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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는 탁월한 진화체”

기사승인 2017.05.27  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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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디선가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신분이 된 김상조에 관해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러저런 설왕설래가 있어 소개한다.

“1986년. 9월 22일 대학원생 김상조는 서울 아시안게임대회 탁구시합(서울대 체육관) 때문에 휴교조치를 내려 폐쇄된 교문 앞에서 도서관에 들여보내줄 것을 요청하다가 전경 버스로 연행되었다.”

   

김상조는 직업 공부꾼이다. 교수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장담컨대 그는 저승에서도 공부할 사람이다. 다만 그의 공부는 늘 현실에서 쓸모가 있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의 공부는 만인을 위한 공부다. 휴교령이 내린 교문 앞에서 도서관 출입을 애걸한 공부꾼 범생이다.

“불패의 전사 김상조가 왔다. 삼성 총수 이건희를 법정에 불러내서 얼굴을 마주하고 싸우고도 학교에서 쫓겨나질 않았고 아직 죽지도, 기가 꺾이지 않은 희귀종 경제학자다. 여전히 부지런히 책도 쓰고 있고 팔리고 있고 강연도 다니고 있다. 재벌문제에서 김상조가 괜찮다고 하면 그제야 진짜 합법이다.

빠른 말씨, 쉼 없는 손짓, 명료한 관점. 그에게도 허점은 있다. 모든 용감한 사람은 눈물이 많다. 이 또한 상찬인가. 여름에는 흰 와이셔츠 한 장, 늘 후줄근한 양복 차림. 늘상처럼 낡은 가방을 들고 와서 랩톱을 끄집어내서 설명을 시작한다. 숨 돌릴 겨를이 없다. 질문이 나올까 싶으면 지레 ‘다 끝나고 나서!’라고 간단히 제압한 뒤 다시 거침없이 진행한다. 누군가 발제문 사이 빈 틈을 찾아 빼곡하게 필기를 하고 있다. 토론을 보면 알 터이다.”

김상조는 생활에서도 범생이다. 범생이에서 한 치만 벗어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초조해지는 게 그다. 이건 그가 선택한 삶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그렇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도 있다. 만약에 김상조가 조금이라도 일탈을 했다면 그는 이미 매장되어서 한국사회 저편으로 사라졌을 터이다. 그는 가장 강한 자와 싸워 온 경제학의 전사다. 삼성 총수 말이다. 그를 법정으로 불러내 면전에서 잘못을 추궁한 사람은 오직 김상조뿐이다.

좀 더 구어체로 말해서 김상조는 일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와도 일탈이 불가능한 희귀한 진화체다. 용돈, 술, 밥 어느 것 하나 변변치 못한 숫제 빈한한 사람이다. 허영, 사치 따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다. 이를 청렴이라고 한다는 걸 안다. 언젠가 공부모임 중에 자기가 쓴 책을 끄집어냈는데 겉장이 다 낡은 <종횡무진 한국경제>가 나왔다. 좌중은 그걸 보고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김상조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주겠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그 자신이야말로 스스로 조직화하고 창조해낸 공정 그 자체인 까닭이다. 지난 세월 동안 ‘그의 탁월한 편견’이 한국사회를 지켜낸 경제 정의였음을 숱하게 보아온 터다.

오늘 그에게 시비를 붙이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궁금해 할 것 없다. 그의 행적을 보면 그를 반대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나올 것이다.

하나만 덧붙이자. 그는 경제학을 말할 때 문학작품에서 적절한 구절을 가져와 설득력 있게 풀어놓곤 하는 편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첫 줄

김상조는 저마다의 이유로 ‘나름나름으로 불행’한 세상을 구체적으로 ‘고만고만’하게 만들고자 하는 꿈을 지니고 있다. 그의 경제학은 톨스토이의 꿈과 맞닿아 있다고 해도 좋다.  

서해성 작가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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