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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 사건②] 유례없는 소송을 시작하며.. “오직 검사만 할 수 있는 일”

기사승인 2016.09.23  1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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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의무 위반 불법행위.. 檢, 재심청구로 바로잡아야”

지난 기사([이수근 사건①] ‘중정’의 조작으로 드러난 ‘故 이수근 이중간첩사건’을 아시나요)에서 대략 살펴보았듯이 배경옥의 이모부 이수근은 북한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에 재직하다가 1967. 3. 22. 대한민국에 귀순하였으나, 중정의 감시와 간섭을 견디지 못해 조카인 배경옥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다 중정직원에게 붙잡혀 모진 고문, 가혹행위, 불법구금 등으로 이중간첩으로 조작, 사형을 선고받고 1심 선고 직후 처형당했습니다.

배경옥씨는 이모부 이수근의 간첩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후에야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과 재심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6. 12. 19.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습니다.

국가는 수사과정에서 불법감금, 자백에 의존한 무리한 기소 및 증거재판주의 위반 등에 대해 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는 확정판결에 대하여 피해자들과 유가족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결정에 따라 배경옥 씨는 재심을 청구하였고, 2007. 11. 7. 법원은 다음과 같이 재심을 결정합니다.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피고인을 영장없이 불법 구금하였고, 그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구타와 물고문, 전기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재심대상판결의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그 직무에 관하여 형법 제124조 소정의 직권남용감금죄, 제125조 소정의 독직가혹행위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재심 공판을 거친 끝에 2008. 12. 19. 이수근과 배경옥의 자백은 영장없는 불법구금, 고문, 가혹행위에 의한 허위자백이고 허위자백 외에는 이수근과 배경옥의 간첩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은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로써 배경옥씨는 평생을 옥죄고 있던 간첩이라는 멍에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008년12월19일 서울고법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배경옥 ⓒ 한겨레신문사

“法, 이수근 재심청구 기각.. 검사, 유일한 재심청구권자”

이후 배경옥씨는 이모부 이수근의 억울함을 풀어 명예를 회복하고자 이수근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2011. 11. 7. 법원으로부터 자신은 형사소송법상 재심청구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판결을 선고받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24조는 재심청구권자로 ① 검사, ②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 ③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의 법정대리인, ④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로 제한적으로 열거하여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1인시위 (2016. 9. 19) ⓒ 지금여기에

“檢, ‘재심사유 없다’ 공람종결.. 법이 인정한 사실마저 부정”

그래서 배경옥씨는 형사소송법상 유일한 재심청구권자인 검사에게 이수근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검찰은 담당검사가 4번 교체되도록 결정을 하지 않다가 올 해 2월,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공람종결처분을 하였습니다. 공람종결처분이란 진정 그 자체가 말이 되지 않으므로 진정 내용에 대하여 조사할 필요도 없이 각하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수근이 고문·가혹행위, 불법구금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는 점은 이미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결과와 배경옥씨의 재심판결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고, 특히 재심판결문은 고문·가혹행위, 불법수사를 묵인·방조한 검사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재심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공람종결한 것은 너무나 어이없는 결정입니다. 법원에 의해 인정된 사실마저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 고문후유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다리 (2016. 9. 19) ⓒ 지금여기에

“재심 청구시 무죄판결 명백.. 검찰의 원죄 막중”

그리고 법원은 배경옥씨에 대한 재심판결을 통해 수사 및 재판절차상의 인권침해와 적법절차위반은 물론 두 사람에 대한 간첩혐의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이수근에 대해 재심사유가 있음이 명백하고, 재심을 청구할 경우 무죄판결이 선고되리라는 점도 분명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이 중정 수사관들의 인권침해를 감시, 감독하지 않았고 오히려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묵인했으며, 형식적인 수사만 하고 피고인들(이수근과 배경옥)에게 유리한 증거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는 등 범죄 피의자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수근과 배경옥에 대한 유죄판결에 검찰의 원죄가 막중하다는 뜻입니다.

“객관의무 위반 불법행위.. 檢, 재심청구로 바로잡아야”

검사는 준사법기관이자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객관의무가 있습니다. 검사는 오로지 유죄판결이라는 승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스포츠 경기의 일방 당사자처럼 피의자, 피고인과 승부를 벌이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항상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고 무고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리지 않도록 하고,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뿐만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수집해 제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객관의무에 위반한 검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검사제도를 두고 있는 문명국에서 공통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미 이수근과 배경옥에 대해 객관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형사소송법이 검사를 재심청구권자로 규정한 것도 바로 이 객관의무 때문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무고한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당사자는 사망하고 당사자를 대신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유족도 없다면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심사유 명백‧무죄판결 가능성 高…檢, 재심청구 의무있어”

따라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검사의 권한은 완전한 자유재량이 아니라 객관의무에 의해 제한을 받는 권한이며, 이 사건처럼 재심사유가 명백히 존재하고 재심을 청구할 경우 무죄판결의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을 청구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좌) 법무법인 '진심' 류제성 변호사, (우) '지금여기에' 변상철 사무국장

검찰은 배경옥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재심을 청구함으로써 과거 자신이 위반했던 객관의무를 이제라도 준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랬다면 훼손된 사법정의를 뒤늦게나마 회복하고 검찰은 정의의 수호자로 다시 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모른 체하고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검찰을 위해서라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이수근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달라는 배경옥씨의 진정을 각하한 것은 위법하므로 국가가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변상철 사무국장, 류제성 변호사 knung0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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