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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청, ‘괭이부리마을’ 가난상품 추진 논란

기사승인 2015.07.13  10: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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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아이들 상처는 어쩌려고?” vs “부모세대 유년시절 회고 의미”

대표적인 쪽방촌으로 알려진 인천 괭이부리마을에 대해 지자체가 관광상품화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동구청(구청장, 이흥수)은 이 마을 한가운데에 게스트하우스와 유사한 외부인 생활체험관을 만들어 타 지역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숙박을 하며 옛 생활공간을 체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청은 이 같은 안이 담긴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지난달 중순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안은 13일 도의회의 심사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조례안에 따르면, 옛 생활 체험관은 타지에서 부모와 함께 동구를 찾은 아이들에게 숙박 기회를 줘 옛 생활모습을 경험토록 하는 목적으로 동구 관내에 설치된다.

반드시 부모가 자녀를 동반해야 입실이 가능하고 하루 숙박 체험료는 1만원으로 책정됐다.

구는 첫 체험관을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쪽방촌인 만석동 괭이부리 마을 안에 만들기로 하고 현재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활용 중인 2층짜리 주택을 일부 리모델링해 활용할 예정이다.

구는 서울 구로구청이 과거 공장노동자 체험관을 만들어 지역 상품화 한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 인천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아이들의 공부방 기차길옆 작은학교. <이미지 제공=기차길옆 작은학교 홈페이지>

“쪽방촌 체험 박완서 소설에나 나오는 허구인 줄 알았는데…”

이에 괭이부리마을 주민들은 “가난을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차라리 동부이촌동 같은 재벌 회장님 사는 동네에 게스트 하우스 지어 놓고 부 체험하는 상품을 내놓지 그러냐”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괭이부리마을의 공부방 ‘기차길옆 작은학교’ 임종연 상근교사는 13일 ‘go발뉴스’와 통화에서 “이 곳을 관광 체험관을 만든다면서 주민들의 삶을 구경거리고 만드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괭이마을을 체험 관광상품화하면 이 곳의 삶은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담벼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걸어 잠글 대문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50~60년 동안 마을 공동체를 지키면서, 자식들 키우고, 자존감을 지키고 산 주민들의 삶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안된다”면서 “주민들은 관광으로 돈을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여태까지 지키고 살아온 삶을 존중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괭이부리마을을) 열고 개방하는 것도 주민들 몫이다. 구청이 이래라 저래라 할 것 아니”라면서 “구청은 주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말로는 가난을 상품화 하자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괭이부리마을은 가난한 마을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일로 주민들의 상처 받은 자존감에 대해 구청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괭이부리마을에는 6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은 50~60대 고령자이지만, 어린아이들도 50~60명에 달한다. 기차길옆 작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만 해도 40여명 정도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인천만석동의 오래된 쪽방촌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도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경각심 일깨워주려고 쪽방촌 찾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머리를 쓰면 이런 사업 아이디어가 나오냐”, “부산감천마을 같은데 인기 많으니 따라하는 것 같다”, “(주민들의)기본적인 생활권 문제는 당연한 것이고, 저기 사는 아이들도 있을 텐데 학교에서 놀림 받으면 어쩌냐”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쪽방촌 체험, 와! 정말 힘든 상황을 경험하라니! 박완서 소설에나 나오는 허구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남동, 동부이촌동 이런 잘사는데 가서 부잣집 체험한다고 거기 사는 주민들한테 양해 구하고 한번 해보라!”면서 분노 섞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구 관계자 “‘가난상품’ 아닌 60~70년대 향수 체험”

이에 대해 이 같은 사업안을 처음 구상한 구의 관광개발과 관계자는 ‘go발뉴스’와 통화에서 “‘가난상품’이 아니고 60~70년 대 우리네 삶에 대한 향수를 체험하자는 것”이라며 “그 시대에는 대한민국 대부분이 그렇게 살지 않았냐. 부모세대들이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을 회고하고 보여주자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괭이부리마을 주민 150명이 이 같은 사업에 반대하는 진정서를 냈는데, 마을 재개발로 삶이 윤택해지고 지역기반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찬성하는 분들도 있을 것 아니냐”면서 “이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더 많으면 괜찮은 사업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을 시행해서 활성화도 안 되고 이럴 때 나중에 비판도 필요한 것인데, 사업 계획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가난 상품화’라는 것은 좀 맞지 않다”면서 “입법례 조례도 안건 상정절차에 따라 운영한 것이다. 또 주민들 중에 반대 진정서에 서명하신 분 중에는 만석동 주민이 아닌 분도 계시다”고 밝혔다.

한편, 구에서는 지난 2011년 전임 조택상 구청장 재임 시절에도 괭이부리마을 관광상품 사업 추진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사업을 접어야 했었다.

그런데도 불과 5년도 안 돼 구에서 이 같은 사업을 또 추진하자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이와 관련 구청 관계자는 “사람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 헌재에서도 (똑 같은 사안을 가지고 판결을 내릴 때) 언제는 합헌이고 언제는 위헌일 수 있다”면서 “5년이 지난 상태에서 마을 주민 생각은 또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강변했다.

또 이 같은 사업 추진에 당사자인 마을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민협의체를 지난해부터 운영해 왔는데 의견 수렴 안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물론 진짜 많은 주민을 모아놓고 (의견 수렴을)할 수도 있었지만 또 목소리 큰 분들이 있는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현정 기자 luwakcoffee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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