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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박정희 기념공원? 직접 가보니…”

기사승인 2016.01.16  16: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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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박정희 가옥 연계 역사문화공원 재추진…세금 314억 투입 예정

박정희는 1961년 5월 16일 새벽에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 바로 이때 박정희가 살고 있었던 집이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육군 제7사단장이던 1958년 5월부터 1961년 8월 장충동의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공관으로 이주할 때까지 가족과 함께 거주하던 집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1년 이곳에서 우리나라 현대사의 큰 전환점이 된 5·16을 계획하였다."
- 박정희 대통령 가옥 공식 안내 소책자 내용 중 발췌

그러니 이 집은 말 그대로, 쿠데타를 계획하고 실행하여 최종적으로 국가 권력을 손에 넣을 때까지 군사정변의 수괴가 살았던 장소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집에서 살았고(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죽은 후에도 82년까지 머물렀다고 한다), 2008년 10월 서울시가 추진한 역대 정부수반 유적보존 계획에 따라 국가등록문화재 제412호로 지정됐다. 

   
▲ [출처: 2013년 6월 5일 SBS뉴스 화면 갈무리]

2013년 6월에 서울 중구청(구청장 최창식)은 이 가옥 일대를 '박정희 기념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추진하다 큰 논란이 일었고(이미 몇 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타당성 조사 용역까지 맡긴 상태였다), 서울시와의 협의 불발로 사업은 중단됐다. 그런데 요즘 중구는 자체 예산을 들여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확충계획'이라는 새 이름으로 이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중구청은 동화동 공영주차장(박정희 가옥과 50m 거리)을 지하화하는 사업과 서울시 등록문화재인 박 전 대통령 가옥을 연계한 역사문화공원 사업을 위해 올해 약 1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314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구는 일대에 지하 4층∼지상 1층, 전체면적 1만 1천 75㎡ 규모의 건물을 지어 지하 2∼4층은 차량 271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지하 1층 일부에는 전시장을, 지상에는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란다. 지난해 구청장 지시("인근 진영빌딩까지 주차장을 확보하고, 박정희 가옥과 연계한 역사공원 콘셉트로 조성하라") 아래 예산 확보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도 마쳤다.

물론 사업의 내용도 약간 바뀌었고, 원래는 필요 예산을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충당할 예정이었다가 이번에는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는 등 좀 다른 부분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단지 주차장이 더 필요한 거라면 정당하게 지원을 받아서 그냥 지으면 될 일인데도 불구하고, 중구청은 굳이 막대한 세금을 들여 기존 건물을 허물고 지하주차장과 함께 새로운 공원을 조성하려고 한다.

처음 2013년에 사업이 중단된 이후 그 이듬해 관련 회의에서도 '박정희 기념공원과 동화동 공영주차장 사업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반대 여론 때문에 애꿎은 공영주차장 사업마저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는데, 중구청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무리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일까?

   
 

그래서, 현장에 직접 가봤다. 박정희 가옥 관람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을 통해 일반 시민이 인터넷으로 회차별 예약 접수를 할 수 있는데, 보는 바와 같이 명색이 "수도 서울의 심장부(중구청 공식 홈페이지의 지역 특성 참조)"라는 중구의 전시·관람 문화행사 카테고리에는 '박정희 대통령 가옥 관람' 뿐이다.

   
▲ [출처: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 관련 화면 갈무리]

이 곳은 신당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고(서울중앙시장 맞은편), 안내 표지판도 '박정희 대통령 가옥'이라고 명확히 써놨다. 주택가에 있기 때문에 5분 정도 골목길로 들어가야 하지만 청구성당이나 동화동 공영주차장을 향해가면 별로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여느 문화재처럼 관람안내판과 가옥안내도가 만들어져 있고, 집 앞마당에 들어서면 박정희와 육영수의 사진도 세워져 있다.

   
 

직접 실내에 들어가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자원봉사 도슨트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무슨 박물관처럼 각종 전시물들이 놓여 있으며, 박정희 가족의 흑백 사진도 볼 수 있다. 1930년대 일제가 지은 '문화주택(서양식 주거문화를 지향하여 복도와 응접실, 식당 등 근대적인 설비를 갖춘 개량 주택)'이라고 하는데, 박정희가 살던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 집은 박정희가 김종필 등의 수하들과 함께 쿠데타를 실제로 모의했던 장소이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군사독재의 역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그의 가족들이 살았던 곳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유린한 5.16 쿠데타는 기념해야 할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 해야 할 잘못이지만, 어쨌든 박정희 가옥은 이미 이렇게 문화재로서 관리되고 있었다.

   
   
   
 

내부에는 군사쿠데타 당시 신문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경향신문이나 한국일보는 물론이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1961년 5월 16일자 기사 제목에도 전부 다 '쿠데타'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는 게 눈에 띈다. 이때에도 분명히 쿠데타라고 했는데, 박근혜 정권의 공직 후보자들은 도대체 왜 하나같이 인사청문회에서 그토록 쿠데타라는 말을 못하고 쩔쩔매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 그럼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확충계획'은 박정희 가옥부터 중간에 진영빌딩과 편의점 건물 그리고 청구성당 앞의 동화동 공영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이 골목 일대를 박정희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국민의 혈세 314억 원이 소요되고, 중구청은 올해 이미 1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중구는 "지하에 주차공간을 만들다 보니 지상 공간이 나와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지 박정희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박정희 공원'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데, 직접 가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역사문화공간'의 테마는 당연히 박정희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장 사진에도 그대로 드러나지만, 골목 끝에 있는 회색벽의 박정희 가옥에서 시작해 자동차들이 주차돼 있는 진영빌딩과 빨간 편의점 건물에 이은 녹색대문 한옥, 바로 그 옆의 공영주차장에서 끝나는 이 길은 그냥 일반적인 주택가일 뿐이다. 지극히 평범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이 일대를 특별히 세금을 투입해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이유를, 과연 중구청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업 예정지에서 불과 2~3분 거리에 다산공원도 있다. 한 지역에 공원이 많아서 나쁠 건 없겠지만, 2013년 6월에 논란을 겪고 중단된 사업을 굳이 이렇게 억지로 공영주차장 사업과 연계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을까? 중구는 동화동의 주차장 확보율을 현재 89%에서 9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불법주차를 합법화하려면 주차장 지하화는 필수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괜한 논란을 만들지 말고 주차장과 공원화 사업을 확실히 분리해서 추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구청 말대로 공영주차장 지하화가 정말 필수적이라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일 텐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박정희 기념공원을 끼워넣어서 사업 자체의 추진을 어렵게 하고 세금을 낭비하려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어차피 박정희 가옥은 지금 이대로도 잘 관리되고 있으며, 쿠데타 모의 현장치고는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걸 또다시 혈세를 들여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면 그거야말로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행위다.

2018년 어느 날 학교에서 역사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중구의 박정희 기념공원에 현장학습을 하러 오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안 그래도 '친일과 독재의 아이콘' 박정희가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인 2017년부터는 우리 아이들이 국가가 만든 하나의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되는데, 서울 한복판에 박정희 기념공원까지 있다고 하면 역사 교육이 과연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을까? 당장 유신독재 부활 논란을 부추기는 박정희 기념공원은 백지화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세금을 그런 쓸데없는 짓에 사용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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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리포터 Arthur Jung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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