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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서해성] 나의 잠수부

기사승인 2017.06.17  16: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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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관홍 잠수사 1주기에

<나의 잠수부>
-김관홍 잠수사 1주기에

   
▲ <이미지출처=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캡처>

나의 잠수부여,
거기 심해에서 무엇을 보았던가요. 

당신이, 또 당신들이 292명의 죽음들에게 말을 걸 때  
죽음은 비로소 살아서 팔에 안겨오고
‘어서, 올라가자. 엄마한테 가자.’ 

엉킨 채 서로를 위로하면서 캄캄한 뱃속을 떠돌고 있는
주검 하나하나를 달래어서 안아 올릴 때 
‘삼촌 하고 가자. 아빠 기다리신다.’ 

밧줄 하나에 목숨을 걸고 
국가도 대통령도 없는 저 바다 밑을 헤매다가 숨막히는 어둠을 헤치고 올라올 때
‘가방도 가지고 가야지. 신발을 벗어놓고 가면 쓰겄냐.’ 

물건 하나씩 옆구리에 챙겨서 매달고 겨우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권력은 중얼거렸어요. 
‘너는 돈을 벌려고 이러는 것이다.’
‘너는 민간잠수부가 아니다.’

나의 잠수부여, 
거기 깊은 바다에서 오늘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요. 
아직 다 찾지 못한 어린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나오질 못하는 것인가요. 
맹골수도 빠른 물길에 쓸려간 마지막 신발 한 짝을 찾고 있는지요.

물 밑으로 내려간 잠수부여,
우리들을 절망의 바다에서 끄집어 올리던 잠수부여, 
오늘 한번 올라오시라. 

무심한 맹골수도여, 오늘은 한번 그를 놓아주시라. 
우리가 잠수부가 되어 나머지 진실을 찾아낼 터이니
검은 물길이여, 
광화문까지는 아니라도 좋으니
꼭 한번만 아내의 꽃집에서 꽃향기로 그를 돌려주시라. 

산 자들의 절망이여,
죽은 자들의 목숨이여,  
우리는 모두 그대에게 빚졌나니.
나의 잠수부여,
오늘은 물 밖으로 나오시라.

서해성 작가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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