시사회를 정리하는 오 평론가의 마무리 멘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상호 감독이 지금 이 다큐를 지금 이시기에 왜’ 라는 것에 많은 걸 생각하면서 봤다. 본인이 추구해온 여러 작품들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다이빙벨’도 그렇고 앞으로 공개될 ‘대통령의 7시간’도 그렇고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지금 시대의 가장 큰 화두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하고있는 것 같다.”

#Scene4 “이상호 감독이 진실의 99%는 밝혔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했던 성경환 전 사장은 페이스북에 “이상호 감독이 진실의 99%는 밝혔다. 이제 나머지 1%의 진실을 네티즌들이 밝혀준다면 김광석과 그 친족들, 그리고 김광석이 노래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은 그 억울함을 풀게 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새삼 짠하고 안타까워 보는 내내 눈이 젖었다. 고 김광석형이랑은 개인적 인연도 있는 터라 더 그랬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새로운 사실들이 담겼다. 영화 속에서 나는 ‘악마를 보았다!’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는 소감을 올렸다.

언론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 감독의 발언내용을 중심으로 한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티브이데일리>는 ‘김광석 그에 대한 향수가 스며들때, 덮쳐오는 충격 반전’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제목이었다.

<문화뉴스>는 ‘600자 리뷰’를 통해 “이미 지난해에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한 번 공개된 바 있지만, 그보다 더욱 확신에 찬 내용으로 구성되어 전작 ‘다이빙벨’ 못지않게 사회에 큰 파장을 안길 준비가 되어있다”며 “‘고발 전문 기자’인 이상호 감독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건, 그만큼 김광석이라는 존재가 매우 크기 때문 아닐까?”라고 보도했다.

<스타뉴스>는 “영화 개봉 후 어떤 파장을 일으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평을 달았다. <오마이뉴스>는 “이 작품은 대중음악계를 흔들고 지금까지도 대중들 사이에서 사랑받던 고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심증을 전반에 깔고 있다”며 “그 중심에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상호 기자가 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영화 ‘김광석’은 오는 30일 일반 관객들을 만난다.

문용필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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