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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감청 영장 거부’.. 진심인가 꼼수인가

기사승인 2014.10.15  17: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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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만 비장함.. 내용은 속 빈 강정, 꼼수?”

   
▲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카톡 사찰’이 논란이 되자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국내에 있는 어떤 서비스도 국가의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영장)에는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 또 이 대표의 법률 대리인은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며 외려 ‘사찰’로 불안해 하는 이용자들을 비난했다.

잘못한 것 없다던 카카오, 갑자기 태도 바꾼 이유

게다가 “정부를 탓해야지 왜 시키는 대로 한 우리를 탓하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시키는 대로 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강변이다. 이런 태도는 카톡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을 부추겼다. 독일계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가 1위에 오를 때도 다음카카오는 별 것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가 “열심히 하는 것 말고 다른 대책은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너희들 같으면 영장 앞에서 저항할 수 있겠느냐, 우리는 사과할 것 없다, 잘못한 게 뭐냐, 외국 메신저로 갈아타려면 그렇게 해라, 이런 식이던 카카오가 며칠 만에 태도를 확 바꿨다. 13일 오후 4시 다음카카오가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이 있으니 6시까지 프레스센터로 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카카오 대표가 기자들에게 한 말의 핵심은 “정부 수사기관의 실시간 감청 영장을 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법 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며 “사용자의 불안한 마음을 빨리 깨닫지 못했다.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며칠 전 당당했던 태도와는 천양지차였다.

   
▲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JTBC

“영장 불응 처벌 내가 받겠다” 감성 멘트 날린 이석우

많이 고심하고 공들인 발언도 나왔다. “감청 영장 불응으로 인해 법적인 제재가 가해진다 하더라도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영장에 불응하겠단다. 듣는 이의 가슴을 짠하게 만들 만한 감성 멘트다. 얼핏 들으면 그렇다는 얘기다.

왜 태도가 돌변한 걸까.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더니 졸지에 말을 뒤집어 이젠 검찰에 항거 하겠다? 이런 놀라운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음카카오의 ‘선언’에 진정성이 얼마나 담겼을까 하는 의구심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사과와 반성은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되자 들고나온 ‘조처’일 것이다. 텔레그램 가입자 수가 그 사이 또 수십만이 늘어 300만 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카톡 가입자 수가 이미 엄청난데다 친숙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는 소비자 관성도 작용할 테니 그까짓 '듣보잡' 텔레그램 정도가 어찌 우리를 위협하겠는가 하며 자만했다가 그게 아니구나 놀라 가슴을 쳤을 게다.

   
▲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SBS

사이버망명 막기 위한 호들갑...불응해도 처벌 어려운데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가 많은 나라일수록 언론자유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네덜란드, 핀란드 등 언론자유지수 1, 2위 국가에서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는 250위권 밖이지만 언론자유지수가 낮은(60위권) 한국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과가 ‘사이버 망명’을 멈출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려하는 이용자를 나무라고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린 카카오 측의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을 뿐 아니라, 사과 타이밍도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찰 좋아하는 박 정권이다. 카카오가 반발한다고 해서 물러서겠는가.

이 대표는 법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다. 루이스엔드클라크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경력의 소유자다. ‘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식의 무모한 발언을 할 리 없다. 기업이 법에 맞서 싸운다?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왜 이런 몰상식한 ‘선언’을 한 걸까.

영장 불응으로 인한 처벌을 대표이사가 달게 받겠다는 ‘감성 멘트’는 ‘사과와 반성’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포장으로 보인다. 위기 탈출용 ‘전략적 한수’이자 ‘꼼수’라는 얘기다. 불응하는 게 당연한데도 대단한 결단인 양 저런다. 불응해도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야단을 떤다.

   
▲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JTBC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본 뒤 내린 결정일 것이다.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했지 ‘압수영장’에도 그러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감청’은 앞으로 발생할 SNS 대화를 엿보는 것이고, ‘압수’는 이미 축적돼 있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행위다. 감청영장이 요구하는 자료는 서버에 들어 있지 않다. 그러니 영장을 제시해도 거부하면 그만이다. 거부할 경우 검찰은 ‘압수영장’으로 바꿔 가지고와서 서버를 뒤지려 할 것이다. ‘앞으로 있을 대화’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 데이터가 되니 그렇다.

무늬만 ‘비장함’ 내용은 속 빈 강정, 꼼수인가?

다음카카오 대표가 말한 ‘감청영장 불응’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카톡 사용자의 대화내용을 내 손으로 수사기관에 직접 넘겨주지는 않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압수영장 들고와 서버를 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스스로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정작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겠다면 감청영장 뿐 아니라 부당하고 과도한 압수영장 집행도 거부하겠다고 말했어야 마땅하다.

   
▲ <다음카카오 상장식(14일). '감청영장 거부'는 주가 하락과 사이버 망명 저지 위한 꼼수?>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꼼수가 맞다. 감청 영장에 불응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게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거부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는 건 맞다. 하지만 이 법에는 벌칙 규정이 없다.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또한 쉽지 않다. 형법에 따르면 폭행, 협박, 위계 등으로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단순 거부는 폭행도, 협박도, 위계도 아니다.

사실상 감청영장에 불응해도 그만이고 또 처벌 받을 가능성도 희박한데 왜 ‘감성 멘트’를 날리며 13일 저녁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다음날(14일) 있었던 다음카카오 상장과 신주발행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톡 사찰’ 논란이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지며 다음(합병 상장 전 종목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감성 멘트’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상장 첫날 다음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8.3% 반등해 13만9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단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기자회견을 했지만 내용을 곱씹어보면 속 빈 강정이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카톡에서 벗어나려는 이용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꼼수다. 이게 통할까?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가기)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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